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렁모루 산책로(2025.1.15. 수)
서홍동은 서귀포시의 행정동, 법정동으로
제주도 산남지방의 동서중간에 위치하고 동쪽은 동홍동, 서쪽은 호근동과 경계를 이룬다.
서홍동은 서귀포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홍로'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마을 모양이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어 지형이 화로 모양 같다고 하여
'홍로(烘爐)' 또는 '홍리'라고 불렀다.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는 일찍부터 감귤재배를 해왔는데
재일동포들에 의해 일본에서 묘목이 반입되면서 소득이 가장 높은 작물로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경관이 빼어난 언덕배기 꼭대기에 큰 돌이 얹혀 있는
모습이 특이하고, 돌음돌같이 괴인 왕돌로 고인돌처럼 놓여 있는 곳이 있다.
서홍 8경 중 하나인 '들렁모루'이다.
입구까지는 좁은 농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할 때는 속도를 줄이는 작은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
들머리에는 겨울 찬바람에 고개를 내미는 '광대나물'이 마중 나왔다.
들렁모루를 시작으로 서홍 8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고인돌 형상을 하고 있는
'들렁모루'는 '들렁'은 속이 비어 있는 바위를 의미하고, '모루'는 동산을 뜻한다.
즉, '속이 비어 있는 바위가 있는 동산'이다.
꼭대기에 큰돌이 얹혀 있는 모습이 마치 고인돌의 형상으로
특이하고 경관이 빼어난 모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지기오름~섶섬~문섬~삼매봉~범섬~고근산~각시바위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잔잔한 서귀포 앞바다의 눈부심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바위 주위에는 상록의 마삭줄, 왕모람, 자금우, 석위 등이 뿌리를 내리고
차가운 비와 찬바람을 견디며 색 바랜 모습으로 겨울나기를 한다.
산책로 옆으로 '서홍천'이 흐르고
계곡 주변으로 겨울을 나는 빨간 열매들은 탐스런 모습으로 유혹한다.
산책로 따라 내려가는 길에 만난 '대나무(맹종죽) 숲'
겨울 찬바람에 흔들거리는 아름다운 연초록세상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수직의 정원을 만들어내는 대나무의 푸르름에 잠시 넋을 잃고
연초록 대나무의 멋스러움에 연거푸 탄성이 나온다.
20~30m는 족히 넘을 듯한 연초록 맹종죽
하늘 위로 뻗은 곧고 굵은 대나무줄기의 위용에 반해버렸다.
연초록으로 가득 찬 바람도 쉬어가는 아름다운 길 연초록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마음을 정화시키며 소녀의 감성이 되살아난 대나무 산책길에서 잠시 쉬어간다.
대나무 맹종죽은
화본과/여러해살이 목본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고,
대나무 중에 가장 굵은 대나무이다.
중국 효자 맹종이 한겨울 눈 속에서 죽순을 얻어 어머니에게 드렸다는 고사에서 '맹종죽'
죽순을 얻기 위해 재배하므로 죽순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4~5월에 나오는 죽순은 식용, 약용, 공업용으로 이용되고
곧고 푸르름 때문에 정원수로 사랑을 받는다.
여유롭게 걸었던 들렁모루 산책길은
제주가 숨겨 놓았던 또 하나의 보물을 찾아낸 듯 뿌듯하다.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는
2013년 서홍동의 자연 명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홍 8경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추억의 장소로 '추억의 숲길'이 만들어졌다.
서홍 8경은 하논 분화구, 도심 속의 솜반천, 흙담 소나무, 온주밀감 시원지, 성당 녹나무 풍치목,
지장샘 설화, 마을 보호수 앞내 먼나무, 멋들어진 들렁모루까지 총 6.4km이다.
(하논 분화구, 솜반천은 지난 자료를 사용했다.)
하논분화구는
용암 분출로 생성된 일반적인 화산 분화구와는 다르게
마르(maar)형 분화구로 화산활동 초기 단시간의 폭발적 분출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작은 언덕이 화구를 둘러싼 화산을 말한다.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로 산체의 크기에 비해 큰 화구가 특징이다.
동서 1.8km, 남북 1.3km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로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이다.
수만 년 동안의 생물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생태 박물관으로
분화구에서 용천수가 솟아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논이 많다'는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뜻의 '한논'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솜반천은 천지연폭포의 원류로
상류에서 용천수가 나오면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른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비고 다양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어 그 가치도 높다.
솜반천생태공원을 조성하여 하천생태체험의 장소이기도 하다.
