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니의 일상

'세 번째 스무살' 추억여행

by 고니62 2022. 10. 13.

환갑 여행기

얘들아~ 우리 함께 떠나자!

'세 번째 스무 살' 추억 여행을...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짝사랑해서 추자도로 여고 동창들과 떠나는 세상에 단 한 번뿐인 '세 번째 스무 살' 추억 여행..

바다와 사람이 동화되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 추자도에서 멋진 1박 2일을 꿈꾸며 새로 바뀐 올레길을 걸었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낸 제주올레(27코스, 437km)는 ‘죽기 전에 꼭 걸어봐야 할 제주올레길’로 꼽히는 추자도를 구석구석 만날 수 있는 상추자 올레(18-1코스)는 총길이 11.4km로 4~5시간 소요되고, 하추자 올레(18-2코스)는 총길이 10.2km로 3~4시간 소요된다.

 

[봉골레산 정상에서]

첫째 날...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22명의 여고동창들과 떠나는 '추자도 추억여행'

 

새벽 공기가 달리 느껴지는 제주항.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는 친구들의 반가운 웃음소리에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들떠있고, 모바일 승선권 확인 후 지연이가 준비한 멀미약은 출발 전에 미리 먹고 퀸스타 2호에 올라탔다. 제주항을 떠나 1시간 10여 분 만에 도착한 상추자항은 비님이 우리들을 격하게 반긴다. 바다가 건네주는 아침, 자연스레 나바론 하늘길에 시선이 멈추고, 사람 사는 냄새, 깨끗하고 달라진 상추자항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상추자항은 제주에서 가장 높은 상추자 올레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와는 또 다른 제주, 사람이 사는 4개의 섬과 38개의 무인도가 모여 있는 군도 '섬 속의 섬 추자도'는 낚시꾼들의 성지이자 올레꾼들의 필수 코스이지만 또 다른 매력의 추자도를 경험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은 앞으로 벌어질 친구들의 원성을 예기치 못한 채 아점이 되어버렸다. 꼬닥꼬닥 걸어 함께 만든 제주올레길, 우산과 비옷을 챙겨 입고 여행자센터를 시작으로 알록달록 건물이 예쁜 추자교~최영 장군 사당을 지나 다무래미 전망대, 봉골레산 정상을 내려와 영흥리 벽화 골목길에서 완주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과 일부만 걷고 버스로 이동하는 친구들, 두 팀으로 나눠 추자도 참굴비 조형물 앞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잠시 헤어질 결심을 했다.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풍광]

추자등대에서 비를 피하고 준비해온 간식으로 당 보충하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제주도로부터 4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제주도의 다도해 추자도', 상추자도의 산 정상에 위치한 추자등대는 제주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등대로 제주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추자군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유일하게 한라산과 다도해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추자군도 섬들이 마치 바다 위에서 뛰노는 돌고래 모습처럼 42개의 크고 작은 섬들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참굴비 조형물 앞에서]

얼마만큼 걸었을까? 추자교를 지나자 잠시 헤어졌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반갑던지 호들갑을 떨었다. 참굴비 조형물 앞에서 인증 샷! 또다시 헤어질 결심을 하고 올레길 따라 돈대산 방향으로 가는 팀과 버스를 타고 상추자로 되돌아가는 팀으로 자연스레 나눠졌다. 묵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섬이 아니라 깊은 산 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추자도의 숨은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섬 내 최고봉인 돈대산(해발 164m)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전남 도서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추자도 마을 전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돈대산 정상에서 올레 중간 스템프를 찍고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추자도를 품었다. 돈대산을 내려와 또다시 헤어질 결심을 한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상추자도로 되돌아가는 친구들, 그리고 완주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은 추석산 소원길~엄바위 장승~예초리 기정길~눈물의 십자가~황경한의 묘를 지나 드디어 올레 18-1코스 종점인 신양항에 출발은 22명이었지만 9명만이 마침표를 찍었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먼저 도착한 친구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상추자올레 완주팀: 묵리 전망대]

다리와 발바닥이 아프도록 걸었던 완주팀, 지인 도움으로 추자도 곳곳을 관광한 팀, 후포 해변에서 보말잡기한 팀들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추자도를 즐겨서 참 다행이다. 밤바다가 불러낸 추자도의 한여름밤, 밤안개에 휩싸인 화려한 불빛까지 추자가 더없이 아름답다. 명혜와 함께 부르는 여고졸업반과 친구들이 찬조한 상품을 건 배꼽 잡은 윷놀이를 마지막으로 불빛 속 항구를 기억하는 동안 추자의 밤도 깊어간다.

 

둘째 날...

추자도 탐방의 백미 '나바론 하늘길', 그리고 놀멍 쉬멍 하추자도를 걷다.

