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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봄의 전령사

by 고니62 2023. 2. 24.

봄의 전령사(2023.2.21. 화) 

 

천하를 바람으로 움직이는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마지막 꽃샘추위와 봄 꽃씨를 가지고 제주섬에 찾아온다. 

한라산과 세경너븐드르(뭍의 밭), 그리고 바당밭까지 씨를 뿌리고 

영등달 15일에 영등할망을 실은 배가 우도를 떠나야 제주에 봄이 온다. 

그 때문에 제주사람들은 음력 2월을 영등할망이 들어와 

봄 꽃씨를 뿌리는 달이란 뜻에서 '영등달'이라 한다. 

할망이 봄을 만들기 위해 뿌리는 바람은 

1만 8천 빛깔의 바람을 움직이는 할망의 변덕이라 한다. 

할망이 뿌리는 칼바람은 헤아릴 수 없지만 

할망은 영등에 뿌린 바람은 다 거둬간다. 

 

[세복수초]
[산쪽풀]
[소엽맥문동]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 

누가 다녀갔을까? 

주변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배려해 준 마음씨 고운 님 

햇살은 좋지만 찬 바람에 움츠려든 어깨를 바삐 움직이게 해 준다. 

 

[세복수초]
[세복수초]

간밤의 추위를 견디고 움츠린 모습으로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세복수초의 샛노란 색감이 도드라진다.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변산바람꽃]

숲 속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땅 위로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 

영등할망이 뿌리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순박한 아씨 모습 

밟힐까 조심, 또 조심하며 한 발짝 한 걸음 그냥 스치기엔 

너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변산바람꽃]

가냘프고 여린 모습의 꽃 아기씨 '변산바람꽃'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직은 수줍은 듯 차가운 땅 위로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낙엽 속에서 막 새순을 틔워 기지개 켜는 어린 꽃들 

찬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남들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새끼노루귀]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앙상한 나무는 삭막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세복수초]

찬란한 봄이 오는 길목... 

하얀 그리움으로 봄바람 타고 자취를 감춰버릴 '변산바람꽃'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얼음새꽃 '세복수초'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이 가장 먼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들 

영등달 차디찬 바람에 기지개 켜는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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