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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 관음사~백록담~성판악 코스(봄)

by 고니62 2024. 5. 29.

한라산 관음사~백록담~성판악 코스(2024.5.24. 금)

 

매해 나의 꽃시계는 뒤죽박죽 

간절하게 보고 싶었던 금강애기나리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산길을 올랐건만 이미 시들어 마음만 상하고...

오월이 가기 전 금강애기나리를 알현하고픈 간절한 마음으로 한라산을 오른다.

 

[백록담]

한산한 관음사 탐방로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하얗게 핀 때죽나무 아래 

한라산이 기억하는 사람 부종휴 선생님은 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한산길은 이곳 부종휴 광장을 시작으로 백록담까지 이어진다.

 

[부종휴 선생님 동상]

오롯이 혼자 걷는 울퉁불퉁 산길에는 

이방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새들의 삐쭉이는 소리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 

숲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초록으로 짙어간다.

새하얀 포엽(꽃받침)이 십자가를 닮은 산딸나무가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산딸나무]
[한라산 탐방로 안내 표지판]

숲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구린굴을 만나게 된다.

주변에는 선인들이 남긴 집터와 숯 가마터 흔적도 보인다.

 

[석빙고 '구린굴']
[숯 가마터]
[해발 800M]
[탐라계곡 목교]

탐라계곡은 한라산 북벽에서 발원하여 제주시의 한천과 이어지는 계곡으로 

건천이긴 하지만 숲의 생태계를 이루는 운치 있는 곳으로 

계곡의 아름다움을 품은 채 등산객들의 눈길을 붙잡기도 한다.

탐라계곡까지가 완만한 구간이라면 

지금부터 삼각봉까지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해발 1000M]
[좁은문]

개미등으로 가는 길목에는 

사방으로 널리 분포된 제주조릿대가 길잡이가 되어주고 

큰 바위 틈새를 지나야 하는 비좁은 길이 놓여있다.

계곡을 지나 능선을 오르면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개미등이다.

이 개미등에서 50분 정도 올라야 삼각봉에 이른다.

 

[개미등]
[해발 1300M]
[소나무 군락]

긴 개미등 숲터널, 

개미등 구간에는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모습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제주조릿대가 늘어선 아담한 돌길과 데크길, 

그리고 우뚝 선 소나무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은 눈의 피로를 씻어주고 

언제 보아도 늘 푸른 소나무의 기상은 관음사탐방로의 매력이다.

 

[참회나무]
[애기나리]
[호자덩굴]
[붉은병꽃나무]
[흰병꽃나무]
[삼각봉 대피소]

숲속을 벗어나자(관음사탐방로 5-24) 

삼각봉 대피소 뒤로 살짝 드러나는 삼각봉 모습 

 드디어 관음사탐방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삼각봉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걸음은 빨라지고...

 

[삼각봉]

해발 1,500m 지점에 위치한 삼각봉은 

화산폭발로 빚어진 기기묘묘한 바위와 웅장한 품새 

장구목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삼각봉의 의연함 

고사목 등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각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관음사 탐방로 전 구간에는 매점이 없기 때문에 

생수는 물론 산행에 필요한 물품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삼각봉대피소에서 백록담 동능 정상까지 2.7km(약 1시간 40분 소요)이다.

백록담으로 가는 게이트를 통과하자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금강애기나리는 꽃잎을 접고 흔적만을 남겼다.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까지였는데...

그래, 망설이지 말고 오르자 백록담을!

 

[삼각봉]

기분 좋아지는 노래, 김동률의 <출발>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중략)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왕관릉]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왕관바위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왕관릉'은 백록담 정상 동북쪽 바로 밑에 우뚝 솟아있는 암릉으로 

해 질 무렵 석양이 암릉을 붉게 물들이면 그 모습이 마치 금빛 왕관을 연상하게 한다.

해발 1500m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숨겨둔 비경 '왕관릉'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멋진 뷰에 엄지 척!

