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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은빛 쟁반 '사라오름'

by 고니62 2014. 12. 28.

은빛 쟁반 '사라오름' (2014.12.26.금)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사라오름(해발 1,324m)은

성판악코스로 약 5.8km 지점에 위치한 백록담 아래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 중에 가장 높은 곳 한라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분화구까지는 600m정도로 접시모양의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루고 있다.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장마철 만수가 될때는 출렁다리까지 물이 넘실거리고,

가뭄이 들때는 바닥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얼어붙은 산정호수는 은빛 쟁반의 새하얀 모습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11월 중순에 내린 한라산의 첫눈을 시작으로 12월초부터 연일 폭설이 내린다.

눈 덮힌 겨울 왕국 한라산의 매력은

가는 길목마다 앙상한 가지에 핀 '눈꽃'과 '눈꽃 터널'이겠지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지만 눈은 내리지 않고...

그래도 한라산의 겨울은 아직 때묻지 않은 하얀 눈꽃세상을 기대해보며 걸어볼까요~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성판악 탐방로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 앞에서 '인증 샷!!'은 선택? 필수?

 

 

**겨울 한라산의 필수 장비는 잘 갖췄는지 확인해 볼까요?

등산화(방수가 되면 좋구요~)

아이젠(필수죠)

스틱과 스패치, 무릎보호대(선택이죠)

따뜻한 물, 초콜릿, 넉넉한 간식거리

아! 참 따뜻한 털장갑과 귀마개도 잘 챙겼겠지요~

 

자~ 그럼 눈 덮인 산정호수 사라오름은 어떤 아름다움을 품고 반겨줄지 출발해 볼까요?

 

 

성판악 탐방로 입구는 여전하군요.

다만, 진달래밭 통과하는 시간이 동절기와 하절기가 틀릴 뿐입니다.

 

 

해발 800m를 알려주는 표지석은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따스한 아침햇살이 들어옵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굴거리나무가 아직은 지대가 낮음을 알려줍니다.

 

 

속밭까지 가는 길에 발바닥을 아프게 했던

울퉁불퉁한 돌멩이길, 자갈길, 데크길, 돌계단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혀 푹신합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아름다운 겨울 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계곡을 건넜던 출렁다리도 새하얀 눈으로 덮혀

겨울 한라산의 운치를 더해 줍니다.

 

 

 

 

밤사이 내린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던 어린시절~

 동무들이랑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누가 만들고 갔을까요?

 

 

 

해발 1,000m 지점을 지날 때 쯤이면 만나게 되는 삼나무숲

예전에는 넓은 초원지대로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였지만

지금은 울창하게 자란 삼나무와 소나무로 인해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겨우살이(상록 기생관목)]

 

 참나무에 기생하며 진액을 뽑아 먹고 사는 기생식물입니다.

나무 꼭대기에 옹기종기 모여 새둥지처럼 보금자리를 만들어

겨울 내내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속밭대피소]

 

 

[정금나무]

 

검게 익었던 정금나무 열매는 한라산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며

말라버린 채 새들의 탐나는 겨울 양식이 되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울창한 숲으로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성널오름은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에 성큼 눈 앞으로 다가옵니다.

 

 

드디어 눈꽃이 보이는군요.

센스있는 빨간 리본을 매달았어요..메리~크리스마스

한라산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네요.

 

 

드디어 '4-21' 표지판이 눈 속에 파묻힌채 빼꼼이 얼굴만 내밉니다.

사라오름 입구에 거의 다 왔다는 표시지요.

사라악 샘터와 잣성 앞에 세워진 '한라산 탐방로 안내 표지판'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혀 보이질 않습니다.

 

 

성판악을 출발하여 5.8km 지점에서 사라오름으로 가는 입구가 보입니다.

한라산에 많은 눈이 연일 내려 사라오름 표지판도 데크계단도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분화구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0.6km인데 왕복 40분 정도가 소요되는군요.

 

 

 

 

 

[사라오름 분화구]

 

드디어 계단을 오르고 숲을 지나니 확트인 산정호수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리 위를 출렁이던 물결도, 가뭄에 드러난 거북등처럼 갈라졌던 호수 바닥은

깊지 않은 산정호수를 온통 꽁꽁 얼어 붙어 은빛 쟁반을 만들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쟁반 위에 파란 하늘은 꿈을 꾸게 합니다.

아름다운 광경에 입이 저절로 벌어질 뿐입니다.

사라오름만이 갖고 있는 신비스런 비밀이 여기에 있었나 봅니다.

 

[마가목]

 

 

 

[사라오름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능 정상(백록담)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구상나무 군락지는 군데군데 묻어 있는 새하얀 눈 위로

푸르름을 자랑하며 기품있게 서 있습니다.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지귀도, 예촌망, 제지기오름, 섶섬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른 사라오름은 내게 커다란 행운을 안겨주었습니다.

 

 

성널오름, 동수악, 논고악의 능선도 고운 자태로 서 있습니다.

하늘 높이 폴짝 뛰면 논고악 정상에 닿을 것 같습니다.

 

12월인데도 아주 맑은 날씨 탓에 손과 발에는 온기가 스며듭니다.

오랜시간 머물며 눈덮힌 백록담과 서귀포의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를 가득 담아갑니다.

정상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와 간식은 작은 행복을 만들어 줍니다.

 

 

정상을 내려오니 은빛 쟁반 위를 가로지르는 등산객들 모습도 운치있어 보입니다.

'출입금지' 지역이지만 오늘 만큼은 아닌가 봅니다.

잠시 머뭇거리는 내게도 은빛 쟁반 위를 가로질러 가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이름 모를 등산객은 간식거리로 까마귀들을 꼬득입니다.

이때를 놓칠새라 한 곳에 모여 있는 까마귀들을 담고 오는 행운도 따릅니다.

 

이 아이들이랑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정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슬슬 내려가야 하나 봅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들을

감상하며 내려가는 기쁨은 두배입니다.

 

[X 나무]

 

혼자 우뚝 서 있는' 서어나무'를 등산객들은 기억하고 있을까요?

지난 9월에 잘려나간 나무를 확인했던터라

혹독한 한라산의 겨울을 잘 이겨내어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리란 믿음을 가져봅니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들른 속밭 대피소]

 

 

[멈춰 버린 모노레일카]

 

 

첫 관문 4-1이 보입니다.

4는 성판악탐방로를 뜻하고 1은 구간별로 250m거리를 뜻합니다.

출발지점까지 250m가 남았다는 뜻이죠.

 

 

[굴거리나무]

 

굴거리나무는 사계절 늘푸른 나무입니다.(상록활엽소교목)

하얀 눈 속에 드러난 빨간 줄기가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로방탐 악판성]

 

아쉽게도 성판악 탐방로에 도착 직전입니다.

뭔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주차장에는 아직도 많은 차들이 서 있습니다.

눈 덮힌 백록담의 장관을 보러 1,950m의 힘든 탐방로따라 올라간 것이겠지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눈꽃'보러 한라산 백록담을 꼭 찾겠노라 다짐해봅니다. 

 

 

파란 하늘을 향해 펄럭이는 태극기의 우렁찬 박수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계획했던 '단산'를 뒤로 하고 택했던 사라오름행~

같이 간 길동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걷는 내내 행복한 웃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화창한 날씨 탓에 눈덮힌 한라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얻었고,

사라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백록담의 신비스러움도

 시원하게 펼쳐지는 서귀포 앞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을  

한 보따리 담고 갑니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 주는 작은 행복은

길동무와 함께 한 웃음 보따리되어 한라산 자락에 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