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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야생화언덕 '원물오름'

by 고니62 2017. 10. 12.

 

야생화언덕 '원물오름'(2017.10.10.화)

 

여름이 떠난 자리

파란하늘과 가을햇살은 자꾸 등을 떠민다.

꽃향유가 피었다는 소식에 온통 자주빛으로 물들였을 야생화언덕을 떠올리며

듣기만해도 설레는 가을꽃을 보러 평화로를 달린다.

 

기슭으로 이어진 원물오름과 감낭오름

두 오름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안덕충혼묘지에 주차를 하고

소와 말들이 내어준 오름길을 따라 가을로 들어간다.

 

 

 

오름 초입에는 외래식물들이 터를 넓혀간다.

색바란 '큰도꼬마리'와 무시무시한 가시로 위협하는 '왕도깨비가지'

전체에서 강한 냄새가 나서 붙여진 쓰레기풀 '만수국아재비'까지

왕성한 모습은 무서운 속도로 오름을 뒤덮을 기세다.

 

 

[큰도꼬마리]

 

 

[만수국아재비]

 

 

 

 

[왕도깨비가지]

 

 

[원물]

 

조선시대에 동광리 입구에

원(院 : 출장하는 관원들을 위해 두었던 국영의 숙식시설)이

있었음에 연유해 이 곳의 샘물을 '원물'이라 했고

대정 원님이 제주목을 다녀오다 오름 입구에 있는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고 해서 원물,

원나라가 목장을 설치하여 그 물을 이용하였다고 하여

'원수(元水)'라고도 전해진다.

 

원물오름은 안덕면 동광리

표고 458.5m, 비고 98m로 말굽형(서쪽)을 하고 있는

동서로 길게 야트막한 오름으로

원물오름(院水岳)의 명칭은 남녘 기슭에 있는 샘에 연유한다.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오름길은 말똥과 소똥으로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바싹 말라버린 말똥은 먼지를 일으키고 아직 젖은 말똥은 밟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올라가는 동안 색바란 고사리밭이 넓게 펼쳐진다.

 

 

 

[원물오름]

 

왼쪽으로 원물오름, 오른쪽이 감낭오름이다.

원물오름에 밀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던 감낭오름

원물오름과 나란히 이어지지만 별개의 오름이다.

예전에 오름 주변에 감나무가 있었음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

 

'감낭오름'으로 향한다.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은

멀리서 보면 두 오름이 길게 가로누운 형체를 띠고 있는데

감낭오름이 동북쪽 기슭자락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감낭오름은 표고 439.8m, 비고 45m로

오름사면은 완만하고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북동향의 말굽형 굼부리가 있지만 많이 침식되어 있고

화구쪽 사면은 풀밭을 이루고 그 외 사면은 삼나무 등이 조림되어 있다.

정상에는 이름 모를 묘와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군락

산방산 뒤로 군산~월라봉~형제섬~단산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감낭오름이 숨겨지고 감춰두었던 아름다운 명장면을 연출한다.

 

감낭오름을 내려와 원물오름으로 향한다.

 

 

[감낭오름]

 

죽어서도 오름과 함께하는 제주 사람들

오름 정상과 기슭에 산담 안으로 달걀을 얹어놓은 듯

깔끔하게 정리된 묘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감낭오름은 점점 멀어지고
소와 말들이 다니면서 내어준 오름길에는

봄과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들꽃들이 흔적을 남겼다.

아름다운 모습을 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에 시간을 거꾸로 사는 아이들

오름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등성이마다

여름을 이어주는 가을꽃들의 들꽃세상이 펼쳐진다.

 

 

[산부추]

 

 

[송장풀]

 

 

[바늘엉겅퀴]

 

 

[당잔대]

 

 

[층층잔대]

 

 

[선이질풀]

 

 

[이질풀]


 

[여우콩]

 

 

[진득찰]

 

 

[금불초]


 

[들깨]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 오름이랄까?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이 삼형제처럼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북쪽 봉우리에는 넓은 바위들이 박혀있는데

바위 아래는 비와 바람을 피하기에 꽤 넓은 공간이다.

 

 

 

 

 

 

 

 

 

바람코지라 바람이 머무는 까닭일까?

키 작은 들꽃들의 움직임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벼랑 위로 산박하와 개쑥부쟁이가 어우러져 터를 넓혀나가고

보고 싶었던 한라꽃향유는 아직은 이른듯 봉오리 터트릴 준비를 한다.

야트막한 야산처럼 보이는 오름이지만

별천지가 여기인듯 정상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짚신나물]

 

 

[미역취]

 

 

[돌가시나무]

 

 

[떡윤노리나무]

 

 

[오이풀]

 

 

[나비나물]

 

 

[한라꽃향유]

 

 

[개쑥부쟁이]

 

 

 

 

 

 

 

 

[굼부리]

 

자그마한 언덕들은 정상을 향해

남북의 두 등성이를 이뤄 서쪽으로 펑퍼짐한 말굽형 굼부리를 이루고

오름 대부분은 초지로 덮혀 남북의 두 봉우리 사이의 풀밭은 정겹게 느껴진다.

삼나무와 소나무, 자연림이 자라고 있지만

민틋한 등성이에는 부드러운 잔디가 자라고 있다.

 

 

[정상]

 

한적한 오름의 정상은 말들이 주인일까?

말들은 등성이마다 말똥으로 흔적을 남기고 여유를 즐긴다.

자그마한 언덕, 부드러운 곡선은 정상까지 이어지고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인 모습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예전에 제주로 가려면 모두 이 산간지대로 다녔는데

동광 육거리는 제주, 한림, 대정, 서귀포 방면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이다.

동광검문소를 중심으로 사통팔달(四通八達)의 모습이 확인된다.

 

사방으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뚜렷하기만 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솟아오른 봉우리와 변화무쌍한 광야

산방산 너머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는 마라도와 가파도의 아련함

북쪽으로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은 

사이좋은 삼형제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수크령]

 

한낮의 깜짝 더위는

여름이 떠난 자리가 아쉬운 듯  겉옷을 벗게 하지만

 가을의 왕자 '수크령'의 작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한라꽃향유의 가을향기와 화려한 자주빛카펫을 깔아놓은 듯 오름을 뒤덮을 때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을 하면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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