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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벵듸마을 평대리 '감수굴 밭담길'

by 고니62 2023. 2. 6.

벵듸마을 평대리 '감수굴 밭담길'(2023.2.3. 금)

 

제주도 핫플레이스 평대리...

구좌읍의 중심지이면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한 평대리는 

반농반어의 마을로 해안선은 단조로운 편이지만 해안 경관이 수려하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평대리는 해안에서부터 중산간까지 넓은 평원지대를 이루고  

마을 안에는 드넓은 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는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비지곶자왈에 속한 평지에 만들어진 숲)이 있으며 

당근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

 

[평대 중동회관]

'머들이와 함께 하는 제주밭담 이야기' 

아름다운 벵듸마을(평대) '감수굴 밭담길'은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연계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 산업화 사업으로 

제주밭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홍보와 활성화를 위하여 조성된 아름다운 평대리 마을길이다.

 

[제주밭담 캐릭터 '머들이네']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길은

제주인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정신이 깃든 제주인의 상징 

검은 밭담들을 모두 이으면 2만 2천 km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평대 중동회관에서 시작된 감수굴 밭담길은 

1.5km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고 

마을 안의 집들과 밭 사이의 길 따라 걷기가 시작된다.

 

머들이 머들머들 제주를 빛낸다 

구멍송송이 울퉁불퉁 나는야 멋쟁이 

꾸불꾸불 까만 용을 함께 타고 가자 

머들이네와 함께하면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머들송의 일부분-

 

[불림모살길]

바다가 품은 아름다운 벵듸 마을길 

얼마나 많은 모래가 날렸길래 '불림모살길'이란 이름으로 불릴까?

 

마을 안길에는 밭담 안에도 길에도 모래 위를 걷는 듯 

수북이 쌓여있는 모래를 보면서 이곳 이름이 '불림모살길'임을 헤아려본다.

 

[갈림길]

불림모살길을 빠져나오니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감수굴 밭담길은 마을 안쪽으로 진행하고 

올레 20코스 '뱅듸길'은 우회한다.

 

[해안사구]
[사구 전망대]
[마을전경]

해안사구에 올라서면 마을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평대 주민들에게는 그 어느 마을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해안사구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북서풍에 의해 

동남쪽 내륙 깊숙이 사구가 발달한 지역이다.

기존의 광대한 평대 해안사구는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언덕으로 

마을 주택들이 평대 사구에 기대어 옹기종기 모여있다.

 

[평대 중동회관]

해안사구를 내려온 뒤 머들이가 안내하는

해안길을 뒤로 하고 평대 중동회관으로 되돌아왔다.

진모살길을 걷기 위해 올레 20코스 일부분인 '벵듸길'로 향한다.

 

[진동산길]
[올레 20코스 '벵듸길']

평대마을은 '벵듸' 또는 '벵디'라고 불렀다.

벵듸 길은 마을 유래를 짐작하게 하는 옛길로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진동산길]
[수확이 끝난 당근밭]
[구불구불 '밭담']

검은색을 띤 현무암의 밭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 듯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이 흑룡을 닮아 붙여진 '흑룡만리' 

제주선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밭담은 천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고 

농지의 경계표지 기능도 지니고 있다.

 

[무밭]

구멍 숭숭 밭담 안으로 초록의 무

풀 뽑고 거름을 주며 정직하게 땀 흘린 농부의 마음이 느껴진다.

추위를 견디며 더욱 단단해지는 월동 채소 

우리들의 밥상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벵듸고운길]
[용왕당]
[해맞이해안로에서 바라 본 바다풍경]
[고냉이물]

폭풍이 몰아치는 거친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하염없이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는 위로의 대상이 되어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마주친다.

 

[해녀작업장]
[평대 환해장성]
[도깨동산]

한겨울인데도 북적대는 해안길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핫한 지역으로 가는 

'벵듸' 평대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늘어나는 식당과 즐비한 카페가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느린 걸음으로 마을의 숨 쉬는 장소를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살암시민 살아진다고 오늘도 바당에 몸을 던져본다.'

도깨동산의 시비가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불턱]

해녀의 삶과 애환을 나눴던 장소 불턱은 

해녀들이 추운 겨울 바다일을 마치고 

불을 지펴 몸을 데피는 장소를 이르는 제주어이다.

지금은 마을마다 현대식 탈의장이 있지만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해녀들의 물질의 시작과 끝을 맺는 공동 장소였다.

 

<어멍불턱>

어머~엉 애기 울엄서~

절치는 바당보다 더 기막힌 설은 애기 혼적 오라 

큰 낭불에 손 담그고 젖가슴도 데우고 

배분 애기는 잠이 드는데 어멍 얼굴은 잘도 탐 서라 

 

평평한 대지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벵듸' 

바닷가에 흐드러지게 핀 '갯쑥부쟁이'가 아름다웠던 벵듸고운길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해안길에는  

거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숨비소리를 내뿜으며 물질하는 

강인한 해녀이면서 따뜻한 우리의 어머니 

벽화마다 우리 어멍 '좀녀'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다.

 

[갯동산]

갯동산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꿋꿋하게 

한여름 아름답게 피었던 손바닥선인장은 결실을 맺고 

계절을 잊은 듯 갯쑥부쟁이가 피어났다.

 

[갯쑥부쟁이]
[손바닥선인장]
[땅채송화]
[족은도깨]

겨울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해안길에는

고냉이물, 장독코, 배드린개, 갯동산, 넙덕빌레, 감수굴, 대수굴, 반여동산 등 

지명을 새긴 이정표가 많이 보인다.

표석에는 설명이라기보다는 시로 의미를 표현했다.

 

[도댓불]

도댓불은 선박의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와 기능이 같은 신호유적으로 

제주도 해안마을 포구에 설치되어 있다.

 

[감수굴물]
[평대해수욕장]

해안사구와 마을의 역사를 같이해온 평대리 

평대 해안 사구의 모태인 쉰모살 

이 사빈에서 날린 모래가 평대리 해안사구를 만들었다.

사구마다 그들의 추억과 아픔을 같이 해온 

쉰모살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형성된 여러 언덕을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림모살, 진모살, 복동모살, 수리앗길 등 

아기자기한 이름이 붙여져 있다.

 

[감수굴]

평대리 중동에 위치한 감수굴은 

이곳 절터왓 부근에서 유생 강 씨(姜氏)가 모래땅에서 샘을 처음 발견하였다.

물맛이 좋아 '감수'라 하였고, 인근(세화, 한동) 주민들까지도 

관혼상제시나 정화수로 쓰일 만큼 귀하게 사용되었다.

1940년 지금의 원통형으로 보전되고 있다.

중동이라는 명칭이 정해지기 전에는 감수굴 동네라 불렸던 지역의 문화를 살려서 

마을길 이름을 '감수굴 밭담길'로 정하였다.

 

[평대 중동회관]

다정한 이야기가 있는 곳 

불림모살길, 수리왓길, 도깨동산, 오소록길, 넙적빌레, 갯동산, 

반여동산, 고냉이물, 감수굴, 대수굴 등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천년의 역사 속 제주의 농업을 지킨 거대한 상징물 '제주밭담' 

제주섬 선인들의 흘린 땀방울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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