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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

by 고니62 2024. 8. 12.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2024.8.9. 금)

 

올여름 유난히 길어지는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입추가 지나도 불볕더위는 가실 줄 모르고 

여전히 푹푹 찌는 더위에 이른 아침인데도 땀으로 옷을 적신다.

회색도시의 열기에 점점 지쳐가고

무력하고 늘어지는 하루하루가 숨 막히게 한다.

붙볕더위를 식혀줄 여름에 가기 좋은 숲길 '한라산 둘레길'  

5.16 도로변을 시작으로 돈내코탐방로까지 

수악길 일부분(7.7km)을 걸어본다.

 

[한라산둘레길 돈내코탐방로 방면]

자연을 만나는 환상 숲길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둘레길을 말한다.

천아수원지~돌오름~무오법정사~시오름~수악교~이승악~사려니오름

~물찻오름~비자림로 등을 연결하는 환상 숲길이다.

 

[겨울딸기]

한라산 둘레길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의 숲으로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심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여름 최고의 선물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초록 짙은 여름숲 

숲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겨울딸기가 반겨주고 

흙길, 낙엽길, 돌길을 걷고 나면 또 다른 길이 매력을 더해준다.

 

[돌담]
[동백나무]
[수악길 거리표시]
[산정화구호]

원시림 속 감취진 산정화구호

이 분화구는 화구 내에 습지를 갖는 화구호로서 

주변의 지형 경사에 의해 감춰져 있었다.

화산체는 한라산 고지대의 동사면에 위치하고 있었고, 

화산체의 형체는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는 분화구의 흔적만 남아있다.

이유는 한라산 고지대로부터 연속적인 용암의 유출로 인해 

화산체가 대부분 용암류로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좀비비추]

 

돌틈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청초하고 해맑은 모습의 '좀비비추' 

그리고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하는 '사철란' 

계절은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을 향해 달린다.

 

[좀비비추]
[좀비비추]
[좀비비추]
[사철란]
[실꽃풀]
[십자고사리]
[바위손]
[고사리삼]
[뱀톱]
[한라산둘레길]
[돌길]

원시림으로 우거진 숲 속 

신례천에는 모새나무, 참꽃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구실잣밤나무, 감탕나무, 동백나무, 비쭈기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와 

사람주나무, 누리장나무, 이나무, 졸참나무, 황칠나무, 서어나무, 초피나무 등 

 낙엽활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 숲바다를 이룬다.

숲이 주는 청량감과 편안함에 돌길로 이어지는 불편함도 잠시 잊게 해 준다.

 

[한라산둘레길]
[두루미천남성]
[으름난초]
[으름난초]
[무엽란]
[여름새우란]

여름새우란 꽃대가 실하게 올라오다

숲 속인데도 찜통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꺾인 채 고개를 숙였다.

보지 못한 아쉬움에 몇 해 전에 보았던 꽃으로 대신했다.

 

[덕다리버섯]
[콩버섯]

여름 숲 속은 버섯들의 천국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버섯들은 균륜을 이루기도 하고, 나무 그루터기나 고사목, 

곤충의 사체, 그리고 땅 위로 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난다.

어두운 수악길의 숲 속을 환하게 밝혀주는 요정 

꽃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버섯들의 여름 향연이 펼쳐진다.

 

[뱀버섯속]
[연지버섯]
[붉은꾀꼬리버섯]
[흰가시광대버섯]
[흰가시광대버섯]
[직립싸리버섯]
[좀나무싸리버섯]
[이끼계곡]

수악길의 하천 바닥은 군데군데 초록의 이끼가 색다르게 보인다.

여러 모양의 암석들은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며 

수악길의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연륜이 묻어나는 나무]
[화산탄]

이 대형 화산탄은

한라산 정상부의 화산탄이 용암류와 함께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한다.

 

 

불볕더위 속 소낙비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방울은 갑작스레 퍼붓는다.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다시 찾아온 더위 

비옷을 입고 30여 분 걷는 동안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걷는 길마다 푹신해진 흙길 

젖은 나뭇잎에서 나는 진한 여름향기를 맡는 동안 자연의 냄새에 동화되어 간다.

 

[제주조릿대]

 

수악길의 압권...

마법에 걸린 듯 주문을 걸어오던 기이한 모습의 소나무 

오랜 시간 이곳 포토 존이 되어주었던 소나무가 사라졌다.

마침 나오는 길에 만난 직원에게 알아봤더니 고사된 소나무가 강풍에 쓰러져 

위험하다는 진단이 내려져 얼마 전에 작업했다는 소식이다.

아쉬움은 그리움이 되어 복잡한 감정으로 남는다.

 

[2021년에 담았던 소나무 모습]
[한라산둘레길 화살표]
[동백길 끝지점인 동시에 수악길의 시작점]

한라산 둘레길 4구간 동백길은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서귀포시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이어지는 11.3km 구간이고, 

5구간 수악길(구간이 달라지고 예전보다 거리가 짧아졌다)은 

돈내코 탐방로에서 이승악 입구 사이 11.5km의 구간으로 

물오름(수악), 이승악 등 깊은 계곡과 원시림으로 우거진 숲으로 

돌담과 숯가마 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돈내코 탐방로]

돈내코의 옛 지명은 '돗드르'로서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돈내코 역시 제주어로 돈은 '돼지', 내는 '하천', 코는 '입구'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지명들은 들판으로 흐르는 하천의 입구에 

멧돼지들이 많이 살아서 유래된 지명들이다.

 

[솔오름(미악산)]
[지네발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지칠 줄 모르는 더위 

반그늘진 곳의 바위나 나무에 붙어 자라는 '지네발란'의 고운 자태 

한차례 지나간 소낙비에 더욱 화사하고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