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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어리목~윗세오름) 가는 길~

by 고니62 2015. 1. 19.

한라산(어리목~윗세오름) 가는 길~(2015.1.16.금)

 

어리목은 '길목'이라는 뜻입니다.

어리목 등반로를 따라 들어가면

사제비동산의 아름다운 숲길과 봄이면 산철쭉, 털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는 초원

겨울에 눈부신 백설에 덮힌 구상나무 군락지와 백록담 화구벽

아름답게 펼쳐지는 한라산의 신비스러움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한라산 서북쪽 코스인 어리목광장에서 남벽분기점까지

6.8km로 3시간(편도) 정도 소요됩니다.

 

어리목광장~사제비동산 2.4km(1시간)

사제비동산~만세동산 0.8km (30분)

만세동산~윗세오름 1.5km(30분)

윗세오름~남벽분기점 2.1km(1시간)

 

 

제주도는 약 180만년 전부터 역사시대에 걸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

초기 화산활동은 100만년 이상동안 대륙붕의 얕은 바다 속에서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수성화산과

얕은 바다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서귀포층이 쌓였다.

화산체가 육상으로 드러난 약 60만년 전부터는 육상환경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

전체적으로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순상 화산이 만들어졌고,

제주도 도처에 오름이라 부르는 작은 화산체인 분석구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화산활동은 현재까지 계속되어 1,950m 높이의 한라산이 완성되었다.

-제주도의 형성과정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 잠시 머뭇거리다 배낭을 챙겨 무작정 나섰다.

1년전 어리목을 떠올리며...

8시가 넘은 시간이라 성판악등반로는 한참 붐비고 있을테지만

어리목광장은 텅 비어있다.

주차공간도 널널하고...

 

매표소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아주 친절하게 괜찮을 거라고 위안을 주지만...

안개가 깔리는게 약간은 불길한 예감이...

그래도 한라산이 주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러

속내로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힘차게 출발해 봅니다..

 

 

 

졸참나무 숲을 지나고 나니 어리목계곡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학창시절에는 이 곳에서 1박을 하며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흐르는 물도 말라 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눈덮힌 계곡만이

이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습니다.

 

 

계곡을 지나면 바로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지금은 등반로가 눈으로 덮혀 있어서 살짝 보이는 노란선이 계단임을 알려줍니다.

 

 

 

[쉼터]

 

많은 눈이 내려 쉼터는 눈으로 덮혀 앉아서 쉬기에는....

잠시 숨을 고르고 출발합니다.

 

 

 

해발 1,100m를 지납니다.

계속 오르막길이라 스틱에 의지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입니다.

 

 

[한겨울에 더욱 빛나는 '겨우살이']

 

 

 

 

숲 터널을 지나니 탁 트인 사제비동산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가슴에서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안개가 짙게 깔려 '백록담 화구벽'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살아 백년, 죽어 백년 구상나무 숲]

 

한라산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사는 곳입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나무, 힘찬 기상을 가진 토종나무랍니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1,400m고지 이상에서 겨울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한라산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주인공입니다.

 

 

[꽁꽁 얼어버린 샘터]

 

 

 

 

2012년 4월 24일 탐방객의 담뱃불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입니다.

한라산 전역에 폭우가 내려 수목과 토양이 많은 습기를 머금었는데도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공무원, 소방대원, 군경과 산불진화 헬기는 물론 탐방객들까지 진화작업을 벌여

다행히 초동 진화에 성공하여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수천년간 소중하게 가꾸고 보존해 온

우리의 소중한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에

탐방객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점점 시야가 가려 집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잠시 멈췄습니다.

빨간 깃발을 보며 등반로임을 확인하고 다시 앞으로 앞으로..

 

등반로가 보이지 않으면 당황하지 말고 잠시 주위를 살피고 빨간 깃발을

보며 나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만세동산 전망대]

 

전망대 가는 길은 하얀 눈으로 덮혀 있고,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오름풍경'은 보이질 않습니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합니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는데,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내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장오리'를 포함하여 46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가 깔려 10m 앞을 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등반로임을 알리는 깃발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사각 사각' 내가 걷는 소리가 친구처럼 다정하게 들립니다.

 

이곳에서 보는 '백록담 화구벽'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안개 자욱해서 보이지 않지만 백록담 화구벽의 모습을 그리며 걸어갑니다.

안개가 잔뜩 끼어도 춥지도 않고 발도 시리지 않지만

사진을 담을려고 내민 손은 꽁꽁 얼어갑니다.

 

 

1년전 (2014.1.17.금)에 담았던 백록담 화구벽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백록담 화구벽 모습을 보며 걷는 기쁨을 만끽하려 했는데

한라산은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1년 전 상황이랑 너무 다른 모습의 변화무쌍한 한라산 자락 한 켠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숨을 쉬어 봅니다.

 

 

 

 

 

어리목 파란 말뚝은 1-17이 마지막입니다.

어리목대피소에서 윗세오름까지는 말뚝 하나의 거리가 250m니까

대략 4.7km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윗세오름 정상]

 

잔뜩 낀 안개가 5m 전방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윗세오름의 돌 표지석은 눈에 묻혀 보이지 않고

처마 끝에는 길다란 고드름만이 대롱대롱 매달려

이곳의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가 가져다 주는 흔적만이 남아 있습니다.

대피소의 출입문은 바람에 날아가 대피소 안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

또 다른 윗세오름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올라오는 길에 조금씩 눈발이 날리더니 금새 상고대가 만들어집니다. 

머리카락에도 눈썹에도 상고대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대피소에서 간식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고민했습니다.

남벽분기점까지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내리는 눈과 점점 시야를 가리는 안개로 인해 남벽은 포기하고

아쉽지만 일찍 하산하기로~

 

 

 

윗세오름~만세동산~사제비동산을 지나니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입니다.

 

 

숲길로 막 들어 갈려는 순간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숲속에서 메아리되어 퍼져 나옵니다.

단체 등반객들이 하나 둘 나오더니,

사방이 탁 트인 경관을 보는 순간 아름다움의 극치에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크게 들리지만

잔뜩 낀 안개때문에 한라산의 속살을 보여 주지 못하는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등반로를 내려 갈수록 눈발이 점점 거세게 흩날립니다.

이 아름다운 숲속의 이야기를 혼자만 듣고 가기에는 여운이 남습니다.

 

 

 

다시 만난 어리목 계곡의 눈 쌓인 목교는 아름다운 소리로

'반가워'하며 포근하게 맞아 줍니다.

 

[사랑나무의 맹세]

 

졸참나무와 당단풍나무는 한라산에서 영원히 함께 할 인연을 맺은 사랑나무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사랑나무 앞에서 맹세해 보세요.

그 소원이 꼭 이루어져서 아기자기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곳은 졸참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으면서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과

서로 어우러져 자라는 참나무 숲입니다.

참나무는 봄에 새순이 나와 겨울에 모든 잎이 떨어지는 낙엽활엽수입니다.

참나무 6형제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로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통틀어 부릅니다.

 

 

 

 

저도 한라산을 사랑합니다.

    

 

 

 

탐방로를 내려오니 주차장에 하얗게 쌓인 눈이

한라산의 혹독한 겨울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오늘도 나의 길동무가 되어 한라산 자락을 같이 걸어준 소중한 아이젠입니다..

겨울 등산의 필수입니다.

 

 

한라산은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채 여운을 남깁니다.

그래도 한라산은 가까이 있기에 다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1년이면 50일 정도만이 한라산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는

어느 선생님 말씀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