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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숨비소리 '순비기나무'

by 고니62 2016. 7. 10.

숨비소리 '순비기나무'(2016.7.8.금)


산방산이 보이는 뜨거운 오후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붙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길동무들과 답사길에 나섰다 잠시 머무른 곳엔

눈이 시린 파란하늘과 수평선이 잡힐 듯 솔빛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풀숲이 또렷하게 보이는 형제섬,

바위에 부딪치는 하얀포말은 구름을 만들고,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입술 벌린 연보라빛 순비기나무는

젊은 연인들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에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다.

한라산을 에워싼 먹구름은

산방산과 사계 바다의 멋스런 풍광으로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순비기나무]


마편초과/상록활엽관목인 순비기나무는

지하경이 옆으로 덩굴처럼 퍼져 '만형(蔓荊)', '풍나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바닷가 모래땅이나 돌 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생식물이다.

줄기는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면서 깊게 뿌리를 내리는데 군락을 이룬다.

타원형의 도톰한 잎은 마주나고, 앞면은 회백색으로 잔털이 촘촘하게 보이고 뒷면은 은백색을 띠고 있다.

연보랏빛 꽃은 7~9월에 원추 꽃차례로 피는데 입술모양을 하고 있다.

열매는 원형(핵과)으로 9~10월에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데 아주 딱딱하다.

바닷가의 밀원식물로 바다를 품은 귀한 존재다.

꽃말은 그리움이다.


해녀들이 물 속에서 숨을 참고 물질을 하다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제주방언)'라 하는데 순비기나무의 유래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해녀들이 겪는 만성 두통(잠수병)의 치료에 사용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만형자(蔓荊子)'라고 하여

두통이나 귓병, 안질 등에 쓰인다고 한다.

9월 말~10월 초 순비기나무 열매로 베개 속을 만들어 베면

바다향이 묻어나는 상큼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갯국]






초록과 붙타는 태양이 어울리는 뜨거운 여름

눈부신 파란하늘과 솔빛바다가 만들어내는 신의 선물...

제주 바다에 푹 빠져 풀 위에 엎드린 채 삼매경에 빠져든다.

이 곳이 신선이 머무는 곳, 무릉도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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