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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여름, 한라산 영실탐방로

by 고니62 2024. 7. 25.

여름, 한라산 영실탐방로(2024.7.23. 화)

 

해가 뜨면 한증막 더위 

이른 아침인데도 27도를 넘나 든다.

어리목을 지나자 23도로 급격히 내려가는 온도...

마주 오는 차도, 앞서 달리는 차도, 그리고 따라오는 차도 없이

오롯이 색을 달리하는 아침 풍광 속에 유난히 솔비나무의 황백색이 안개비에 두드러진다.

아침 고요 속 백록의 자태 

짧은 만남은 긴 여운을 남기며 영실로 향한다.

 

[백록]
[솔비나무]

설렘으로 밤잠도 설쳤는데 

굽이굽이 경사가 심한 길 따라가는 길에는 

태풍이 지난 간 듯 어지럽게 널려있는 나뭇잎, 그리고 자욱한 안개비...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탐방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영실(靈室)' 

숲 속으로 들어서자 영실 소나무 숲에서 뿜어 나오는 맑고 향긋한 솔내음 

아침 고요 속, 새들의 노랫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열게 한다.

 

[영실 소나무 숲]

영실(靈室) 소나무 숲은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해발 900~1,300m 정도에서 자란다.

제주의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갈색 나무껍질과 백색의 겨울눈을 하고 있는 곰솔과 다르게 

나무껍질이 얇고 붉으며, 겨울눈 또한 붉은색을 띤다.

 

[영실 계곡]
[해발 1400M]
[산수국]
[제주황기]

숲 속을 벗어나자 안개비와 오를수록 더욱 세차게 불어대는 거친 바람 

힘이 부칠 때쯤 반겨주는 '제주황기' 

와우~ 반갑다!

 

[술패랭이꽃]
[제주달구지풀]
[검나무싸리?]
[애기솔나물]
[고추나물]
[말나리]
[병풍바위]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러져 있는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 '병풍바위' 

한 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 하지만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태풍급 몰아치는 강풍은 한 발짝 떼기가 힘에 부친다.

한참 동안 바람이 멈추기만을 기다리며 담고 또 담아본다.

해발 1,400m 이상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왜성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가는범꼬리]
[자주꿩의다리]
[사국이질풀]
[백리향]
[한라개승마]
[두메대극]
[돌양지꽃]
[바위채송화]

한라산을 빛내주는 식물들 

내가 그토록 보고팠던 손바닥난초는 

꺾이지 않으려고 거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안간힘을 쓴다.

 

[손바닥난초]

손바닥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 지역의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추 서고 7~8월에 연한 홍자색꽃이 꽃이삭에 많이 달린다.

뿌리가 손바닥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불어대던 거친 바람, 

다행히 숲길로 들어서자 잔잔해졌지만 안개비로 시야 확보는 더 힘들어졌다.

 

[구상나무]
[산초나무]
[참빗살나무]
[분단나무]
[산개버찌나무]
[섬매발톱나무]
[윤노리나무]
[노린재나무]
[좀갈매나무]
[이끼]
[만년석송]
[다람쥐꼬리]
[금방망이]
[가시엉겅퀴]

병풍바위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나면 

그늘진 숲터널은 언제나 편안하고 포근함을 안겨주고,  

사방이 탁 트인 끝이 보이지 않는 활주로 끝에는 

백록담 화구벽을 중심으로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지만, 

종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가려진 한라산 

거센 바람과 오락가락 비는 조화를 부리고 

안개로 시야를 가려 위대한 자연의 힘 앞에 다가서기가 힘들다.

 

[탐방로]

[선작지왓 제주조릿대와 호장근]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 초원지대의 

'작은 돌이 서 있는 밭'이라는 의미를 지닌 곳으로 

보이는 돌들 사이로 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진분홍 꽃바다를 이루고 

여름과 가을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초록 물결을 만들어 내고 

겨울엔 설경을 연출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산상의 정원'이다.

이곳에는 제주조릿대와 호장근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조릿대 숲은 강풍, 강우, 폭설 등으로 인한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야생동물들의 좋은 서식처가 되어준다.

 

[호장근]
[제주조릿대]
[윗세족은오름 전망대]

시야는 더욱 좁아지고 야속하게도 쏟아지는 비님 

오르는 등산객도 내려가는 등산객도 보이지 않고,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오름 풍경]
[해발 1300M]
[소나무와 물참나무]

어느 보통의 아침, 설렘 속에 오른 한라산 영실 탐방로 

안개비 자욱한 한라산에 피어난 여름 '손바닥난초' 

태풍급 휘몰아치는 돌풍은 애타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잠시 쉬어간다.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