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꼬메 상잣질(2026.4.15. 수)
간밤에 쉴 새 없이 퍼부어대던 봄비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과 향기 품은 바람, 맑음이 펼쳐지는 드넓은 목초지
따뜻한 온기로 나무 잎새는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자연의 사랑을 먹고 자란 봄을 깨우는 소리가 넘쳐난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상잣질
조선시대에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인 잣성
중산간 해발 150~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되는데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 얼어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수암, 소길, 장전공동목장이 속해있는 5 소장은
말굽형 모양인 노꼬메오름 주변으로 상잣성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많이 무너져
오름~목장탐방로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제주목장과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잣질을 조성하였다.


애월의 숲을 지배하는 노꼬메
전형적인 이등변삼각형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이웃한 부드러운 모습의 경사가 낮은 어머니 품처럼 다정다감한 '족은노꼬메'는
정답게 마주 앉아 있어서 '형제오름'이라고도 부르고
멀리서 보면 오름 모양새나 형체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이 든다.

봄을 부르는 생명이 속삭이는 상잣질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4월의 상잣질에는
짧은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숲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올벚나무'
변산아씨 '변산바람꽃'이 봄바람 타고 떠나버린 자리에는
종달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현호색'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조선시대의 10소장과 산마장을 군유지 또는 마을 단위 공동목장으로 분할하여
중산간 초원지대에 잣성을 새로 쌓거나 정비하고 10개의 목장을 조성하여 우마 등을 방목하였다.
잣성길 따라 펼쳐지는 무대, 천남성의 봄의 왈츠가 시작되었다.






멈춰진 초록의 시간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돌담 위에 이끼
그 아래에는 초록초록 '산쪽풀'이 자람 터를 넓혀간다.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넓게 펼쳐지는 푸르름을 더해가는 목초지,
탁 트인 그림같이 펼쳐지는 풍광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봄을 여는 숲 가장자리
햇빛이 다녀가고 바람이 길을 만든 곳에는 어김없이 끈질긴 생명력
작은 돌 틈에도, 땅바닥에도, 나뭇잎을 이불 삼아 봄을 깨우는 소리가 넘쳐난다.













이른 봄, 일찍 기지개 켜던 작은 들꽃들은
흔적을 남기고 봄바람 타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늦둥이들은 막바지 짧은 봄을 노래한다.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
황금접시꽃길을 만들어주었던 세복수초는 무성하게 자라고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가냘픈 몸으로 한껏 뽐을 내던 변산아씨 '변산바람꽃'은
흔적만 남기고 봄바람 타고 멀리 떠나버렸다.








상잣질 가장자리, 걸을 때마다 봄을 밟는 소리
바람도 멈춘 따스한 햇살에 빗장이 열린 봄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짙은 향기로 채워가는 '상산'의 시원하고 향긋한 내음
봄바람에 코 끝을 자극하는 '으름'의 은은한 향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걸어도 힐링이 되는 숲길
막 돋아나는 생기있는 연둣빛 새순,
새들의 예쁜 지저귐과 간간이 불어오는 작게 흔들리는 바람,
길을 걸으며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고
숲이 주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마음까지 여유로워진다.


하늘에서 봄바람에 춤을 추는 듯
연둣빛 새순이 연분홍 꽃망울을 털어내기 시작하는 '올벚나무'
출렁이는 목초지 너머로 한라산의 아름다움에 잠시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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