 

[용진각 현수교(출렁다리)]

끝이 보이지 않던 울창한 연초록의 숲길을 벗어나면 

사방으로 열두 폭 병풍이 펼쳐지듯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낸다.

봄 햇살과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관음사탐방로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장면 출렁다리(현수교) 

이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풍성해진다.

 

[용진각 대피소에서 바라본 풍광]

해발 1500m에 있었던 용진각대피소는 

30여 년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쉼터 역할을 했던 추억의 산장이다.

2007년 강타한 태풍 '나리'로 인해 

오랜 추억을 간직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라산 정상인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수직의 암벽이 있어 산악인들의 동계훈련장소이기도 하다.

 

[섬매발톱나무]
[분단나무]
[큰앵초]
[큰솜대]
[개선갈퀴]
[산꿩의다리]
[데크 사이로 얼굴을 내민 '제주양지꽃']

하늘 전체를 위세 떨치는 초록빛 베일 사이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깔딱계단을 벗어나자 숲 사이로 맑은 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는 듯 설렘으로 채워준다.

 

[산철쭉]
[해발 1700M]

정상으로 오를수록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감동하고 

파란 하늘에 봄이 주는 연둣빛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넋을 잃고 멍때린다.

한 걸음,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한라산 

발아래 작은 생명, 드디어 알현했다.

자세를 낮추고 무릎을 꿇어야만이 볼 수 있는 '금강애기나리' 

조금 느려도 천천히 걷다 보면 지나가던 바람도 멈춰 선다.

 

[금강애기나리]

한라산 해발 1,400m부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이란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상록 침엽수 '구상나무'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고산지역의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하얀 수피가 기형인 모습으로 서 있는 

용진각의 혼효림 대표 주인공 '사스래나무(좀고채목)'가 

구상나무와 더불어 한라산의 혼효림을 대표하는 주인공으로

다양한 색깔의 아름다움으로 한라산을 빛내준다.

 

[사스래나무(좀고채목)]
[구상나무 '고사목']
[백록담 북벽]
[정상을 알려주는 표지판]
[백록담]
[성판악 4-36지점: 관음사탐방로 8.7km, 성판악탐방로 9.6km]

정상(동능)에서 최종 하산 시간은 14:30이다.

 

[한라산 해발 1,900m에서 바라본 사라오름과 성판악(성널오름)]

사라오름(산정호수) 주변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상나무 군락지 

산 아래로 보이는 서귀포와 지귀도~섶섬~문섬~범섬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아쉽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고 하산한다.

 

한라산의 키 작은 아이들...

한라산 1,400 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한라산 고지대의 거센 바람에 왜성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산상의 정원에는 봄이 무르익어간다.

 

[흰그늘용담]
[바위미나리아재비]
[각시붓꽃]
[흰땃딸기]
[설앵초]
[민백미꽃]
[해발 1600M: 등반로 한가운데 돌표지석]
[진달래밭 대피소]
[사라오름 방향]
[하트모양 하늘]
[옛 샘터]
[속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와 사라오름을 지나 속밭대피소에서 마지막 휴식을...

 

[속밭]

속밭 일대는 1970년대 이전까지 넓은 초원지대였지만 

인근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던 곳으로 

털진달래, 정금나무, 꽝꽝나무 등이 많아 '한라 정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삼나무 숲 속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굴거리나무]

오후 햇살에 넓고 두터운 잎이 광택이 나는 

하얀 눈 속에서 초록잎이 더욱 돋보이는 굴거리나무 

성판악탐방안내소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성판악탐방로 4-1(250m마다 말뚝을 박는다)를 지난다.

 

[한라산국립공원]

계곡이 깊고 웅장한 산세, 

해발 고도 차이도 커 한라산의 숨겨둔 비경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관음사탐방로는 성판악탐방로에 비해 짧은 거리지만 

가파르고 돌길이 대부분이라 한산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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