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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신촌 가는 옛길~

by 고니62 2023. 1. 15.

신촌 가는 옛길~(2023.1.10. 화)

 

삼양의 경계 원당봉으로 시작되는 열녀의 고장 '신촌리' 

곧게 뻗은 도로가 마치 고속도로를 연상케 하고 

일제 강점기에 비행장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진드르(넓은 들판)'를 지나 

조천리의 경계에 있는 대섬(죽도)까지

작고 한적한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 농·어촌 마을이다.

 

[신촌리 표석]
[원당봉]

밭담이 아름다운 '진드르(넓은 들판)' 

자동차들은 새로 닦은 신작로를 시원하게 쌩쌩 달린다.

오래전 왕벚나무가 터널을 만들었던 진드르에는 

지금은 뭔가 비어있는 듯 아늑함과 멋스러움은 사라지고 

우회도로에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영원히 이름을 알 수 없는 먼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했다.

마을을 지나는 건천인 종인천과 문서천은 비가 많이 내리면 고이지 않고 

바다로 흐르지만 해안 포구에는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용천수가 풍부하여 주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예전의 정감 어린 집들은 고층건물로 탈바꿈하고

대섬(죽도)을 품고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 농·어촌 마을이지만

도시의 일부분에 와 있는 듯 너무 많이 변해버린 모습이 낯설다.

 

[담벼락을 허물고 나무로 에워싼 신촌초등학교]

봄처럼 따뜻한 겨울...

신촌을 느린 걸음으로 트멍트멍 보당 보면 

남생이못, 닭머르, 원담(갯담), 용천수가 풍부한 큰물(공중목욕탕), 포구, 향사 등 

어린 시절의 추억, 숨겨두었던 신촌의 아름다운 보물들을 찾을 수 있고, 

정감 가는 마을 토박이들의 살아가는 예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신촌초등학교]

올레 18코스의 일부분인 '신촌 가는 옛길' 

삼양에 사는 사람들이 신촌에 제사가 있는 날이면 제사 밥을 먹기 위해 오갔던 길로 

제주도에서는 집안의 제사에 직계가족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풍습이 있다.

 

[신촌 가는 옛길]

고즈넉하고 한적한 마을길에는 

파란 하늘에 노란 열매가 멋스러운 '멀구슬나무', 

봄이 한 발짝 한 발짝 곁에 왔음을 알려주는 제주수선화가 

곱게 피어 길동무가 되어준다.

 

[멀구슬나무]
[사철나무]
[애기동백나무]
[금잔옥대]
[제주수선화]
[원당봉]
[양식장]

바다를 향하는 오솔길을 지나면 

아름답고 멋진 해안올레의 시작 시비코지가 기다려준다.

올레꾼들이라면 멀리서도 궁금해 찾아보게 되는 이곳 시비코지에는

채바다 시인의 먼저 간 이를 그리워하며 

시인의 마음 담은 절절하지만 아름다운 시가 마음을 울린다.

금잔디가 고운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의 이성환 님과

채바다 시인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시비코지]
[이성환 영전에 바친다  -시인 채바다-]

바다를 좋아하던 이야 

바다를 밤낮없이 

새색시처럼 껴안고 살던 이야 

바다를 꽃밭처럼 거닐더니 

바다를 그림처럼 아끼더니 

이제 바다를 실컷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물속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게 되었구나 

그대여 

우리가 세상에 처음 태어난 시작처럼 

바다는 그대의 영원한 어머니 품 속처럼 착각하며 살더니 

그대 곁에 수많은 분홍빛 연산호 이름 모를 물고기 떼 

그 사치스러운 미소 앞에 술잔처럼 취하더니 

돌아올 수 없는 당신 

그 바다들과 그 물결들과 이 세상 끝까지 

고운 춤을 추며 가시렴 

 

[소나무 아래 쉼터]

탁 트인 바다, 철썩이는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올레 18코스의 숨겨두었던 작지만 아름다움을 품은 해안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름다운 신촌 바다와 함께 걷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참 좋다.

하지만....

밀물에 떠밀려온 온갖 해양쓰레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찬란한 해돋이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바위 '닭머르' 

닭머르길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흐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편안한 바닷길이다.

 

[닭머르]

닭머르(鷄旨)는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

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양한 기암괴석들과 몇 번을 봐도 담지 못하는 아름다운 해안절경 

갯바위 낚시터가 있어 낚시꾼들을 비롯해

올레꾼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는 곳으로 

 2013년에 정자가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은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걷기 좋은 해안길이다.

인위적인 보행길 조성이 아닌 자연 그대로이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길 중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우리의 해양문화와 역사, 해양산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엄선한 곳이다.

닭머르길 출발 시작점은 닭머르 입구~신촌포구~신촌리 잠수탈의장까지

1.8km(30분 정도 소요)를 걷는 해안누리길이다.