1910년경 고경천 진사에 의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심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90년에는 지역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다.
2002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흙담소나무길은 서홍동 308-1번지 일대에
소나무 96그루가 심어져 운치 있고 온후한 기품을 풍기는 곳으로 마을 수호목이다.
'마을 앞이 허하다' 하여 흙으로 토성을 쌓은 위에
1910년 심은 소나무가 지금은 서귀포의 명물로 꼽히고 있다.
면형의 집은 홍로 본당이 있던 곳으로
100년 수령의 온주감귤나무(2019년 고사)와 녹나무 거목이 심어져 있다.
제주 온주감귤 재배의 시초
타케 신부는 1911년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일본에 보내준 답례로
미장온주 14그루를 받았다.
이것이 제주에 들어온 최초의 감귤나무(미장온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수령이 100년을 넘기고 있던 마지막 1그루는
2019년에 고사해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있다.
면형의 집 앞마당, 최초의 온주감귤과 이웃한
수령 150년이 훨씬 넘은 녹나무가 1994년부터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녹나무를 기념식수로 식재했는데
척박한 땅이나 바위틈에서 악조건을 극복하고 잘 자라는 강인하고
도민의 기질과 신앙을 상징하는 녹나무는 늘푸른나무로 도의 상징나무이기도 하다.
아름드리 멋들어진 우람한 녹나무 전체를 덮어버린 '석위'
꽃 모양이 옥 받침 위에 올려놓은 금잔과 같다는 '금잔옥대'
작은 꽃들이 모여 공 모양의 꽃방망이를 만들며 곱게 물들이는 '메밀여뀌'
추운 겨울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 한층 돋보인다.
천년 동안 마른 적이 없는 '지장샘'
서홍동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장샘이라는 용천수가 나온다.
송나라의 호종단이 탐라의 맥을 끊기 위해
이곳의 물혈을 끊으려다가 노인의 재치로 실패하고 돌아간 후
그 자리에 물이 솟아났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지장샘은 서홍동의 중요한 식수원으로
아무리 가뭄이 들거나 큰 비가 내려도 그 양이 항상 유지된다.
이곳을 찾으면 지장샘에 얽힌 재미있는 지장샘 설화를 확인할 수 있다.
돌 담 밖으로 나온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하귤'
큼지막한 크기는 자체만으로도 특별나게 보인다.
천년을 이어온 서귀포 최고의 마을 '홍로'
서홍동의 옛 이름은 '홍로'로 지금의 동홍동과 한마을로 한 지명인 것이다.
홍로현은 1300년(충렬왕 26)부터 1416년(태종 16)까지
약 116년 동안 서귀포지역에 존재했던 속현이다.
마을을 지키는 노거수 먼나무와 이웃한 곳에는
'변시지 그림정원'이 있다.
서홍 8경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보호수인 먼나무와 이웃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변시지 화백은 1926년 서홍동에서 태어나 2013년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의 그림에는 제주의 거센 바람이 들어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바람과 함께 사는 제주의 사람, 제주의 자연 등을 화폭에 담았고
휘몰아치는 폭풍을 담은 대작들을 많이 남기면서 ‘폭풍의 화가’라 불리고 있다.
마을 보호수로 지정된 먼나무(풍치목)
하천가에 자생하는 먼나무는 수령이 200년 가까이 되고 있는
도내 자생하는 먼나무 중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나무로
서홍동을 지키는 영험 있는 신목으로 국내 제일의 먼나무 노거수이다.
먼나무는 감탕나무과의 늘푸른나무로 반질반질한 두꺼운 잎과
여름의 꽃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잎사귀 사이사이로 보이는
빨간 열매가 매력적인 암수딴그루(자웅이체)이다.
겨울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새들의 늦은 도시락
영원히 이름을 모르는 나무 '먼나무'
치열한 꿈을 안고 사는 기생식물 '참나무겨우살이'
윤기 나는 번지르한 잎사귀 사이사이마다 진분홍 꽃으로 수채화를 그려내는 '애기동백나무'
거센 바람과 세찬 비를 맞으며 어느 정도 추위를 겪어야 꽃도 아름답게 피어난다.
아기자기한 보물이 꽁꽁 숨겨져 있는 서홍동 마을 둘레길
흙담 소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
걷는 길마다 돌담 안으로 노랗게 익은 하귤,
울타리가 되어주는 동백나무와 애기동백나무가 주는 따뜻하고 고운 이야기
서홍 8경으로 지정된 다양한 지역 자원, 길 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졌다.
하지만 제주 최초의 감귤나무의 아픈 모습은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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