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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

by 고니62 2023. 2. 4.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2023.2.1. 수)

 

제주밭담은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한다.

그리고 농지의 경계표지 기능도 지니고 있다.

제주밭담은 농업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업유산이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제주밭담은

지역별 토양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이루며 그 길이는 약 2만 2천 km에 이른다.

 

[어음1리 표석]
[인공폭포와 분수대 '동카름못']

팽나무 쉼터가 있는 동카름 한복판에 있던 못으로 

현재는 인공폭포와 분수대를 설치하여 조경을 하였지만 

예전에는 목욕을 하고 빨래와 야채를 씻는 등 생활수,

우마의 식수로도 이용되던 정이 깃든 곳이다.

 

[마을 운동장]

어음1리는 애월읍에서 서남쪽으로 4km 떨어진 해발 130 고지에 위치한 마을이다.

서쪽 하천(정자천)을 건너면 봉성리, 북쪽으로는 납읍리, 남쪽에는 어음2리가 위치해 있다.

어음리 지역은 예로부터 '어름비', '부면이'라고도 불린다.

오래전 문 씨 할아버지와 송 씨 할머니가 

맨 처음 이 마을에 정착하여 설촌 하였다는 어음1리는 

마을 북동쪽에 있는 한동 거리라는 곳인데 

과원동산으로 능선이 뻗쳐 북풍을 막아주고 앞에는 어도봉을 마주하여 

사람이 살기에 아늑한 곳이다.

어음1리는 부면동, 계원동 등 2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고 

동쪽(동내)과 서쪽(정지내, 정자천)으로 하천이 흐르고 있지만 

하천발달이 미약하고 대규모 계곡이 없다.

감귤을 비롯해 브로콜리, 양배추, 수박 등 특용작물과 메밀, 참깨, 콩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예부터 6소장의 중심으로 광활한 어음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고지대에 위치한 특성상 타 지역보다 작물을 늦게 수확하고 있다.

마을 명소로는 공세미 샘물과 수령이 400년 넘은 수용거리 팽나무가 있다.

 

[어음1리 복지회관]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밭담마을 '어음1리' 

제주선인들의 지혜와 땀이 담겨있는 '공세미 밭담길'은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 보전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밭담농업시스템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홍보와 활성화를 위하여 

2020년에 조성된 밭담길은 

약 3.7km로  55분 정도 소요되고, 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돌담캐릭터 머들이네]
[밭담길]

고요하고 걷기 좋은 바람길 

밭담길 따라 오롯이 걷다 보면 멀리 한라산과 마주하게 되지만 

흐릿한 날씨 탓에 한라산은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눈을 돌리면 어도오름과 비양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양배추]

고즈넉한 농촌풍경과 아름답고 평화로운 애월 바다에 안긴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밭담 안에 산담...

울담에서 태어나 밭담에서 일을 하다 산담으로 돌아간다는 

제주 선인들의 삶을 이곳에서 만난다.

 

[팽나무와 멀구슬나무]

정자목으로의 폭낭(팽나무)은 

그늘을 만들어 쉼터와 주민들이 만나 정을 나누는 장소로 

마을 입구나 길가 모퉁이에 서 있으면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노란 열매가 아름다운 멀구슬나무, 

오래된 소박하고 아담한 집들, 그리고 흑룡만리 밭담은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멀구슬나무]
[밭담에 뿌리를 내린 '송악']
[애기동백나무]
[숭거리폭낭(팽나무)]

서쪽 동네 '수용거리'라는 곳에 서 있는 팽나무는 

1996년 3월 25일 보호수로 지정,  당시 수령이 410년으로 되어있다.

밑동에서부터 울퉁불퉁하게 자란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잘려나갔지만 예전에는 무성했다고 한다.

 

[정지내(정짓내, 금성천)]
[공세미 샘물]

이 샘물은 마을 서쪽 하천변(정지내) 바위틈에서 맑고 가늘게 흐르는 샘물로 

샘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고응삼)의 이름을 따서 '공샘이'로 불리고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되었다.

예전에는 각종 수목이 무성하여 절경을 이루었지만 

오랜 세월 태풍과 폭우로 인하여 대자연의 미가 사라지고 

지금은 아쉽게도 공세미 샘물터에는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자연적으로 솟아오른 샘물 '공세미'

자연이 주는 중산간마을의 선물 같은 존재이다.

 

[콜라비]
[어음1교]
[노박덩굴]
[땀흘린 농부의 흔적 '브로콜리']

땅과 생명을 다루는 부지런한 농부들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어디서 왔냐"며 반갑게 대해주시더니 

차를 세우고 내리시며 금방 수확한 브로콜리를 2개씩 나눠주시며 수줍게 웃으신다.

걷는 내내 농부의 환한 얼굴은 자꾸 웃음 짓게 한다.

 

[멀구슬나무]
[노랑하늘타리]
[먼나무]
[상메초왓 양씨할망당]

상메초당왓은 어음1리 중동네의 본향당이다.

당은 작은 바위언덕을 의지하여 주위에 볼래낭(신목)과 덤불이 우거져 있고 

주민들에게 매우 영험한 신당으로 기억되고 있다.

동네 어르신께서 본향당에는 본향제(정월대보름)를 앞두고 있어 

아무나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말씀에 발길을 돌린다.

 

[양배추]

오직 사람의 힘으로 쌓아 올린 제주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담겨있는 유산이다.

구멍 숭숭 밭담 사이로 척박한 땅에 풍성한 초록의 잎들을 보면서 

꿋꿋하게 버텨온 고된 농부의 시간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적채]
[감나무]
[뒷세미]

독우영동네 북쪽 길가변의 샘물로 

마을 뒤쪽에 있다고 해서 '뒷세미'라고 붙여졌다.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다가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공사가 이루어졌다.

 

[어음1리 사무소 버스정류장]

혼자여도 한적하게 걷기 좋은 밭담길 

중산간의 농촌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아담한 '어음1리'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식수용으로 사용할 만큼 맑은 샘 '공세미' 

수령 400년 이상의 생김새가 특이한 '수용거리 폭낭(팽나무)' 

옛 물통의 흔적으로 느낄 수 있는 휴식공간 '뒷세미' 

아름답고 평화로운 농촌풍경 속에 정감 넘치는 더욱 빛나는 농부의 손길 

오롯이 나를 위한 공세미 밭담길에 자연의 향기가 더해진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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