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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서중천을 품은 '거린악'

by 고니62 2018. 11. 30.

서중천을 품은 '거린악'(2018.11.28.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거린악'은

두 개의 화산체가 붙어 있어 하나로 보이지만 큰거린악(해발 532.7m)

족은거린악(해발493.2m)이 서로 갈라져 있는 오름이다.

네 개의 봉우리와 두 개의 굼부리가 등을 맞대어 있는 말굽형 형태로

하나의 오름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고 해서 제주어 '거리다', '갈리다'의

'거린'에 큰산을 의미하는 '악'이 보태져서 '거린악'이라 한다.



오름 들머리라고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 서성로 따라

옷귀馬테마타운 오른쪽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삼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

적당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들머리부터 울창한 밀림에 서 있는 듯

압도하는 상록과 낙엽이 어우러진 활엽수림대

숲이 주는 위압감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뺨에 닿는

가을 쌀쌀한 기운은 차갑게 느껴진다.



계속되는 가뭄에 계곡의 물은 많이 말라버렸지만

늦가을 낙엽 쌓인 계곡 웅덩이에 투영된 흰구름이 눈부시다.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치열한 경쟁을 치루며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하며 자기들만의 영역을 넓혀가고

겨울 내내 기쁨이 되어주는 바닥에 깔려있는 빨간 열매의 주인공들

나무는 죽어서도 온갖 생명의 집을 만들어준다.


[콩짜개덩굴]


[호자덩굴]


[자금우]


[백량금]


[뱀톱]


[노송나무이끼]


[말뚝버섯]


[잔나비불로초(잔나비걸상)]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울창한 숲은

빨간 끈으로 길을 알려 주지만 자칫 방향을 틀어버리면 길을 잃기가 쉬워

일행들과 떨어지면 절대 안 될 교훈을 얻어가는 오름 중의 하나이다.





가을색을 깔아 놓은 푹신한 낙엽길은 걸을 때 마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를 내며 비밀을 감춰둔 채 깊숙한 숲길로 안내한다.




[동백나무]


수피가 하얀 동백나무는 꽉 찬 씨앗을 품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커다란 잎을 가진 이 나무는 '이나무'

밀림에 와 있는 듯 울창한 숲에는

동백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조록나무, 새덕이, 참나무류 등과 같은 상록수와

박쥐나무, 누리장나무,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팥배나무, 이나무와 같은 낙엽수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변화무쌍한 사계절 신비로운 자연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서중천의 깊은 계곡은 신선이 잠시 쉬어가도록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보물들로 가득찬 영험함으로 이목을 끈다.


[새비나무]


[이나무]



[나도은조롱]


[팥배나무]




[거북바위]


 장수 거북이의 형상을 한 화산체는

 세월이란 시간과 함께 거북바위 모습도 많이 달라져 보인다.

사람들 발길이 닿으면서 거북이의 머리와 다리에 하나, 둘씩 놓여진 

작은 화산체들은 영험한 거북이의 완성체가 되어

이곳 거린악을 지켜주고 있는 듯 하다.




정상이라고 하지만 나무가 우거져 탁 트인 조망을 보기는 어렵다.



[제주조릿대]



앙상한 나무 사이로 거린악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잔잔하게 파고드는 산 속의 수려한 깊이 있는 계곡 

능선 아래로 비스듬히 서 있는 나무 하나하나에 작은바람이 스치면

앙상한 가지를 남긴 채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짧게 자란 제주조릿대길을 지나자

숲 속 보물들은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구부리게 하는 설레임으로 내게로 왔다.



[무엽란]


한남리 일대는 머체왓 숲길~서중천~내창 생태길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계곡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생태길이다.




[서중천 계곡]




깊은 계곡의 비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잠시 숨소리를 죽이며 바라보지만 이내 탄성이 터져나온다.

맑은 물에 비친 반영도 아름답지만 바위 한쪽에 위태하게 자리잡은

'백리향'의 시든 모습은 이내 가슴을 저리게 하고

선녀가 멱을 감았을 '소'는 누군가 적셔주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는 힘을 다해 붉은색을 토해 내고

별이 계곡으로 쏟아진 듯 계곡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잎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비밀의 숲은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한다.


계곡을 빠져나오니 오름으로 올랐던 세 갈래길에서

다시 수직의 정원 '삼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서성로로 향한다.



서중천을 품은 '거린악'

한라산과는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하지만

바로 옆 서중천을 끼고 있어서 높은 산, 깊은 계곡

아무도 찾을 수 없게 꼭꼭 숨어버린 비밀의 숲

영험함과 신비감이 감도는 한폭의 산수화를 품은 오름으로 찬사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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