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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

by 고니62 2018. 6. 19.

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


산철쭉을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1100도로를 달리는 동안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곧음과 푸르름의 상징

소나무가 뿜어내는 은은한 솔향기가 차 안으로 들어온다.

늦게 출발한 탓에 걱정했던 주차는

백록담으로 향했는지 생각보다 영실 주차장은 비어 있다.




[민백미꽃]


우거진 영실 소나무 숲,

경계하는 새들의 삐쭉이는 소리,

계곡의 시원스런 물소리, 흙내음에 걸음을 늦춰보지만

계속되는 경사에 숨이 깔딱거리는 깔딱고개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조릿대 사이에 숨어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빛으로 반기는 '민백미꽃'

반갑다~ 민백미야...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려져 있는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는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靈室) 병풍바위'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오백장군)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뒤로

파란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고

아침 햇살의 눈부심은 황홀경에 빠져든다.




해발 1,500m를 지나면서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구상나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칩엽교목의 한국특산식물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 분포한다.

한라산 해발 1,400m부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는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상록침엽수이다.





초기의 수형은 원뿔모양의 아름다운 수관을 가지고 있고

자라면서 원추형으로 변해간다.

키는 18m에 달하고 줄기의 껍질은 매우 거칠어 보인다.



잎의 길이는 짧고 잎 끝이 얇게 갈라진 모습으로

잎 뒷면에 2줄의 기공선이 흰색을 띠어서

멀리서 보면 나무 전체가 은녹색의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잎은 향기까지 있어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고

원조 크리스마스트리가 곧 한라산 '구상나무'이다.

구상나무는 잎 속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어

안개와 빗물에 젖은 가지와 잎이 불에 쉽게 타기도 한다.





[수꽃]


암수한그루인 구상나무는

4~6월에 솔방울 모양의 다양한 색의 꽃이 피고

9월 계란 모양의 솔방울 열매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선 모양이

아름다운 한반도 고유 수종이다.


[암꽃]






씨를 감싸는 잎처럼 생긴 포편(苞片)의 끝에는 뾰족한 돌기가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 분비나무와 구별이 된다.

구과의 색에 따라 검은구상, 푸른구상, 붉은구상으로 불린다.


[분비나무(설악산)]


[검은구상]


[푸른구상]


[붉은구상]


구상나무를 신종 식물로 발표한 사람은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다.

제주 사람들이 '쿠살낭'이라 부르자

'구상나무'라고 이름을 지어 전 세계로 알려준 윌슨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명에서 보듯 생물주권을 빼앗겨 버린 현실이 아쉬움을 남게 한다.

(학명 : Abies koreana E. H. Wilson)

원추형 수형이 균형잡힌 모습이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제주어로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칭하는데

아마 구상나무 잎이 성게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쿠살낭'이라 불렀으리라 짐작한다.






[구상나무 숲]


기후변화로 구상나무 자생 군락지는 점차 사라져가고

건강하게 수명을 다한 나무는 매끈하게 뻗은 굵은 가지가 다각도로 기개를 보여주지만

수명을 다하지 못한 나무는 잔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한라산의 혹한기 추위와 매서운 바람에 견디지 못한 구상나무는

뿌리째 뽑혀 드러 누워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살아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한라산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구상나무'는

고산지역의 다양한 모습과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수종이다.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한반도 고유 수종인 상록침엽수 '구상나무'와 '좀고채목' 등의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져

혼효림을 이루며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빛내주는 주인공이다.

구상나무의 꽃말은 '기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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