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이 있는 '자배봉'(2017.12.25.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보지만
전날 내린 겨울비와 차가운 바람은 자연스럽게 어깨를 움츠리게 하고
포도송이처럼 길게 매달려 있을 '이나무'의 빨간 열매를 떠올리며
따뜻한 남쪽 오름 '자배봉'으로 향한다.
새로 단장한 오름 들머리를 지나
자생식물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망대로 향한다.
[먼나무]
낙엽 진 겨울날~
초록의 잎 사이로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먼나무'가 시선을 끈다.
가을이 되면서 가로수의 진가를 보여주는 빨간 열매의 주인공
저 나무는 뭔 나무예요?
저 나무는 '먼나무'입니다.
영원히 이름을 모르는 나무, 진짜 이름이 '먼나무'
[이나무]
이 나무는 무슨 나무입니까?
이 나무는 '이나무'입니다.
손바닥 크기의 커다란 하트모양의 잎,
다른 나무들과 경쟁에서 밀려나 흔히 볼 수 없는 나무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 포도송이처럼 콩알 만한 빨간 열매가 탐스런 새들의 늦은 도시락
흐트러짐없이 단아한 모습이 돋보이는 정감가는 나무다.
[자생식물원 전망대]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조금은 숨이 찬 듯 하지만
물 위에 떠 있는 타원형 모양의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한 지귀도,
포개져 보이는 섶섬과 제지기오름, 멀리 문섬으로 이어지는
바다 풍경은 언제 보아도 설레게 한다.
[백량금]
전망대를 지나 오름가는 등성이에는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초록의 숲은 나뭇잎을 떨구고
바싹 마른 채 떨어진 밤나무가 만들어준 푹신한 갈색 낙엽길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다.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자배봉은
표고 211.3m, 비고 111m로 원형 형태를 하고 있고
넓고 깊은 깔대기형 굼부리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오래전부터 자배낭(구실잣밤나무의 제주어)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보아 자배봉(오름)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어 '망오름'이라고도 불린다.
북쪽과 남쪽 두개의 봉우리가 뚜렷하고 굼부리 안에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네 갈래길에서 오름순환로 따라
봉수대가 있는 봉우리 방향으로 오른 후 굼부리로 내려간다.
[봉수대]
봉수는 조선시대 제주 지역의
관에서 변경의 정세를 중앙에 전하던 군사통신 조직으로
봉수대는 20km 밖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였다.
봉수대는 오름 정상부에 설치된 봉수와
해안 구릉에 설치된 연대로 나눌 수 있는데
자배봉 봉수대는 동쪽으로는 토산봉, 서쪽으로는 예촌망까지
불(봉화)를 피워 통신의 임무를 하였다고 한다.
[고인돌]
고인돌의 일반적인 의미는
지상이나 지하의 무덤 바위에 거대한 덮개 돌을 덮은 선사시대 무덤의 일종이다.
고인돌은 선돌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석문화의 산물이며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제주도 고인둘의 일반적인 분포는 해발 100m 미만의 해안지대에 밀집되어 있으며
괴석형이며 1-2m 남짓한 소형고인돌 10여기가 자배봉 동쪽과 서쪽에 분포되어 있다.
큰바위(돌)를 3~4개의 돌로 괴어서 받치고 있다고 해서
'고인돌'이라 하는데 고인돌은 순수 우리말이다.
안내글 설명이다.
[삼각점]
우리나라 모든 측량의 기준이 되는 국가기준점인 삼각점
[바위를 깨뜨린 사스레피나무]
바위를 가르고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사스레피나무
끈질긴 생명력은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오랜 세월 동안 견뎌온 댓가인 듯 하다.
위대한 자연의 생명력은 우리들에게 무언의 암시를 한다.
[편백나무]
[소나무]
[삼나무]
삼색이 확연이 드러난 수직정원
향기 솔솔 편백낭(편백나무)
독야청청 오래 살아 소낭(소나무)
쑥쑥 자라 쑥대낭(삼나무)
삼색의 편백나무, 소나무, 삼나무의 고집스런 녹색의 푸르름은
가던 길도 멈추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솔향기 가득한 숲길~
솔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솔바람 자연과 잘 어울리는 나무 아래
겨울철 숲 속 탐스런 모습으로 숨어있는 자금우와 백량금이 얼굴을 내민다.
6월이 시작될 무렵 하얗게 꽃을 피우고
겨울비와 차가운 바닥에서도 반질거리는 초록잎과 빨간 열매는
겨울을 빛내주는 숲 속 주인공들이다.
[마삭줄]
[백량금]
[자금우]
[말오줌때]
[배풍등]
오름 등성이따라 편백나무의 기운을 느끼며 내려오는 길에는
정비된 산책로 사이에 조경석과 쉼터를 만들어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네 갈래길에 의자 사이로 난 길이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구분담]
[굼부리]
밀림을 방불케하는 원형의 굼부리는 매우 넓고 숲 지대를 이루고 있다.
찔레, 청미래덩굴들이 뒤엉켜 밀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오름 '안부리'라고 불리는 굼부리에는
조배낭(구실잣밤나무) 군락지와 여러 종류의 고사리들이 터를 넓혀간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빽빽한 숲 사이로 날개를 편 두루미천남성의 우아한 자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빨간 열매가
굼부리를 지킨다.
[두루미천남성 6월12일 촬영]
[큰천남성 열매]
[고사리삼]
[콩짜개덩굴]
오름능선을 따라 한바퀴를 돌고
다시 순환로 따라 굼부리를 돌아 나오니 세 갈래길이 나온다.
[오름입구, 오름순환로, 자생식물원 전망대 표지판]
공사중이던 오름 입구는 말끔히 정돈되어 있다.
오름 초입에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능선을 따라 도는 오름순환로와 굼부리를 따라 도는 두개의 탐방로가 있다.
등성이 따라 오름의 바깥쪽을 먼저 돌고 난 후 안쪽을 돌다 보면
위미방향과 한라산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밀림 속에 들어온 것 처럼 서로 다른 모습에서 오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오름이다.
주차장 가는 길에 널브러진 밤송이
바짝 말라버린 큼지막한 밤나무의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누워 있는 인자한 얼굴을 한 눈 덮힌 한라산이 살짝 드러난다.
밀림을 방불케하는 넓고 깊은 굼부리와 거대한 고인돌,
봉수대와 포제단, 멋스럽게 다듬어진 조경석,
그늘진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수 놓았던 겨울 숲 속 보석 '백량금과 자금우'가
유난히 많았던 자배봉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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