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래'가 사는 안세미오름(2015.3.31.화)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안세미오름은
말굽형 화구로 높이는 396.4m로 왕복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오름 기슭에 조리샘(쌀을 이는 데 쓰는 조리같이 생긴 샘),
조래천(깊은 산 속 새가 와서 먹고 가는 옹달샘),
명도천(조선시대 유학자 명도암선생의 은거지)이라
불려지는 샘이 있어 조리새미오름, 명도악이라 부르기도 하고,
샘의 안쪽을 안새미, 바깥쪽을 밧새미라 부르고 있다.
두 오름을 합쳐 형제봉이라고도 하며
안새미를 형봉(兄峰), 밧새미를 제봉(弟峰)이라고도 한다.
초록의 산달래는 어떤 향으로 오르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지
아름다운 봄 길을 걸어 볼까요~
오름으로 들어가는 기슭에는 울창한 대나무숲과
제비꽃들이 봄소풍을 나왔는지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기자기한 예쁜 옷을 입고 나온 봄처녀들은
내 여고시절 한껏 뽐내던 친구들을 보는 듯 반갑습니다.
오름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를 이루는 기슭에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조림되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조리샘]
굼부리 방향 오름 기슭에는 4단계로 구분해 놓은 조리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단은 식수, 2단은 채소, 3단은 빨래, 4단은 마소의 먹는물로 나누었는데
물이 귀했던 중산간 마을에 옛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샘 옆에는 '명도암선생유허비'가 세워져 있는데
비문은 국어학자 '이숭녕박사'가 지은 것이다.
'벌깨냉이'가 아름다운 삼나무길
'풀솜대'란 녀석이 자기를 봐 달라고 떼를 쓰네요..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구부려야 볼 수 있는 이 녀석은 인내력이 필요하네요.
'기다려 내가 곱게 담아 볼께~'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는 초록의 산달래가 고운 길을 열어 줍니다.
바람에 날아오는 향긋한 내음은 이 곳에도 봄이 한창입니다.
오름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보이는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바농오름~족은지그리~큰지그리~민오름~절물~거친오름으로
이어지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합니다.
정상에는 친절하신 산불감시원이 근무를 하고 계시네요..
더불어 산달래의 군락지인 이 곳을 잘 보호하는 임무도 맡고 계시네요.
은하수 땅 위로 내려 온 '큰개별꽃'
지나가는 오르미들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 보네요.
갈림길입니다.
밧새미쪽으로 내려가 둘레길을 돌아 나오는 걸로 합니다.
오른쪽 길은 조리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방향을 틀어 왼쪽 내리막길로 go go~
가는 길목마다 제비꽃이 지천입니다.
"얘~ 너 이름은 뭐니?"
안세미 오름은 명도암 김진용선생이 즐겨 산행했던 곳이라고 적혀져 있네요.
제비꽃들이 동창모임을 합니다.
"얘, 넌 또 이름이 뭐니?"
꽃 하나하나에 이름을 달고 있을 테지만
도대체 이 아이들을 구별하기는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을 동정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안새미를 내려와 밧새미로 가는 길에는
역시 이 곳도 재선충은 피해갈 수 없는가 봅니다.
도로도 많이 파헤쳐 있고, 공사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라난 나무로 인해 시야는 가려 있고, 오름 주변으로
임야와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새미와 기슭이 맞닿아 있고 명도암 마을에서 오름 기슭으로 이어지는 농로는
두 오름 사이를 관통합니다.
오래된 판근이 떡 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밟고 지나가게 되는군요.
'까마귀밥(여름)나무'의 군락지입니다.
하나, 둘 보이던 녀석이 오름 능선마다 노랗게 피어난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한발짝을 걷고 나면 보이는 것이 요 녀석입니다.
빨간 열매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까마귀밥이 열리는 나무란 뜻의 까마귀밥나무는 사람이 먹을 수 없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름은 열매의 옛말로 쉽게 풀이하면 까마귀가 먹는 열매라는 뜻의 나무 이름입니다.
줄사철과 으름덩굴이 나무를 감싸고 위로 올라 갑니다.
이 식물들이 벌이는 햇빛과의 끝없는 전쟁에서 누가 살아 남을까요?
'뫼제비꽃'의 요염한 자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이 고운 아이와 헤어질려니 발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앙증맞고 귀여운 녀석들...
밧새미를 오르고 둘레길 따라 내려오니 오름 기슭에 자리잡은 조리샘에 도착했습니다.
등산로와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오름을 내려오니 제주국제명상센터 주차장이 보입니다.
큰노리손이 가는 길에 처음 만난 살이 통통 오른 고사리...
큰노리손이는 예전에 오름 부근에 노루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노리('노루'의 제주어)오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동쪽 등성이는 가파르고 그 너머로 쓰레기매립장이 조성되어 있다.
잠깐 들릴 예정으로 간 오름은 끝없는 내리막길이...
예상치 못한 복병 '빗줄기'는 이내 멈춰 버리고 그 곳엔
또 다른 봄의 왈츠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풀솜대]
[현호색]
[자주괴불주머니]
[흰괭이눈]
[산괭이눈]
[개구리발톱]
[중의무릇]
[개족도리풀]
[애기사초]
3월 마지막날에 찾아간
안새미~밧새미 둘레길~차량이동 후~큰노리손이까지 가는 길은
봄향기 가득한 꽃길이었습니다.
하나, 둘 보이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여러 종류 제비꽃들의 화려한 외출은 끝없이 이어지고
재빠르게 꽃가루받이에 가담한 산괭이눈은 벌써 씨앗을 맺어 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궁금하면서도 늘 지나쳐 버렸던
오름과 함께 살아가는 '꿩마농(산달래)'의 향긋한 봄 내음은
아직까지도 코 끝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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