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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자금우 천국 '달산봉'

by 고니62 2017. 12. 16.

자금우 천국 '달산봉'(2017.12.13.수)


빨리 찾아온 겨울추위는  

한라산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리고 산간에 내린 눈은

하천리에 위치한 달산봉으로 향하게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도로 한 켠에 쌓인 눈은 진짜 겨울이 느껴진다.

표선면 하천리 좁은 농로길 따라 가다보면 오름 기슭에 도착하는데

오름 들머리에는 A와 B코스의 시작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정상까지 여러개의 길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의형제 오름 '달산봉과 제석오름'  

두 산체가 이어져 있는 모습이지만 서로 다른 독립된 화산체이다.

달산봉과 제석오름을 이어주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두 산체는 함께 만나는 필수적인 관계인 듯 하다.





[자금우]


A코스 출발지점인 제석오름을 시작으로

한 발짝 걸었을 뿐인데

오름 들머리부터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곧음과 푸르름의 상징

소나무가 뿜어내는 은은한 솔향기

그 아래에는 '자금우'가 빨간 진주를 달고 반긴다.





등성이와 기슭의 일부는

망자들을 받아들이는 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수북이 쌓여있는 갈색 나뭇잎의 푹신함

사각사각 나뭇잎 밟는 소리가 조용하던 숲 속의 아침을 깨운다.



[먼지버섯]


거리가 짧은 탓에

달산봉에 딸린 오름 혹은 알오름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름을 갖고 있는 오름 '제석오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천제(天祭)를 지냈을 만큼 중요한 곳이었다고 한다.

제석오름의 표고는 87.5m, 비고는 48m로 화구가 없는 원추형이다.

이웃한 달산봉에 딸려 있어 새끼오름 정도로 불려도 되겠지만

산체의 특징과 구분이 확연하여 '제석오름'이란 오름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정상부 주변의 양 방향으로 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봉수대 터]


봉수대 터는 원형의 낮은 봉우리로 남아있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모습까지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

해비치리조텔과 주변 해안경관이 아름다운 전망 좋은 곳이다.

봉수대 주변으로는 잡초가 무성하고 주위로 소나무가 에워싸여 있는 모습으로

달산봉수는 조선시대 정의현에 소속된 봉수로  

토산봉수와 남산봉수에 응했다고 한다.


[여우콩]



어느 방향을 초입으로 하는지

양방향으로 나눠지는 산책로가 나 있다.

좌측 200m 오름 정상은 달산봉 정상이고 우측 800m 오름 입구는 제석오름 입구이다.

달산봉 정상까지는 봉수대 터에서 200m라는 안내글이 보인다.




[정상]


오름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바다위의 궁전 '성산'과 최고의 절경을 만들어내는 원형의 표선백사장이 넓게 펼쳐진다.

동쪽사면은 가파르고 서쪽 등성이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화구 앞쪽에 제석오름이라는 알오름이 있다.


정상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은 없지만 대충 정상임이 짐작되고

주저앉은 의자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정상의 흔적은 없다.

상록의 두 그루 나무가 터줏대감인냥 정상을 지킨다.




달산봉(達山峰)은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에 위치한

해발 136.5m, 높이 87m로 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를 이루고 있다.

세 개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이어져 길게 누워있는 형태로

모양새가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천리 주민들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

대부분의 오름은 한라산 자락을 타고 그 주위에 모여 있지만

다른 오름들에 비해 한라산과 멀리 떨어져 있어 '탈산봉(脫山峰)'

과거 오름 정상부에 달산봉수대를 설치하였던 데서 '망(望)오름'이라 불리고 있다.




[음나무(엄나무)]

물갈퀴가 달린 오리발처럼 생긴 커다란 잎이 특징인 음나무

떠나는 가을을 붙잡고 목마름에

하나, 둘 떨어지는 노란단풍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겨울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주는 겨울이야기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숲향기는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오름 들머리부터 소나무와 빨간 진주를 단 자금우가 반기더니

정상까지 비쭈기나무, 까마귀쪽나무, 사스레피나무, 아왜나무, 생달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밤나무, 음나무, 상수리나무, 예덕나무 등 낙엽활엽수들이 커다란 숲을 이루고

그 아래에는 계절을 잊은 듯 막바지 들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콩짜개덩굴]


[마]

[송악]


[백량금]


[큰천남성]


[가시엉겅퀴]


[주홍서나물]


[울산도깨비바늘]



[고사리삼]






바닥에는 야자매트와 고무매트가 깔려 있고

급경사 비탈길에는 지그재그의 나무계단이 운치가 있다.

수북이 쌓인 마른 낙엽이 사각사각거리는 소리

푹신한 갈색 카펫 위를 걷는 듯 자연이 남기고 간 가을소리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잎이 큰 밤나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계절을 잊은 듯 무덤가에 피어있는 보라색 꿈

겨울여행을 서두르는 들꽃들은 바삐 움직이는데 시간을 거꾸로 사는 아이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피는 꽃 '제비꽃'과 눈 마주쳤다.

할 수 없이 허리를 숙여 담고 갈 수 밖에...




첫 방문이라 조금은 헷갈리는 안내표지판

달산봉과 제석오름은 의형제처럼 떨어진 것 같지만 붙어있고

비교적 낮은 오름이지만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정상까지 천천히 걸어 1시간 정도면

숲의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성읍으로 가는 길에 노랗게 익은 아름드리 멀구슬나무의 둥근 열매가

초록빛이 무색해지는 삭막한 겨울을 더욱 빛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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