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꽃 '마삭줄'
지귀도와 섶섬 그리고 눈덮힌 한라산 자락따라
고근산과 각시바위가 뚜렷하게 보이는 따뜻한 보목마을
수직의 낭떠러지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겨울 햇살 아래 새의 깃털처럼 반짝이는 마삭줄 열매를 담는 모습은
조금은 위태해 보이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잔잔한 속삭임으로 다가 온 바람개비를 닮은 하얀 별꽃
잎맥이 선명한 마삭줄 잎은 가을을 타는지 붉게 타들어간다.
마삭줄은 협죽도과의 상록활엽덩굴나무로
산 기슭의 그늘진 숲 속이나 바위틈이 자람터로 남부지방에 자생한다.
마삭(麻索)은 삼으로 꼰 밧줄을 뜻하는데
마삭줄은 삼밧줄 같은 줄이 있는 덩굴나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삼처럼 질기지는 않지만 간단한 밧줄로 사용이 가능하다.
은은한 향으로 코를 자극하며 사계절 초록방패가 되어
큰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바위나 땅을 뒤덮기도 한다.
강한 햇빛을 좋아하지 않는 마삭줄은
공기 중에 노출된 짧은 공기뿌리가 큰 나무의 껍질에 붙이면서 올라가거나
바위를 기어오르며 자라지만
다른 나무를 숨막히게 하는 등나무와 사뭇 다른 모습이
덩굴식물 중 신사다운 배려가 있는 식물이다.
타원형의 마주나는 잎은 표면에 광택이 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환경변화에 따라 잎 모양의 변화가 크다.
왕성한 잎은 겨울에도 초록덮개가 되어 눈을 맑게 해준다.
정원이나 공원의 정원수로 이용하고 분재용 소재로도 많이 사용한다.
적갈색을 띠는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올라가고 줄기는 덩굴성으로 가는 편이지만
가지에는 털이 있고 5m까지 자란다.
5~6월 가지 끝에서
바람개비 모양을 한 다섯장의 하얀 꽃이 피는데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빛으로 변하고 향기가 진하다.
가을(9~10월)이 되면서
원통형의 골돌과(콩 꼬투리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데
2개가 서로 평행하거나 옷걸이와 카이저수염 모양의 열매 자루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꼬투리모양의 열매는 익으면 벌어지는데
은백색의 많은 털이 끝에 붙어 씨는 바람타고 멀리 흩어진다.
[마삭줄 충영(벌레혹)]
환하게 웃는 하얀 별을 닮은 바람개비꽃
은은한 향기는 담벼락을 타고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새의 깃털을 닮은 은백색의 털이 날리던 그 숲길
그 깃털을 담느라 애간장을 태웠던 내 마음의 숲을 열었다.
마삭줄의 꽃말은 '하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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