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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영실~남벽)의 봄

by 고니62 2015. 5. 28.

한라산(영실~남벽)의 봄(2015.5.26.화)

 

한라산의 봄은 벌써 찾아왔겠지만 짬이 나지 않는다.

잠시 일은 뒤로 미루고 '오늘은 꼭 한라산을 오르리라' 맘을 먹으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는 몇 대의 차량들만이 보입니다.

 

유리창문을 여니 새벽공기가 차갑지만

시원하게 뿜어내는 숲 내음은

"오늘 날씨가 좋아요~"

매표 선생님이 넌지시 던지는 말에 벌써 마음은 남벽에 가 있는 듯 합니다.

 

 

  영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글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옵니다.

영실은 '해발 1,280m'라고 돌표지석에 써 있네요.

 

빠진것은 없는지 확인해보고 출발해 볼까요~

 

 

파란 말뚝은 250m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데 

영실탐방로는 3-1로 시작되어 3-23이 마지막입니다.

영실탐방로는 윗세오름~남벽분기점까지 대략 5.8km가 됩니다.

남벽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군요.

 

[붉은병꽃나무]

 

 숲을 빠져나오니 높은 하늘과 확트인 사방은

무거웠던 몸과 마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해줍니다.

털진달래의 꽃잎은 시들어가고 대신 진분홍 붉은병꽃나무가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좀갈매나무]

 

[섬매발톱나무]

 

[영실기암과 오백나한(명승 제 84호)]

 

영실기암은 한라산을 대표하는 영주십이경중 하나로

봄의 춘화,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계절 빼어난 경치는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명승지입니다.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데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장군' 또는 '나한' 같아 보인다 해서 

 오백나한(오백장군)이라 합니다.

 

먼 옛날 한라산에는 오백 명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살았답니다.

흉년이 든 해 먹을 것을 구하러 아들들은 모두 사냥을 나가고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먹일 커다란 가마솥에 죽을 쑤었는데

실수로 펄펄 끓는 가마솥에 빠져 버렸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들은 어머니가 끓여 놓은 죽을

첫째 아들부터 차례대로 떠 먹고 막내 아들 차례가 되자 솥바닥에 뼈마디를 보게 됩니다.

그제서야 오백 아들들은 자신들이 맛있게 먹은 죽에 어머니가 빠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아들들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 버렸고

막내 아들은 섬을 떠돌다 섬의 끝자락에 제주도를 지키는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지만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 옵니다.

 

병풍바위]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려져 있어 '병풍바위'라고 부릅니다.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靈室)병풍바위는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 하네요.

 

 

[오름 풍경]

 

 한참을 오르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볼레오름 너머로 우뚝 선 산방산 주위의 오름 능선은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물 위에 떠 있는 듯

아름다운 모습은 무아지경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합니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있는데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장오리를

포함하여 약 46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해발 1,600m]

 

[구상나무 군락지]

 

한라산 해발 1,400m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상록침엽수로 한국특산식물입니다.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구상나무는 이제 막 봉오를 터트리는 산철쭉과

좋은 친구가 되어 봄의 한라산을 산상의 정원으로 곱게 물들입니다.

 

[산개버찌나무]

 

[좀고채목]

 

 

 

[백록담 화구벽]

 

숲터널을 지나니 확 트인 사방이 상쾌한 아침을 열어 줍니다.

웅장한 모습의 백록담 화구벽은 언제 보아도 신비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전망대]

 

윗세오름은 1,100고지 부근의 세오름 보다 위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선작지왓의 넓은 고산평원과 백록담 화구벽, 만세동산과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범섬,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처럼 아름다운 전망지입니다.

 

[선작지왓(명승 제 91호)]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 초원지대의

'작은 돌이 서 있는 밭' 이라는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키작은 관목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고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고원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입니다.

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꽃바다를 이루는 산상의 정원에는

눈향나무와 시로미 등 고산식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노루샘]

 

시원한 한라산 생수의 힘찬? 물줄기가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해 줍니다.

한모금 마시고 나니 저절로 힘이 솟아 발걸음은 더욱 빨라집니다.

빈 삼다수병에 물을 가득 담고 출발~

 

 

[윗세오름 정상]

 

'백록담은 흰사슴을 탄 신선이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전설을 가진 이름입니다.

한라산 정상은 화산폭발로 형성된 산정호수 백록담이 있는데

'영실탐방로'로는 백록담을 오를 수 없고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갈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백록담을 오를 수 없다는 말에

많이 아쉬워 합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간식과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go go~

 

[해발 1,700m]

 

[제주조릿대]

 

백록담을 제외한 한라산 전역에 분포한 조릿대는

땅속 줄기가 그물처럼 넓게 뻗어 있고, 마디부분에서 매년 새순이 돋아나 군락을 이룹니다.

조릿대 숲은 강풍, 강우,폭설 등으로 인한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야생동물들의 좋은 서식처가 된다고 하네요.

 

 

[각시붓꽃]

 

 

[산쩔쭉]

 

[방아오름샘]

 

웃방아오름에서 용출수가 솟아난다고 하여 방아오름샘이라 하는데

웃방아오름은 오름 모양이 방아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음씨 고운 등산객이 제주조릿대로 물줄기를 만들어 주었네요.

그래서인지 한라산 생수는 꿀맛입니다. 

 

 

서귀포시내와 지귀도, 제지기오름, 섶섬, 문섬, 범섬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조망됩니다.

 

 

[영실 3-23]

 

남벽분기점 가는 길에 마지막 파란 말뚝입니다.

 

[남벽분기점 전망대]

 

 한라산 정상 외곽인 화구벽 중 남측 수직절벽을 '남벽(백록담)'이라 합니다.

남벽분기점은 돈내코코스 남벽 앞 지점으로

윗세오름 가는길과 돈네코 지구로 갈리는 장소라고 하여

 '남벽분기점'이라 하네요.

 

 

[혼효림]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와 좀고채목같은 낙엽활엽수 등이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빛내줍니다.

 

 

 한라산의 봄꽃~

 

한라산 아래는 여름의 길목이지만 한라산의 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1,400m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왜성화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세바람꽃을 시작으로 산철쭉의 '봄의 왈츠'는 한라산의 봄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설앵초]

 

[큰앵초]

 

[흰그늘용담]

 

[노랑제비꽃]

 

[눈범꼬리]

 

[나도옥잠화]

 

[개족도리풀]

 

[민족도리풀]

 

[두메대극]

 

[금강애기나리]

 

[애기나리]

 

[세바람꽃]

 

[제주양지꽃]

 

[바위미나리아재비]

 

[소나무 숲]

 

 

한라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세바람꽃'은

한라산 구석구석을 하얀색으로 수놓고 있었습니다.

이른 봄 진분홍으로 물들였던 털진달래는 꼭꼭 숨어 버렸지만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산쩔쭉은

산상의 정원 선작지왓에 출렁이는 꽃바다를 만들어

숨을 멎게 하는 '철쭉제'가 곧 열리게 되겠지요.

 

한라산의 봄을 만나러 '선작지왓'으로 떠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