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품은 '마흐니오름'(2017.11.29.수)
밤새 내린 가을비에 젖어버린 아침
계획대로 수망리 마흐니숲길로 향하는 동안 다행히
오락가락 내리던 비는 멈췄지만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는 움츠리게 한다.
지난번에 오르지 못했던 마흔이오름까지 갈 계획으로
숲길에 숨어있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질퍽한 포인트 지점을 알기에 스틱을 미리 준비했다.
날씨 탓도 있지만 탐방로 입구는 한산하고
몇몇 등산객만이 우리 일행과 눈인사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같은 곳으로 향한다.
[올리튼물]
숲길 입구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나무지팡이
흠뻑 젖은 땅은 자칫 미끄러워 넘어지는 불상사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음씨 좋은 이웃 님들이 배려하는 고운 마음이 전해진다.
숲길을 들어서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는
가을옷을 벗어던진 채 수북이 쌓여 갈색 낙엽카펫을 깔아놓았다.
걸을때 마다 푹신함이 전해지는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은
서서히 겨울로 가는 중이다.
[조금끈경계]
하늘을 가린 초록의 숲과 계곡을 지나니
가을비에 색바랜 억새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힘없이 흔들거린다.
숲 속은 곶자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
얼기설기 엉킨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돌 위를 덮어버린 고사리류, 돌무더기,
일제강점기 및 4.3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 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집터 등이 보인다.
1948년 제주 4.3사건 이전에는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지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사냥을 했던 곳이라 한다.
[검정개관중]
[화전민 집터]
가을비가 남기고 간 숲 냄새
숲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루고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 강한 나무
빈 새집에 주인 행세를 하는 나뭇잎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은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는 별이 계곡으로 쏟아진 듯 계곡을 빨갛게 물들이고
흙 위엔 나뭇잎으로 푹신한 이불을 깔고 숲 속 보물들은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한다.
[소엽맥문동]
[자금우]
[천남성]
[석송]
[뱀톱]
[흰목이]
[말뚝버섯]
늦가을 추억을 담으며 미끄러지지 않게 애쓰는 동안
지루할 틈도 없이 수직의 정원 삼나무숲은 환상의 길로 안내한다.
삼나무 숲길의 푹신한 흙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만큼 부드럽고
숲에서 뿜어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젖은 흙냄새는 코를 바쁘게 움직이게 하고
가만히 서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커다란 삼나무 품에 안겼다.
먹구름을 밀어내고 앙상한 나무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연초록의 푸르름과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던 오색단풍은 바닥에 나뭇잎 길을 만들고
사각사각 나뭇잎 밟는 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는
늦가을 정취를 느끼며 몸과 마음이 힐링된 듯
편안한 숲길의 아침이 느껴진다.
[마흐니 용암대지]
마흐니 용암대지는
물장올에서 유출된 물장올조면현무암이 수십회에 걸쳐
흐르는 과정에서 용암유로를 따라 흘러나온 용암이 편평하게 굳어져 만들어졌다.
물장올조면현무암 5~6매가 시루떡처럼 굳어진
용암류의 상부를 흐르는 물에 의한 풍화,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용암단애를 관찰할 수 있다.
비가 내리면 용암단애에서는 폭포수를 이루고 하부에서는 소(沼)를 형성한다.
마흐니오름 하부 의귀천의 짧은 구간에서 용암단애들로 이루어진 5단계의 폭포가 있으며
수십 차례의 용암 유출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는 안내글 설명이다.
[중잣성]
[마흐니 수직굴]
굴 속 따뜻한 공기가 바깥 찬공기를 만나 하얀 수증기가 솟구쳐
차가운 가을공기는 수직동굴 주변으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흐니 수직굴은 일반적인 용암동굴이 수평으로 발달하는 것과 달리 수직으로 발달하여
수직굴 직하부에서 남쪽(수망리 민오름)으로 수평굴이 형성되어 있어
'ㄴ' 자 모양을 하고 있는 독특한 동굴이다.
동굴의 깊이는 약 20m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직경이 커진다.
마흐니 수직굴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휘석과 사장석 반정을 함유하고 있는 물장올조면현무암이다.
[정부인 묘]
조선시대 후기에
제주 명월진 만호(萬戶)를 지낸 황한규의 정부인 이씨의 무덤
이 무덤은 20세기 초반 제주 사회의 전통적인 무덤 양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봉분 앞 양 옆에는 4단에 8각으로 만든 멍군석(망주석)이 세워져 있다.
산담은 앞이 짧고 뒤가 길게 된 역사다리꼴로 두르고
접담(겹담)으로 되어 있다.
숲에 가려 찾지 못했던 묘는 정비를 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묘 가장자리는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엉켜 있고
밑둥을 자른 흔적이 보인다.
[마흐니 궤]
마흐니 궤는 반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폭이 약 10m, 높이가 약 7~8m에 이르고 깊이는 4m정도 되는 바위굴로
마흐니 오름 남남서쪽 의귀천 상류 계곡에 있다.
궤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물장올조면현무암으로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궤의 상부로 모여 낙수를 만든다.
마실 물이 있음으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이 겨울철에 노루 사냥이나 나무를 벌채하기 위하여
마흐니 궤 내부에서 며칠 동안 숙식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지난번 아쉽게 오르지 못한 오름까지는 300m...
마흐니오름은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표고 552m, 비고 47m인 말굽형 분화구이다.
마안이오름, 마하니오름 등으로 불리워지고 마흐니오름 근처는
일제강점기 및 4.3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 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흔적 등을 만날 수 있다.
1948년 제주 4.3사건 이전에는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지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사냥을 했던 곳이라 한다.
시야가 흐려 정상에서는
물영아리오름의 희미한 실루엣 정도만 보일뿐 사방이 꽉 막혔다.
새들의 늦은 도시락 팥배나무 빨간 열매가 바닥에 뒹글뿐
오름 정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오름 앞 쪽에는 '따비튼물' 동네에 40여호가 거주를 했고,
동쪽에는 '새빗모르' 한 동네가 있어서 물영아리오름까지 왕래를 자주 했다.
구전에 산신이 노하면 이 곳 분화구 일대가
안개에 휩싸이고 천둥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져
길을 잃기 십상이고 목숨을 잃는 일도 있어
물영아리오름에 식수를 길러갈 때는
늘 몸가짐을 조심하고 떠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산길에 다시 만난 마흐니궤
마흐니숲길은 5.3km(왕복 10.6km)로 3~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조금 아쉬운 것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길동무들의 아름다운 뒷모습
버려진 쓰레기의 주인은 느끼고 있을까?
아름다운 마음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이 있다는 것을...
오색을 품은 보물을 숨겨두었던 숲길
그 끝에는 마흐니오름과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흐트러진 듯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듯 신비스런 비밀의 문은
겨울을 지나 봄의 오는 길목에 다시 찾아오게 한다.
'오름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숲이 아름다운 '제지기오름' (0) | 2017.12.24 |
---|---|
자금우 천국 '달산봉' (0) | 2017.12.16 |
바람의 정원 '거미오름' (0) | 2017.10.14 |
야생화언덕 '원물오름' (0) | 2017.10.12 |
물빛 고운 '서모오름(서우봉)' (0) | 2017.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