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름 나들이

봄꽃 마중하는 '왕이메'

by 고니62 2018. 3. 5.

봄꽃 마중하는 '왕이메'(2018.3.4.일)


봄날씨가 심술을 부리는 3월~

한파와 폭설로 뒤덮혔던 제주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지독했던 추위는 굼부리의 봄도 늦게 찾아왔다.

굼부리의 봄은

언 땅을 뚫고 나온 세복수초에서 시작된다.

지금쯤이면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굼부리를 노랗게 물들일텐데...

늦게 찾아 온 봄이지만 어느새 기지개를 켜는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온 몸을 활활 태우며 한해를 열어주었던 새별오름을 지나

화전마을을 잇는 도로로 들어서면

크고 작은 여러개의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어 하나의 커다란 산체를

이루고 있는 여느 오름처럼 보통의 오름을 보게 된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 위치한 왕이메

옛날 탐라국의 삼신왕이

이곳에 와서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고 하여 오름의 이름이 '왕이메'라 전해진다.

복합형 화구로 높이 612.4m, 정상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문을 활짝 열고 봄꽃 마중하러 굼부리로 들어간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터널을 지나니 탁 트인 왕이메의 모습이 드러난다.

오름 정상에는

산굼부리와 흡사한 깔대기형의 원형굼부리(일명 베리창, 깊이 101.4m)와

화구 주위에 작은 굼부리들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화구바닥에서 부터 조림되어진 삼나무와 오름 전사면의 소나무 등으로

자연림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구름을 머금은 날씨 탓에 흐릿한 전망이 아쉽다.



[일본군 진지 수직 동굴]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어 놓은 인공 진지동굴의 일부로 추정하는데

현재 오름의 남부 능선에 2개의 진지 수직 동굴 존재를 확인했고

깊이는 오름오름회에서 실측한 결과 15m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전사면은 소나무, 삼나무, 상산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등성이 따라 이어지는 큰 굼부리와 정상에서 진입이 가능한 작은 굼부리

두 개의 굼부리 사이에는 울창한 삼나무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상산나무]



[원형굼부리(베리창)]


굼부리는 녹색 잎을 만들기 전이라 삭막하지만

바람도 멈추게 해주고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은 굼부리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차가운 바닥에도, 돌 틈에도, 나무 밑에도 봄은 소리없이 찾아왔다.

언 땅을 뚫고 나온 황금접시를 연상하는 '세복수초'의 환상적인 모습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는 변산아씨 '변산바람꽃'

기지개를 켜는 보송보송한 털이 앙증맞은 '새끼노루귀'까지

마음씨 고운 작은 봄꽃들은 봄의 기운을 불어 넣는다.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새끼노루귀]


아쉽지만 굼부리를 뒤로 하고

수직 정원 '삼나무'가 주는 편안한 길을 따라 고수치로 향한다.






광활한 초원에도 봄은 찾아오고...

길 끝에서 빛이 그려낸 그림은 세월의 숲이 느껴진다.

쑥쑥 자라 쑥대낭(삼나무)

눈으로 한 번, 마음으로 한 번, 그리고 사진으로 담았다.




잠시 머물다가 설레임만 남기고 봄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지만

봄은 속삭인다~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 숲길'에서 행복한 하루를 가져가라고...

삼나무길 끝에는 빛과 희망이 보인다.


'오름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섭지코지 '붉은오름'  (0) 2018.03.25
'절물오름' 봄꽃이 활짝...  (0) 2018.03.10
한라수목원 '광이오름'  (0) 2018.01.29
성산 일출봉  (0) 2018.01.10
삼색이 있는 '자배봉'  (0)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