 

새벽 4시 30분, 눈은 떴지만 천근만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전날 3만 보라는 놀라운 걸음은 관절에 무리가 온 듯 8명만이 나바론을 향해 출발했다. 새벽 추자항은 더욱 몽환적인 섬으로 안갯속 꿈길을 걷는 듯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추자군도의 전경이 사방을 둘러싸는 주황빛 지붕이 특징인 영흥리 마을부터 상추자항까지 상추자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추자교와  하추자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길을 지나 탁 트인 절벽, 짙게 깔린 구름 위로 부끄럽게 얼굴을 내민 아침해가 드디어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환호 소리, 기다림이란.. 나를 보고 웃어주는 진짜 너의 모습, 온몸으로 전율이 느껴지는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일출]

대서리 소재 속칭 '용둠벙'에서 산, 큰산 및 등대전망대로 이어지는 능선의 바닷 쪽 경사면을 '나바론 절벽'이라 부른다.

추자주민이 자랑하는 추자의 비경, 절벽의 능선을 따라 조성된 '나바론 하늘길'은 상추자 대부분과 추자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발아래 품고 있을 만큼 상추자의 근간을 이루는 해안절벽 위로 난 2.1km의 험한 산길로 깎아내릴 듯한 절벽과 주위 풍광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정상에 오르면 추자항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절벽의 높이에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나바론 절벽은 추자도에 낚시 온 외지인들이 이곳의 절벽이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나바론 요새'에 나오는 절벽처럼 지형이 험하다고 하여 '나바론 절벽'으로 부르다 보니 지역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나바론절벽]

아침 햇살에 장엄하고 경이로운 '나바론 절벽'은 사방이 수평선으로 터진 바다, 하늘 아래 가장 짜릿한 트레킹 구간, 아름다운 기암괴석들과 날카로운 절벽, 길게 펼쳐진 하늘을 향하고 있는 오르막 절벽의 아찔함, 해안선을 따라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섬들의 군무, 빼어난 해안절경과 청정바다, 그리고 신록의 눈부심까지 구불구불 길을 낸 나바론 하늘길을 걷는 맛이 제대로다. 구름을 뚫고 나온 물에 비친 강렬한 해, 오르막 길에서 다시 한번 찰칵..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하게 우뚝 솟은 절벽, 자연이 내린 감동은 잠시 내려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 멋진 포즈를 취해보지만 다리와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나바론 하늘길,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는 소리에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용둠벙에서 반영 찍기 놀이를 한 후 아침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유심이 감성 하우스로 출발~

 

[대왕산 입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전날 무리하게 걸었던 상추자 18-1코스의 부담감으로 하추자 18-2코스는 역 올레로 완주보다는 놀멍 쉬멍,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걸었다. 은숙이 지인 도움으로 용둠벙 숲길 입구까지 1진과 2진으로 나눠 승합차로 쉽게 도착, 용둠벙 전망대~대왕산까지 걷고 완주할 팀과 버스를 이용할 팀으로 다시 헤어질 결심을 했다. 대왕산 황금길은 2022년 추자도에 새롭게 열린 길로 추자면 신양2리의 도움으로 18-2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함께 일구어 완성했다. 대왕산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하추자 앞바다와 하늘은 서로 다른 파란 빛깔로 맞붙어 있다. 산봉우리를 넘나들며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에는 겹겹이 보이는 섬의 봉우리들, 산봉우리 아래는 끝없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감췄던 비경을 들춰내며 새로운 풍광을 쏟아낸다. 석두머리, 소나무가 아름다운 길을 내려와 여행 전 계획을 세웠던 양산을 쓰고 친구들의 예쁜 모습을 남기는 동안 신양2리 한옥마을로 들어섰다. 가을이 내려앉은 마을 안 길은 고향처럼 포근하고 모두가 사랑한 '섬생이'를 바라보며 묵리로 향한다. 하추자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묵리 슈퍼가 있어 컵라면, 아이스크림, 커피 등으로 시장기를 달랠 수 있지만 매일 문을 열지 않아 간식거리는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땀 흘린 뒤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냉커피 한잔의 여유를 기대했는데 오늘 역시 이모님은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출타 중이다.

 

[추자 숟가락나무]

묵리 마을 골목길 벽면에는 추자 10 경과 묵리의 풍경들을 배경으로 한 열두 개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리고 폐가에 우뚝 솟은 숟가락 나무(마을 수호목)는 7미터 높이의 고목(스테인리스로 제작)을 세우고 주민들이 쓰던 숟가락으로 나뭇잎을 제작한 '추자 숟가락 나무'에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볼거리가 충만한 묵리 마을에서 하추자 올레 18-2코스 마침표를 찍었다. 묵리 고갯길을 넘어가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오래된 좁은 골목길은 추자의 또 다른 매력으로 눈길을 끌고 길 위에서 만나는 동화 같은 추자도 서쪽 가장 큰 자연 포구 마을 '대서리'에서 여행의 끝 족욕은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과거 강풍을 피하고 순풍을 기다린다는 뜻에서 '후풍도'로 불릴 만큼 바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바람의 섬 추자도에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들만의 행복한 추억 여행, 마음속에 꼭꼭! 저장했다. 우리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던 정숙과 선희, 선행의 아이콘 희선, 추자도 올레를 완주한 다섯 명의 친구들, 그리고 혼자가 아닌 우리여서 가능했던 배려하고 애쓰는 고운 마음을 가진 친구들, 도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내년 진갑에는 청산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