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2023.3.3. 금)
음력 2월, 영등달~
마지막 꽃샘추위와 봄 꽃씨를 가지고 제주섬에 찾아온 '영등할망'
할망이 봄을 만들기 위해 뿌리는 바람은
1만 8천 빛깔의 바람을 움직이는 할망의 변덕
할망이 영등에 뿌린 칼바람은 헤아릴 수 없지만 영등달 15일에
영등할망을 실은 배가 우도를 떠나야 제주에 봄이 온다.
봄은 어느만큼 왔을까?
가냘프고 여린 모습의 아기씨 '변산바람꽃'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봄의 왈츠는 세복수초에서 시작이 된다.
늦은 오후,
마음은 벌써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굼부리로 달음박질하지만
굼부리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 굼부리로 내려가다
눈 맞춘 까꿍! 반갑다, 새끼노루귀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앙상한 나무는 삭막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바람도 멈추게 해 주고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은 굼부리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하지만,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봄을 여는 굼부리에는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의 향연이 펼쳐진다.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세복수초의 샛노란 색감이 도드라진다.
언 땅을 뚫고 찬비와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바람마저 샛노란 봄이 참 예쁘다.
숲 속의 나무들이 초록잎을 만들기 전에
영등할망이 뿌리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순박한 아씨 모습
차가운 땅 위로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
찬란한 봄이 걸어온다.
아직은 수줍은 듯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가냘픈 '변산바람꽃'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다.
하얀 그리움으로 봄바람 타고 자취를 감춰버릴 '변산바람꽃'
영등달 차디찬 바람에 기지개 켜는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아직 만나지 못한 전령사들을 찾아 계곡의 봄을 만나러 간다.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광활한 풀빛 초지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자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황금물결로 출렁이며 꽃길을 걷게 해 준다.
계곡 따라 한참을 걷다 만난 또 다른 봄의 전령사들
군락을 이룬 고양이 눈을 닮은 '산괭이눈'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는 '새끼노루귀'
길고 말린 잎이 멋스러운 별을 닮은 '중의무릇'
겨우내 움츠렸던 새 생명은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눈도 뜨지 않은 새끼노루~
간밤의 추위를 견디고 움츠린 채
보송보송 하얀 솜털을 달고 올라오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던지
이 아이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따뜻한 온기로 나무 잎새는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낙엽 속에서, 돌 틈에서, 막 새순을 틔워 기지개 켜는 여린 꽃들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림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의 여유를 보태본다.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봄이 오는 길목...
자연의 사랑을 먹고 자란 찬란한 이 봄의 꽃 아기씨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이 가장 먼저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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