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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산자고'가 곱들락한 민오름(오라)~

by 고니62 2015. 3. 24.

'산자고'가 곱들락한 민오름(오라)~(2015.3.22.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민오름은

높이 251.7m, 말굽형 굼부리 형태를 한 나지막한 오름이다.

나무가 없는 풀밭오름이라 하여 민오름(民岳, 戊岳)이다.

옛날에는 오름이 민둥산이었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나무, 천선과나무, 예덕나무, 보리수나무, 밤나무 등

많은 나무들과 들꽃들이 자라고 있어 민둥산이라는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다.

 

제주시 연동과 오라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고,

신제주 신시가지와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름 중턱과 정상에는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체육공원으로 손색이 없고

산림욕과 잘 정비된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줄곧 운동삼아 20여년을 찾았던 오름이지만

재선충으로 인해 출입이 잠시 통제되면서 발길을 뚝 끊어 버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산자고'가 기지개를 편다는 생각이 들자

망설임없이 집을 나서 봅니다.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재선충 피해로 잘려 나간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흉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기분은 착잡합니다.

멀리서 전광판이 반짝거리고 바로 옆에 예쁜 간이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네요.

중턱에 있던 간이 화장실이 들머리로 이사 왔네요.

 

 

 

오름의 시작점입니다.

바로 눈 앞에 '미나리아재비'가 반갑게 눈 인사를 합니다.

안녕! 정말 오랫만이네..

 

[개구리갓]

 

[별꽃]

 

 

산책로에는 '별꽃'으로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밭 한 귀퉁이에 있었으면 잡초로 취급되어 벌써 밭 한구석에서 수난 당했을 아이인데

이 곳에서는 제법 폼나게 터를 잡은 탓에 꽃행렬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민오름 둘레 숲길]

 

몇 해 전에 민오름 둘레 숲길이 만들어져서

약1시간이면 정상을 오르고 내려올 수 있는 짧은 구간이라

운동시간이 모자란 분들은 둘레길을 걷고 오름 정상으로 오릅니다.

저는 목적이 따로 있어서 바로 정상으로 향합니다.

 

 

빈의자는 누구를 위한 쉼터일까요?

제가 안 온 사이에 없던 의자도 놓여져 있네요.

영화 속 장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오름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체육시설입니다.

저도 한 동안 '맨발건강 자갈밟기'를 하며

발만 마사지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몸 전체를 마시지하며 건강을 유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발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프답니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군락을 이루었던 등성이는

소나무 재선충으로 베어져 나가 군데군데 헝하니 정상까지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계단이 가파르다 보니 돌계단 숫자를 세며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으로는 262계단이었는데 딴 짓하느라 계단 세는 걸 놓쳐 버렸네요.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남조순 오름과 광이오름,

그리고 제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정자 뒤로 경방초소도 보이고 건조한 봄철이라 오름지킴이가 근무를 하고 계시네요.

예전에는 소나무로 둘러 싸여 있어서 조망이 막혔었는데

잘려 나간 소나무탓에 시원스레 조망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헷갈립니다.

 

정상에서는 눈 마주쳐 달라고 유혹하는 봄꽃들이 한창입니다.

누구를 먼저 담아야 될지 발은 동동, 손은 떨려 오고, 마음은 급해집니다.

 

[수선화]

 

[제비꽃]

 

[꿩의밥]

 

[산민들레]

 

[큰개불알풀(봄까치꽃)]

 

 

 

[산자고]

 

[자주괴불주머니]

 

 

 

아직도 노란 톱밥이 있는 걸 보면

최근에 잘려져 나간 재선충 소나무 자리입니다.

이 곳에서 맨손체조를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곳이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였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갑니다.

 

 

 

한라산 아래로 정실 마을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 옵니다.

 

 

[한라도서관]

 

오름 동쪽으로 한라도서관이 보이고 멀리 동부의

오름 능선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제주시내 사라봉과 별도봉, 원당봉이 보입니다.

 

신제주 지역에 민오름과 광이오름(한라수목원)이 있어서

시민들의 산책, 휴식공간과 체육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제주시내에는 저녁 붉은노을이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사봉낙조) 사라봉과

오름 전체를 시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산림욕코스로 별도봉이 자리하고 있어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름이 되었습니다.

 

[굼부리]


굼부리 안에는 이름 모를 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갈래 길입니다.

위로 오르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세 갈래 길이 나옵니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시멘트 길이 나오는데 오름 입구와 다시 만납니다.

저는 왼쪽길로 내려가는 길을 택합니다.

 

 

 

 

몇해 전에 태풍 피해을 입어 새로 만들어진 데크 다리가 보입니다.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고 나무가 쓰러져 한동안 산책로를 통제했던 곳입니다.

여름이 되면서 이 곳에는 '무릇'의 가느다란 꽃대에서

 보랏빛 향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책로입니다.

 

 

 

 

올라올 때 보았던 빈의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통꽃이 아름다운 '동백']

 

['팔손이' 열매]

 

 

처음 올랐을 때는 산책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오름 능선따라 비탈길로 정상에 오르기도 하고, 비온 뒤 미끄러져 낭패를 보기도 했었다.

오랫만에 찾아간 민오름은 너무나 달라 있었다.

화장실도 새롭게 단장을 했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울창하던 소나무림이 너무 많이 베어져 나간

자리가 흉한 모습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름을 내려 오는 동안에도 소나무를 잘라 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정상에서는 탁 트인 조망과 아름다운 새소리,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들꽃들이 들려주는 정겨운 이야기는

기분좋은 하루를 열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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