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 '지미봉'(2018.9.2.일)
여름의 끝을 달리는 늦더위와
오락가락 비 날씨는 종달리를 지나면서 잠시 주춤하고
계절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아직은 더위가 남아 있어 숲을 찾은 듯 지미봉 주차장은 한산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 조용한 아침을 연다.
제주의 서쪽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
동쪽 끝에 위치한 종달리는 섬의 끝에 해당하여 '땅끝'이라 한데서 지미라고 한다.
구좌읍 종달리 마을 북동쪽에 위치한 지미봉은
제주목의 땅 끝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종달리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오름이기도 하다.
올레 21코스에 포함되기도 한 지미봉은
말굽형 형태로 표고는 165.8m로 가파르지만 계단길을 따라
길지 않게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른다.
[왜박주가리]
몇 발짝 걷지도 않았는데 돌담 주위로 아름다움을 머금고
비를 흠뻑 맞은 채 여름을 나는 들꽃들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할아버지 흰수염을 한 '좀닭의장풀'
작아서 사랑스러운 파란 청색의 '닭의장풀'
이리의 어금니를 닮았다는 작은 키의 '낭아초'
잎과 줄기에서 닭오줌 냄새가 나는 닭똥꼬를 닮은 '계요등'
작은꽃들을 많이 단 암수딴그루 '단풍마'
하지만 숨을 멎을 때 마다 살갗 깊숙이 파고드는 모기의 끈질김
자리를 털고 나서야 모기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좀닭의장풀]
[닭의장풀]
[낭아초]
[계요등]
[단풍마 '수꽃']
[단풍마 '암꽃']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늘 벅차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면 소나무 사이로 살짝 드러난
바다 위의 궁전 '성산'이 위안을 주며
좁은 길 따라 난 계단을 오르는 힘이 되어준다.
정상은 360도 전망대다.
제주의 동쪽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제주의 아름다운 동녘 해안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정상에서는 우도~성산~식산봉으로 이어지는 오름군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저어새, 도요새, 청둥오리 등 여러 철새들의 쉼터 '하도리 철새도래지'
가장 가까이에서 섬 전체를 볼 수 있는 '우도'
바다 위의 궁전 '성산'도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12월을 전후해서 우도봉과 성산의 중간 지점에서의 일출이 장관이라는 해맞이 장소
동쪽 끝에서 보는 아름다운 일출 장면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오름 꼭대기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이 남아 있는데
북서로 왕가봉수, 남동으로 성산봉수와 교신하였다고 한다.
제주도의 연락망은 연대와 봉수를 이용했는데
봉수는 밤에 잘 보이도록 횃불을
낮에는 연기를 이용한 일종의 군사시설이라 할 수 있다.
[경방초소]
종달리 두문포구와 조개잡이로 유명한 종달리 백사장
나름 질서를 지키며 경계를 표시한 녹색정원의 소박한 풍경
알록달록 슬래트 지붕은 정겨운 마을 모습으로 그림같이 펼쳐진다.
한 두방울 떨어지는 빗줄기...
오락가락 비 날씨로 한라산의 모습은 감춰버렸지만
우도와 종달포구, 성산, 식산봉, 대수산봉, 두산봉은
파도가 일 듯 부드러운 오름 능선의
아름다운 풍광을 놓칠 수 없어 실컷 담고, 또 담았다.
정상 전망대 쉼터에는
태풍이 남기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앙상한 가지 위로 달랑 꼬투리만 남아 있는 '자귀나무'
그래도 들꽃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며 막바지 여름을 노래한다.
[자귀나무]
[층층이꽃]
[며느리밑씻개]
[이질풀]
[무릇]
[짚신나물]
[털도깨비바늘]
[여우팥]
[딱지꽃]
오름을 내려오니
시멘트 길 너머로 우뚝 솟아난 '다랑쉬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와 고사리 숲길이 이어지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때 마다 살짝 들어오는 햇살
자연에서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
숲을 담을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워진다.
[참으아리]
[사위질빵]
[남오미자 암꽃과 수꽃]
둘레길을 빠져나오니 좁은 농로가 보인다.
구불구불 검은 밭담도 한 눈에 들어오고
소나무, 사방오리나무, 까마귀쪽나무, 천선과나무, 고욤나무 등은
아름다운 열매를 자랑하고
남오미자의 아름다운 꽃은 한참을 떠나지 못하게 잡는다.
[돌콩]
[매듭풀]
[쥐꼬리망초]
[한련초]
[나도공단풀]
못 주위로 활짝 꽃잎을 연 '나도공단풀'
잠시 쉬어가라 작은 바람에도 살랑거린다.
들판에 초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돌담이 아름답고 정겨운 농·어촌마을 '종달리'
섬 동쪽 끝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는 마지막 산봉우리 '지미봉'
탐방로와 둘레길은 말끔히 정비되어 도민이며 관광객들이 접근도 쉬워졌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잠깐 쉬고 간 '비'님이 고마웠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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