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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꽃길만 가시리 '따라비오름'

by 고니62 2019. 4. 8.

꽃길만 가시리 '따라비오름'(2019.4.4.목)


바람의 마을, 꽃길만 가시리

사월이 시작되면서 하얀구름을 뒤집어 쓴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그림같은 노란물결

코 끝에 전해지는 향긋한 봄내음은 아름다운 봄날의 수채화를 그리며

봄꽃 마중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녹산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를 잇는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인 녹산장과 갑마장을 오가는 길로

가시리 마을 진입로를 시작으로 10km로 이어지는 유채꽃이 만개한 환상적인 길이다.


제주의 대표 봄축제인 '제주유채꽃축제'

3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유채는 4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길 옆의 검은 돌담과 노란 유채의 아름다운 색의 하모니는 제주의 4월을 빛내주고

아기자기한 노란색 물결이 출렁이는 노랑바다에 풍덩 빠진다.







[들개미자리]


세력을 넓히는 천덕꾸러기 잡초 '들개미자리'

거친 태역밭, 두터운 털옷 속에 숨은 특이한 모습의 '자주광대나물'

급속도로 자람터를 넓혀가는 모습이 시선을 끈다.

모두 귀화식물임을 잊은 채...


[자주광대나물]


[행기머체]


'머체'란 돌무더기를 일컫는 제주 방언으로

머체 위에 '행기물'(녹그릇에 담긴 물)이 있었다고 하여 '행기머체'라고 한다.

오름(기생화산)의 내부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시간이 지나 외부로 노출된 것으로

'지하용암돔'이라 불리는 크립토돔인 행기머체는

세계적으로 희귀하거나 국내에서도 유일한 분포지이면서

동양에서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축제장을 빠져나와

가시리풍력발전단지 유채꽃프라자를 시작으로

 쫄븐갑마장길의 일부분인 따라비오름~가시천으로 향한다.



쫄븐갑마장길은

큰사슴이오름~잣성~따라비오름~가시천 따라 10km(3~4시간)정도 이어지는 트레킹코스이다.

 '갑마장'이란 최상급 마(馬)를 관리하던 곳으로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하던 최고 등급의 말을 갑마(甲馬)라고 하는데

이런 갑마들을 모아 기르던 곳을 말한다.




아름다운 봄날의 수채화를 그리며

쌩쌩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소리는 바람타고 더욱 크게 들려온다.


[잣성길]


간장이라고 불리는 잣성은  

하천이 없는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국영목장인

 10소장의 경계를 표시한 돌담이다.

잣성은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곳은 중잣성으로 제주의 목축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국영목장인 10소장의 경계선을 따라

 약 6km정도의 제주도 최대 간장이 자리하고 있다.


[새끼오름]



잣성길을 지나니

쑥쑥 자라 쑥대낭, 수직세상을 만들어가는 수직정원

왼쪽에는 편백나무, 오른쪽에는 삼나무가 사열하며 기다린다.

통바람이 부는 커다란 숲을 지나는 동안

풀숲에 숨은 고사리~

발 아래에는 꼼짝꼼짝 고사리가 주먹을 내놓고 기다리고

바람둥이 제비꽃들도 봄나들이 나왔다.


[장딸기]


[꿩의밥]


[고사리]


[콩제비꽃]


[남산제비꽃]


[제비꽃]



가파른 오르막은 잠시 쉬어가게 한다.

가시리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발전단지가 조성되어

대록산(큰사슴이오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중산간 목장의 경관은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듯 하다.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은

말굽 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 우 2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폭발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내어 가을의 되면

억새와 더불어 제주 오름 368개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운다.



[굼부리]


[정상]



'오름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경지'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포근함을 갖춘 신비로운 오름이랄까?

3개의 굼부리는 분명한데 연이어지는 봉우리는 방향에 따라 묘한 느낌을 준다.

끊어질 듯 능선은 봉우리로 이어지고

굼부리로 연이은 능선은 다시 우뚝 선 봉우리로 올라선다.



탁 트인 360도 정상에는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선씀바귀'는 멈출 줄 모르고

하얀 속살을 드러낸 봄처녀 '산자고'

봄 햇살에 활짝 문을 연 '양지꽃'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수줍은 새색시 '각시붓꽃'

허리를 꼿꼿이 세운 종모양 적자색 꽃이 매력적인 '가는잎할미꽃'

왕벚나무와 유채에 밀려 관심조차 없지만

그래도 오름의 봄을 노래한다.


[선씀바귀]


[산자고]


[양지꽃]



[각시붓꽃]


[가는잎할미꽃]


교래리와 가시리를 잇는 녹산로가 한 눈에 들어오고

'제주유채꽃축제' 개막식 행사는 바람 타고 이곳까지 전해온다.



갑마장길은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가시리의 번널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을 연결하는 약 20km로

광활한 초지대에 갑마장길이 설치되어 있다.


[가시천]


계곡에는 암모니아의 독특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가지마다 광택이 나는 빽빽한 잎을 달고 연한 황록색의 꽃을 활짝 피웠다.

아름다운 꽃 속에 숨겨진 사스레피나무의 독특한 향은

멀리서도 쉽게 찾아낸다.


[사스레피나무]


[새끼노루귀]


[큰구슬붕이]


[좀현호색]


[현호색]


[자주괴불주머니]


[솜나물]



[꽃머체]


 '끌머체'라 불리기도 하고,

머체 위의 나무에 꽃이 아름답게 핀다하여 '꽃머체'라고 한다.

 하천에 접해 있어 침식작용에 의해 일부 훼손되어 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만 다를뿐 행기머체와 같은 크립토돔(Cryptodome)이다.

정상부에는 구실잣밤나무와 제주참꽃나무가 자라고 있고,

솟아오른 암반덩어리는 마치 거북등처럼 보인다.



[부구리구제장]


부구리는 말과 소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해충이다.

부구리(진드기)를 제거하는 장소로 1980년대 초까지 이용했다.

제주도의 모든 마을 공동목장에서

부구리구제장은 필수적인 목축시설이었다.



제주마가 뛰어놀던 '갑마장길'

수직의 정원 삼나무와 힐링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길

가을의 억새가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

초록의 삼나무, 연분홍 왕벚나무, 샛노란 유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길 '녹산로'

제주의 봄을 잇는 마을 가시리는 유채 향기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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