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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수망리 '마흐니숲길'

by 고니62 2018. 10. 5.

수망리 '마흐니숲길'(2018.10.3.수)


험하고 거칠다는 뜻의 '마흐니'

오색을 품은 숨겨두었던 비밀의 숲길

비탐방로였던 마흐니오름을 잇는 '마흐니숲길'이 개방된지 1년...

그 사이 어떤 모습으로 단장했을지

설레임과 궁금함은 수망리로 벌써 달음박질한다.



물영아리오름 맞은편 탐방로를 시작으로

조금끈(경계)~장구못~삼나무숲길~쇠물통~용암대지~수직동굴~

정부인묘~마흐니궤~오름 정상으로 이어진 탐방로는 

5.3km로 왕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크령과 금강아지풀]


숲길로 가는 농로길

들판에는 가을의 왕자 '수크령'과 

빽빽하게 붙은 작은이삭 가시털이 금빛을 띠는 '금강아지풀'이

가을 들판을 휘젓고 다니고

열매로 염료를 만드는 귀화식물 '미국자리공'

척박지에서도 잘 자라는 가을 들판의 주인공 '쑥부쟁이'

막질의 농자색 맥이 뚜렷한 '노란꽃땅꽈리'는

가을 햇살에 무르익어 간다.


[미국자리공]


[쑥부쟁이]


[노란꽃땅꽈리]


[올리튼물]




하늘을 가렸던 초록의 숲과 계곡

조금끈(경계)을 지나니 탁 트인 벌판에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붉은 속살을 드러낸 억새의 은빛 향연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별난 구름, 그리고 억새의 춤사위는

또 다른 가을 풍광을 만들며

마흐니숲길에도 예쁜 가을이 내려앉았다.



숲 속은 곶자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

얼기설기 엉킨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돌 위를 덮어버린 고사리류, 돌무더기,

밀림 속으로 빨려들어가 듯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숲길에는 봄과 여름을 아릅답게 수놓았던 화려한 꽃들은

아름다운 보석들을 숨겨 놓고 숨바꼭질하자고 한다.



[누리장나무]


[으름]


[남오미자]


[개승마]


[참취]


[물봉선]


[몽울풀]


[고사리삼]


[석송]


[뱀톱]


[십자고사리]


숲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루고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 강한 나무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은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느타리버섯]


[화전민 집터]


일제강점기 및 4.3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 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집터 등이 보인다.




구름을 밀어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지루할 틈도 없이 수직의 정원 삼나무는 사열하듯 반기며 환상의 길로 안내한다.

삼나무 숲길의 푹신한 흙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부드럽고

숲에서 뿜어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편안함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숲은 내가 걷는 동안 내 키도 훌쩍 커졌다.



삼나무숲의 세 갈래길

정상으로 오르는 2.7km의 숲길이 만들어졌다.

이때는 확인을 못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훨씬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마흐니 용암대지]


마흐니 용암대지는 물장올에서 유출된

물장올조면현무암이 수십회에 걸쳐 흐르는 과정에서

용암유로를 따라 흘러나온 용암이

편평하게 시루떡처럼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용암단애에서는

폭포수를 이루고 하부에서는 소(沼)를 형성한다.


[마흐니 수직굴]


수직동굴 주변으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흐니 수직굴은 일반적인 용암동굴이 수평으로 발달하는 것과 달리 수직으로 발달하여

수직굴 직하부에서 남쪽(수망리 민오름)으로 수평굴이 형성되어 있어

'ㄴ' 자 모양을 하고 있는 독특한 동굴이다.

동굴의 깊이는 약 20m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직경이 커진다.


[중잣성]



[정부인 묘]


조선시대 후기에

제주 명월진 만호(萬戶)를 지낸 황한규의 정부인 이씨의 무덤

이 무덤은 20세기 초반 제주 사회의 전통적인 무덤 양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봉분 앞 양 옆에는 4단에 8각으로 만든 멍군석(망주석)이 세워져 있다.

산담은 앞이 짧고 뒤가 길게 된 역사다리꼴로 두르고

접담(겹담)으로 되어 있다.

숲에 가려 찾지 못했던 묘는 정비를 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묘 가장자리는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엉켜 있고  

밑둥을 자른 흔적이 보인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듯

산담 옆 혀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은 머무는 동안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마흐니 궤]


마흐니 궤는 반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폭이 약 10m, 높이가 약 7~8m에 이르고 깊이는 4m정도 되는 바위굴로

마흐니 오름 남남서쪽 의귀천 상류 계곡에 있다.

궤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물장올조면현무암으로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궤의 상부로 모여 낙수를 만든다.

마실 물이 있음으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이 겨울철에 노루 사냥이나 나무를 벌채하기 위하여

마흐니 궤 내부에서 며칠 동안 숙식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물영아리오름이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인다.]




마흐니오름은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표고 552m, 비고 47m인 말굽형 분화구이다.

마안이오름, 마하니오름 등으로 불리워지고 마흐니오름 근처는

일제강점기 및 4.3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 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흔적 등을 만날 수 있다.

1948년 제주 4.3사건 이전에는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지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사냥을 했던 곳이라 한다.



[팥배나무]


[천남성 열매]


[큰천남성 열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그늘나무

일찍 잎을 떨군 사각사각 낙엽 밟는 가을소리가 참 좋다.


[쉼팡]


[쇠물통]




물영아리오름이 보이는 농로길..

오름 정상에서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숲길은

삼나무숲 갈래길까지 2.7Km, 

출발과 도착까지 왕복 12km를 걸었더니 발바닥까지 아파온다.



마흐니 숲길에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화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집터와 잣성

제주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정부인 이씨 묘

숲에서 뿜어내는 방향성 물질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삼나무숲길

화산폭발로 생긴 용암이 흘렀던 자국(용암대지)과 마흐니 숨골(수직동굴)

그리고 그 끝에는 마흐니오름과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은빛 억새가 가을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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