 

[닭머르에서 바라본 원당봉]
['버섯바위'라 부르는 닭머르 코지]

겨울, 찾아간 고향 바닷가는 

늘 정감이 있는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해안누리길'은 또 다른 닭머르길의 아름다운 바닷길로 

고향 바다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여행이 되길 바라본다.

 

[제터]
[남생이못]

여러 차례의 범람을 통해 

지반 아래로 습기가 축척되어 물이 고이기 시작해서 자연 습지가 형성된 못이다.

2003년도에 생태체험학습장 시설물을 조성하여 

아름다운 생태관광지로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환해장성]

선조들이 액운이나 외부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쌓아 놓은 공동체의 땀과 얼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많이 허물어져 있어 안타깝다.

 

[갯담(원담)]

원담은 제주 해안선의 자연지형과 조차(潮差)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어로시설로 주로 여름철 멜(멸치) 잡이에 주로 이용된

제주 고유의 바다고기 포획법이다.

제주의 원담은 마을 공동소유로 멜(멸치)이 들면

마을사람들이 한데 나와 잡았고 원담을 쌓고 보수하는 일도

공동작업으로 진행하는 선조들의 상부상조정신을

엿볼 수 있는 바닷가의 보물이다.

 

[순물(남탕)]
[안개물(안갯물:여탕)]

안개물은 바닷가에서 보면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안쪽에 있는 '갯가' 즉, 안갯물이라 불리게 된 용천수이다.

탕 내 위쪽 첫 칸은 식수, 두 번째 칸은 채소,

세 번째 칸은 빨래와 목욕을 하는 공간으로 빨래는 하류 쪽에서 했다.

오래전부터 선조들의 지혜와 양보하는 미덕을 간직한 안개물은 

공동체 문화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펄랑못을 메워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백중날, 안개물에서 입술이 파래지도록 물놀이를 했던 기억에 남아있다.

 

[돌담이 아름다운 올레]
[남당물]
[큰물(여탕)]
[큰물(남탕)]

해안 중심에 있는 큰 샘으로 물의 용출량이 많고 

한여름에도 차가우며 용출수가 끊기는 일이 없어 '큰물'이라 불린다.

큰물에서 연중 목욕을 하면 건강하고 장수한다고 전해온다.

더운 여름날이면 어르신들은 물론 동네 개구쟁이들은 

높은 곳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물속에 잠수를 하며 

 온몸을 덜덜 털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린다.

 

[신촌포구]

신촌포구는 신촌리 어민들의 생활터전이 되는

삶의 애환이 깃든 곳으로 많은 추억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조반물]
[동카름 선창]

옛날에는 큰물포구(신촌포구)보다 선창포구가 규모가 더 컸다고 한다.

썰물이 되면 바닥에 배가 닿아 포구 밖으로 밀려났었다고 

동카름을 오랫동안 지켜오신 어르신이 귀띔을 해주신다.

 

[동동 엉창물(남탕)]

엉창물 바로 서쪽에는 여탕인 '감오원'이 있다.

 

[동동네 일뤠낭거리 일뤠당]

이곳 당에서 모시고 있는 신은 

'일뤠낭거리일뤳도, 고동지영감, 짐동지영감'으로 

이 신들은 어선과 해녀를 관장하는 어업 수호신이다.

당 주위에는 자연석으로 담을 두르고, 

그 안쪽으로 네모나게 돌을 다듬어 만든 궤에 신체를 모시고 있다.

 

[신촌향사(제주도 유형문화재 제8호)]

신촌향사는 조선시대 마을의 공무를 처리하던 곳으로

지금은 마을에서 매년 정월 보름경에 제관을 지정하여 포제를 봉행하는 곳이다.

 

[담쟁이덩굴]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대섬'은  

신촌마을과 조천마을의 경계에 있는 섬으로

마을을 지나면 올레 18코스를 알리는 간세다리가 보인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었던 좁은 길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도록 진입로를 막았다.

걸어서 가다 보면 갯가식물들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바닷물과 민물을 이어주는 작고 앙증맞은 길이 이어진다.

 

[대섬]

검고 평평한 용암대지를 '빌레'라 부르는데 

대섬은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점성이 낮아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흘러내린 용암류가

표면만 살짝 굳어져 평평하게 만들어진 지형으로

제주도 내에서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대섬]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대섬 들머리에 들어서자 

고향 바다 내음이 진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겨울철 바닷바람에 무말랭이를 말리는 진풍경을 연출했었다.

 

[습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은 

새들의 천국이면서 바다의 정원이다.

바로 옆 대섬 습지는 밀물 때면 바닷물이 대섬 안쪽까지 들어와 

먹이가 풍부해서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휘어져 아름다운 길]

어린 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탓에 바다가 그리워지면 

한달음에 달려갔던 나의 애지중지 보물섬...

소풍 장소였던 소꿉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은 

대섬의 사계절 옛 모습을 기억한다.

자연스레 휘어진 길 끝에는 

우리들의 블루스(김혜자 분) 촬영장소였던 조천마을이 기다린다.

오늘 하루 어땠어! 신촌마을이 참 좋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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