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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섬 속의 섬 '비양도'

by 고니62 2018. 6. 23.

섬 속의 섬 '비양도'(2018.6.20.수)


'19일 제주에 첫 장맛비'...

늦도록 내리는 장맛비에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한림항으로 가는 차 창 밖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뜨거워지는 햇살이 오히려 반갑다.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비양도'

제일 먼저 초록으로 뒤덮힌 비양봉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 부르는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km, 협재리에서 북쪽으로 1.5km 해상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섬으로 보존이 잘 된 유일한 도서지방이다.

한림항에서 도항선으로 15분 정도 소요되고

비양도 탐방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해안코스(3.5km)와 정상코스가 있다.



섬 속의 섬에서 바라보는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 능선이 부드럽게 보인다.

비양봉으로 오르는 마을 돌담길에는

열매 안의 수많은 작은꽃이 피어나면서 열매를 만드는

무화과나무의 커다란 연녹의 싱그런 잎이 여름의 시작을 알려주고

들판이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절과 덕성을 갖춘 나무란 뜻의 암수딴그루 '예덕나무'

밭담 안으로 작은 바람에 춤을 추는 하얀 우산꽃 '사상자'

그늘 찾아 산책 나온 '알락하늘소'와 '함박이'

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예덕나무]


[사상자]


[알락하늘소와 함박이]


비양봉은 화산 봉우리로 정상까지는 500m이다.

섬이면서 기생화산으로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비양봉은

해발 114.1m, 비고 104m로 복합형 화산체이다.

6개의 봉우리로 된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로 구성되어 있다.



[대나무가 점점 세력을 넓혀간다.]




[굼부리]



[비양등대]


정상은 360도 전망대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초록바다, 한림항과 협재해수욕장의 은빛모래

한눈에 담기에는 벅찬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정상에는 염소들의 흔적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고

계절을 잊어버린 봄을 노래하던 '갯무'의 춤사위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람터를 넓혀가는 '선괭이밥'

꽃잎의 모양이 닭 벼슬을 닮은 친근한 이름의 '닭의장풀'

다닥다닥 달린 잎에 가시가 많은 '가시엉겅퀴'

뜨거운 햇살과 거센 바닷바람을 이겨낸다.


[갯무]


[선괭이밥]


[닭의장풀]


[가시엉겅퀴]




재선충으로 파헤쳐진 등성이에는 붉은 흙길이 드러나고

잘려나간 소나무 흔적 아래에는 들깨의 고소한 향이 침샘을 자극하며

내려가는 등반로에는 연초록으로 물들인 들깨가 길을 내어준다.


[비양나무]


북쪽의 분화구 주변에는

비양나무(쐐기풀과/낙엽활엽관목)군락이 형성되어

제주기념물 제48호인 비양도의 비양나무자생지로 지정,

우리나라 유일의 비양나무 자생지로 보호되고 있다.


비양봉을 내려와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해안선 길이는 3.5km로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고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기암괴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들렁머리]


[큰가재(코끼리바위)]


[갯강활과 조근가재(붉은암)]


커다란 연초록 풍성한 잎의 '갯강활'

검은 돌 틈 사이로 쌀알모양의 작은 노란별 '땅채송화'

바닷가 돌밭이 자람터가 되어버린 반상록 덩굴나무 '돌가시나무'

수줍은 새색시 얼굴을 한 바다 나팔 '갯메꽃'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를 닮은 바닷가 '갯패랭이꽃'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진짜 골무 보랏빛 '참골무꽃'

땅 위에 지천으로 깔린 '멍석딸기'

벌과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은 빨갛게 익어 침샘을 자극하고

한 줌 따 먹었더니 입 안에 느껴지는 달콤한 맛이 사르르 녹는다.

해안길에는 바다내음과 여름향기로 가득 찼다.


[땅채송화]


[돌가시나무]


[갯메꽃]


[갯패랭이꽃]


[참골무꽃]


[멍석딸기]


굴뚝처럼 서 있는 암석이 보인다.

큰 것은 굴뚝모양, 작은 것은 팽이버섯 다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호니토이다.




[애기업은 돌(호니토)]


비양도 호니토는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을 이루며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주변으로 배개용암 등의 기암괴석들이 형성되어 있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의 호니토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호니토는

높이 4.5m, 직경 1.5m로 애기 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로 불린다.




[펄랑못]


비양도 동남쪽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의 '펄랑못'은

염습지로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간만조, 수위를 형성한다.

과거에는 경작지로 사용되어 왔는데 바닥에 펄이 많아 펄랑호라 부르고 있다.

주변에는 황근, 암대극, 해녀콩, 갯질경, 나문재, 갯잔디 등 염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목재 데크를 비롯한 산책로가 설치되어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자람터가 되어버린 펄랑못 주변은 염생식물들의 천국이다.

바위 틈에서 봄을 기다리던 '암대극'은 열매를 맺고

낚시줄이 엉킨 듯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체를 감고 살아가는 기생식물 '미국실새삼'

척박한 땅에서 늦게까지 피어 작은 기쁨을 주는 여름바라기 '갯까치수영'

짠 맛 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상추라 불리는 '번행초'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줄기가 곧추 선 '나문재'

꽃과 잎이 만날 수 없어 애틋한 '갯질경'은 물에 잠겨도

근심걱정 없는 시원한 초록 잎사귀가 풍성해 보인다.


[암대극]


[미국실새삼]


[갯까치수영]


[번행초]


[나문재]


[갯질경]


돌 위로 덩굴을 뻗어가며 활짝 핀 해녀콩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 해녀들의 애환과 전설을 간직한 해녀콩

여름철, 제주의 바닷가에는 연한 홍자색으로 해녀콩이 피어난다.

바닷가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과 닮았다는 뜻에서

'해녀콩'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해녀콩은 독성을 가지고 있어 해녀들이 아이를 뗄 때 콩을 삶아서 먹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해녀콩]


[손바닥선인장]


[황근]


[술일 하르방당]



비양도에서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비양도항

98명이 정원인 '비양도 천년호'는

서서히 물살을 가르며 비양도와 점점 멀어진다.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비양봉에도 녹음이 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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