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2023.2.21. 화)
천하를 바람으로 움직이는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마지막 꽃샘추위와 봄 꽃씨를 가지고 제주섬에 찾아온다.
한라산과 세경너븐드르(뭍의 밭), 그리고 바당밭까지 씨를 뿌리고
영등달 15일에 영등할망을 실은 배가 우도를 떠나야 제주에 봄이 온다.
그 때문에 제주사람들은 음력 2월을 영등할망이 들어와
봄 꽃씨를 뿌리는 달이란 뜻에서 '영등달'이라 한다.
할망이 봄을 만들기 위해 뿌리는 바람은
1만 8천 빛깔의 바람을 움직이는 할망의 변덕이라 한다.
할망이 뿌리는 칼바람은 헤아릴 수 없지만
할망은 영등에 뿌린 바람은 다 거둬간다.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
누가 다녀갔을까?
주변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배려해 준 마음씨 고운 님
햇살은 좋지만 찬 바람에 움츠려든 어깨를 바삐 움직이게 해 준다.
간밤의 추위를 견디고 움츠린 모습으로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세복수초의 샛노란 색감이 도드라진다.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땅 위로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
영등할망이 뿌리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순박한 아씨 모습
밟힐까 조심, 또 조심하며 한 발짝 한 걸음 그냥 스치기엔
너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가냘프고 여린 모습의 꽃 아기씨 '변산바람꽃'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직은 수줍은 듯 차가운 땅 위로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낙엽 속에서 막 새순을 틔워 기지개 켜는 어린 꽃들
찬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남들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앙상한 나무는 삭막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찬란한 봄이 오는 길목...
하얀 그리움으로 봄바람 타고 자취를 감춰버릴 '변산바람꽃'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얼음새꽃 '세복수초'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이 가장 먼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들
영등달 차디찬 바람에 기지개 켜는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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