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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영아리오름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by 고니62 2019. 5. 7.

영아리오름에서 만난 들꽃이야기(2019.5.5.일)


오월은 푸르구나...

하늘과 바다색이 닮은 듯 생동감이 넘치는 오월

쑥쑥 자라 쑥대낭

수직의 정원 삼나무숲의 사열을 받으며 10분 정도 오르다 보면

가을 억새가 아름다운 마보기오름 정상에 다다른다.



[굼부리]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마보기오름은

북서쪽에 민틋한 두개의 봉우리가 동서로 나란히 마주하고 있고

두 봉우리 사이에는 남북으로 터진 굼부리가 있는 야트막한 오름이다.

영아리오름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또는

남쪽에서 마파람이 불어 오는 곳이라 해서 '마보기'라 부른다.



마보기오름 정상에서는

눈 앞에 서영아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눈을 돌리면 산방산을 중심으로 서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보기오름]


숲은 푸르름과 싱그러움으로 물들어가고

넓은 촐왓(목초지)에는 꼼짝꼼짝 고사리가 손을 펴고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억새 사이로, 가시덤불 속으로, 촐왓 위로 주먹 쥔 꼼짝꼼짝 고사리

고사리 수만큼 허리를 굽히고 한참을 꺾다보니 제법 무게가 나간다.


[고사리]



가시덤불 속에는

꽁지가 길고 아름다운 '장끼'라 부르는 수컷

꽁지가 짧은 '까투리'라 부르는 암컷이 낳은 꿩알이 오고생이...

검게 익어가는 '상동나무'

종모양의 꽃부리가 네갈래로 갈라진 연노랑 '보리수나무'

보석처럼 아름다운 진분홍 '멍석딸기'

줄기가 덩굴지어 자라는 연분홍 '줄딸기'

희망을 노래하는 하얀 '장딸기'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먹는 '씀바귀'

노란색 머리모양꽃차례가 앙증맞은 '뽀리뱅이'

거미줄같은 하얀 솜털이 덮혀 있는 산할아버지 '솜방망이'

청자색 고운 모습의 별사탕 '등심붓꽃'

머리를 풀어헤치고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가는잎할미꽃'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들꽃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은 

자연스레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게 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상동나무]


[보리수나무]


[멍석딸기]


[줄딸기]


[장딸기]


[콩제비꽃]


[제비꽃]


[씀바귀]


[뽀리뱅이]


[솜방망이]


[등심붓꽃]


[가는잎할미꽃]


넓은 촐왓의 끄트머리

쑥쑥 자란 쑥대낭이 그늘을 만들며 잠시 쉬어가게 한다.




[큰천남성]


그늘진 삼나무 아래는 

숲의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사약으로 사용되었던 천남성이 군락을 이루며 넓은 잎을 시원스레 펄쳐든다.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아 '사두초' 라 불리기도 한다.


[점박이천남성] 


[천남성]


[윤판나물아재비]


[새우난초]


[장대나물]


[구술붕이]


[큰구술붕이]


삼나무숲을 지나 상산나무의 향긋한 내음은 습지에 다달았음을 알려준다.

근데 어째 이런일이...





반영이 아름다운 습지을 품은 영아리오름

영아리를 신령스럽게 만들었던 습지는 거북등처럼 바짝 말라버렸다.

물이 없는 습지는 부드러운 흙 위를 밟는 듯 푹신했고  
갈라진 습지에도 새 생명을 품었다.


[눈여뀌바늘]


[동백꽃]


상큼한 향으로 코를 자극하는 상산나무가 길을 내주고

바닥에는 통으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서럽게 느껴진다.

정글 속에 있는 듯 자연림이 울창한 숲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있는 틈을 지나고 바위를 타고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 위태해 보이지만

수직의 절벽 위로 피어난 '바위수국'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위수국]


[팥배나무]


[덜꿩나무]


[참꽃나무]




오름 능선이 주는 뜻밖의 선물

군산~다래오름(월라봉)~송악산~산방산~단산~모슬봉

 서귀포 범섬과 마라도까지 산방산을 비롯한 오름 군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증샷을 남겼으니 아쉽지만 정상을 향하여 출발~


신령스럽다는 영아리오름은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표고 693m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신령스런 산이란 뜻의 영산(靈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여러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지고

영아리의 분신처럼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놓여져 있고

녹색의 광활한 광야는 영아리를 수호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영아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어오름, 서쪽으로 하늬보기, 남쪽으로 마보기, 북쪽으로 이돈이가

영아리오름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호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정상에 위치한 쌍바위와 높이 5m의 거석]


소나무가 많이 자라 거석을 가렸다.

소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암수한그루(자웅동주)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같은 나무에서 자기끼리 수분과 수정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암꽃은 다른 나무에서 날려 보낸 꽃가루를 받기 위해 새 가지 끝에 달리고

수꽃은 새 가지의 아랫부분에 붙어 자기 나무의 암꽃이 피기 전에 먼저 꽃가루를 보낸다.

4~5월, 소나무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연노랑 꽃가루(수꽃, 송화가루)는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멀리까지 날아간다.

수분은 그 해 5월에 이루어지기 시작하지만 수정은 이듬해에 이루어진다.


[소나무 암꽃]


[소나무 수꽃]


남북으로 완만하게 누워 있는 영아리오름은

등성이로 이어지는 봉우리와 북사면은 가파른 편이지만

 서쪽으로 향한 굼부리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빽빽이 조림되어 있다.

습지로 내려가는 등성이마다 파헤쳐지고 쓰러진 삼나무

예전의 모습과 너무 달라져 길 찾기도 헤매게 한다.



[습지]


정상을 내려 와 다시 만난 습지

연두~연초록~초록~청록의 살아있는 생명의 숲

신비로움과 반영의 아름다운 환상적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습지를 잃어버린 영아리오름이 안타깝다.


삼나무숲을 빠져나오니 다시 펼쳐지는 촐왓  

꽃이 지고 벌써 연두빛 열매가 달린 '청미래덩굴'의 상큼함이 느껴진다.




[청미래덩굴]


[마보기오름]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 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 군락

연두색 향연이 펼쳐지는 녹음이 짙어가는 신록의 계절

사계절 다른 풍경으로 길에서 만난 작은 들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아리오름을 더욱 신령스럽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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