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름 나들이

계곡을 품은 '영천악'

by 고니62 2024. 4. 9.

계곡을 품은 '영천악'(2024.4.7. 일)

 

찬바람을 밀어내며 봄빛이 대지를 적시면 

제주의 삼월 들녘은 노란 유채꽃으로 물들인다.

사월이 시작되면서 하얀 구름을 뒤집어쓴 흐드러지게 핀 왕벚나무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그림 같은 연분홍 물결은 아름다운 봄날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잠시 머문 찰나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꽃비 흩날리는 아침풍경은 짧은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왕벚나무길]

막바지 봄꽃구경에 혼잡한 곳을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만날 수 있는 계곡을 품은 영천악을 찾았다.

 

[영천악 입구]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영천오름(영천악)은 

오름형태는 원형을 하고 있는 높이 277m의 나지막한 오름이다.

이 오름의 서쪽 기슭에 흘러가는 내(川)를 '영천천'이라 명명함에 연유하여 

냇물 이름이 오름으로, 또는 오름 이름이 내(川) 이름으로 전이되었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였던 이곳의 주요 유적으로 

중앙관리나 지방관리들은 물론 지나는 길손들이 유숙했던 영천관과 영천사라는 절이 있었고, 

군사용 군마와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명마를 골라내는 곳인 직사점마소, 

예기라는 기생이 암벽 통나무 위에서 칼춤을 추다가 추락한 슬픈 사연이 있는 예기소, 

큰 바위에 '관나암(觀儺岩)'이라는 마애명이 있다.

영천악은 효돈천을 사이에 두고 칡오름과 마주 보고 있다.

 

[산딸기]

걷기만 해도 기분좋은 숲길 

몇 발짝 걸었을 뿐인데 인적 없는 오름 초입에는 봄빛으로 가득 채웠다.

 

[장딸기]
[뱀딸기]
[미나리아재비]
[뽀리뱅이]
[꿩의밥]
[큰천남성]

영천악이 품고 있는 기운을 담아 힐링하면서 걷는 길 

둘레길을 비켜선 좁은 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서면 나무계단 따라 오르게 되는데 

살짝 숨이 차는 구간도 있지만 금세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나무계단]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잠시 서서 뒤돌아 보았더니 내가 올라왔던 아름다운 길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전망대]
[정상]

정상에는 <명심보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한때의 분함을 참으면 백날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

가능하면 참고 또 참고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참지도 않고 경계도 않으면 작은 일이 크게 될 것이다.

 

[털머위]
[쉼터에서 바라본 한라산]
[장수기원 장소]

이 구실잣밤나무는

나무둘레가 6m이고 수령이 2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줄기가 네 갈래로 갈라진 형상을 이루고 있다.

나무의 생명력과 기운이 왕성하여 자손번창과 가족의 무병장수, 무사태평을 

간곡히 기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칡오름]
[나무전봇대(1950~1960년대 사용]

이 나무전봇대는 50~60년 전 오늘을 살던 

이곳 영천동 사람들의 희망의 빛이었고, 좋은 놀이터와 쉼터였다.

술래가 나무전봇대에 얼굴을 묻고 열을 셀 때 

꼭꼭 숨었던 이야기와 전봇대 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을 담고 있다.

지금의 콘크리트 전봇대에 비하여 왜소하고 단단하지 않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과 함께 하고, 추억을 담고 있을 때인 것 같다.

 

[약속의 장소]
[큰천남성]
[영천악 출입구]

 

영천악(영천오름)을 내려와 영천천으로 가는 길에는 

참식나무, 소귀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 키가 큰 상록활엽수와 

반그늘을 좋아하는 호자나무, 백량금, 자금우, 산호수 등 키 작은 상록활엽수 

그리고 덩굴성 식물인 마삭줄, 남오미자, 애기모람, 콩짜개덩굴 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짧은 봄을 아쉬워한다.

 

[호자나무]
[수정목]
[백량금]
[자금우]
[산호수]

영천천으로 진입하니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영천천 입구]

숲길과 이어지는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시원함이 느껴진다.

숲이 우거진  계곡과 수려한 풍광, 돌과 초록이끼가 만들어낸 계곡정원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생명 강한 나무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이 된 나무는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푸른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뜻하지 않는 찰나의 기쁨과 설렘을 담았다.

 

 

제주가 만든 용암계곡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물 

맑고 깨끗함이 살아있는 계곡의 경이로움에 잠시 멈춰 바라볼 뿐이다.

미끄러운 울퉁불퉁한 계곡을 한참을 걸어 힘들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계곡의 아침은 힐링 그 자체다.

 

['관나암(觀儺岩)' 마애명 ]

'마애명(磨崖銘)'이란 

절벽 등 바위나 벼랑의 암석에 이름을 갈고 새긴 글을 말하는데 

관나암은 영천사와 영천관 사이 '영천천' 큰 바위돌에 

영천사에 머물던 스님의 각인하였다고 탐라지 초본에 기록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명으로 알려져 있다.

 

[예덕나무]
[말뚝버섯]
[죽순]
[절로가는 길]

영천오름(영천악) 주위에는 

계곡, 효돈천(돈내코)과 쇠소깍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있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자연이 주는 넘치는 사랑 

계곡을 빠져나오니 숲에서 만난 들꽃들은 더욱 빛난다.

'오름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랑쉬오름과 다랑쉬굴  (1) 2024.04.11
세복수초 피는 '거친오름'  (1) 2024.03.16
산책하기 좋은 '고근산'  (1) 2024.03.14
굴메오름 '군산'  (2) 2024.01.14
겨울 '노루손이 오름'  (1)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