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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 나들이

예술의 섬, 나오시마

by 고니62 2023. 7. 6.

예술의 섬, 나오시마(2023.6.29. 목)

 

힐링을 위한 여행 최적지 '일본 소도시 여행' 

섬 자체가 예술작품인 예술이 흐르는 아름다운 섬 '나오시마'는 

시코쿠와 혼슈 사이에 있는 세토내해에 떠있는 작은 섬이지만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현대 건축물의 절묘한 배치, 독특한 공간의 아름다움을 연출한 

섬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은 자연이 스며든 예술 섬이다.

 

[미야노우라항]

다카마쓰항에서 페리에 탑승하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물 위 섬마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장맛비와 일렁이는 물비늘을 타고 1시간 남짓 달리자 

비슷비슷한 섬들 사이로 

나오시마의 상징 빨간 호박에 검은 물방울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숨겨져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 

여러 번의 수고스러움과 번거로움, 그리고 설렘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빨간호박]

"우주의 끝에서 찾아온 붉은 태양의 빛이 

나오시마 앞바다에서 붉은 호박으로 변신했다"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빨간 호박'

 

자전거 여행자의 천국 '나오시마' 

나오시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자전거 빌려 타고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평범했던 섬은 여러 색 예술옷을 입고 풍성한 표정으로 기다려준다.

그 기다림에 나만의 시선으로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수국]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고 한적한 마을 골목길로 들어서자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유월, 신부의 부케를 닮은 오묘한 빛깔의 수국이 

큼직하고 탐스럽게 피어 격하게 반긴다.

 

[극락사]

점심때를 놓쳐 배꼽시계는 밥 달라고 꼬르륵꼬르륵...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한참을 걷다 찾아낸 비좁지만 정감 가는 우동집 

할머니의 친절함과 좁은 공간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늦은 점심을 하고 숨바꼭질하 듯 골목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려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정리된 집과 가게 

오밀조밀 조그마한 골목골목은 어린 시절의 동네 골목처럼 정감이 간다.

 

[오밀조밀 골목길]
[백합]

세토내해 나오시마 섬, 예술의 감동 속으로 들어가다...

나오시마 혼무라 지역의 이에 프로젝트(1998년)는 

나오시마 마을의 오래된 버려진 집, 사원, 사당을 모아(7곳) 

건축가와 예술가에 의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를 말한다.

예술 작품으로 만든 이에 프로젝트와 안도뮤지엄이 있다.

아트 하우스는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소박하고 주변의 전통적인 일본 동네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카도야(구석, 코너집)]

카도야는 미야지마 타츠오 작품으로 

200년 전에 지어진 전통 창고를 복원한 주택이다.

다다미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물을 채웠다.

물 위에 숫자꽃들이 핀 듯 둥둥 떠다니는 예쁜 풍경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호왕신사 '고아이누']
[고오신사]

고오신사는 스기모토 히로시 작품으로 옛 신사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신사이다.

좁고 긴 통로를 통과하여 지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상과 지하 세계를 정면의 유리 계단으로 연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고카이쇼]

고카이쇼는 스다 요시히로 작품으로 바둑 두던 장소에 세워졌다.

다다미 바닥에 손으로 조각한 <동백 춘>이란 동백꽃이 놓여있고 

자그마한 정원에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바둑두던 정원의 동백나무]

고카이쇼 옆에 위치한 긴자는 나이토 레이의 작품으로 

200년 된 작은 가옥을 전통적인 건물 디자인과 장인 정신의 예술 작품으로 개조 

사전예약 시 관람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입장할 수 없었다.

 

[면사무소와 우체국 사거리]
[하이샤]

하이샤는 오타케 신로 작품으로

치과 의사의 집이자 사무실로 대형 조각품을 위한 갤러리로 개조되었고 

작품에는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벽면의 치아그림이 치과였음을 알려준다.

 

[시계꽃]
[아직까지도 비어있는 집도 보인다]
[이시바시(소금창고)]

이시바시는 센쥬 히로시 작품으로 

원래 염전을 운영한 소금 상인의 집으로 지어졌다.

복원 후 센쥬 히로시의 두 점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데 

본관 미닫이문에 그려진 그림과 창고에 걸려 있는 웅장한 폭포를 묘사한 그림이다.

옻칠한 까만 바닥에 비친 폭포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흠잡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마당 

 

멍 때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세상 편해 보인다.

 

[루드베키아]
[메밀여뀌]
[미나미데라]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미나미데라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다.

옛 사찰 터에 지어진 미나리데라는 

벽을 짚고 어두운 내부 공간에 들어가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으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어느새 빛이 공간을 밝게 비춰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관람을 마친 사람들의 아리송한 얼굴표정은 

작품을 감상하고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 승합차...

언덕길, 좁은 주차장마다 어떻게 주차를 했는지 감탄하는 동안 

숙소가 있는 아주 높은 언덕에 도착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선물 같은 시야를 꽉 채우는 섬 풍경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제주 하늘과 또 다른 색깔의 나오시마 하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언덕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붉게 물든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지는 해의 강렬함을 느끼고 싶었지만 

현실은 오락가락 장맛비에 잔뜩 흐린 하늘...

하지만, 추억을 소환하는 아름다운 섬 풍광 속을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숙소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나오시마 파빌리온: 후지모토 소우 작품]

낮과 밤의 다른 두 얼굴 

나오시마 제도의 중심, 크고 작은 27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오시마 

 28번째 섬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하얀 섬은 

250개의 삼각형 스틸메시를 붙여 다각형의 섬모양으로 얽혀 있다.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
[별장 롯지]

장맛비에 잔뜩 흐린 날씨지만 흔들림 없이 잔잔한 바다, 

멀리 회색 빌딩 사이로 보이는 산, 그리고 교각을 감상하다 보면 

나오시마의 상징 빨간 호박이 그림처럼 다가왔던 설렘은 잠시 접어두고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진짜 얼굴을 만나러 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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