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그린 봄..(2024.3.20. 수)
편백나무가 주는 진하고 고급스러운 향
여유와 편안함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던 숲 속 쉼터
그늘을 만들어주고, 숲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깨끗한 공기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서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뚝 떨어진 기온에 움츠려든 어깨
나무 사이로 간간이 들어오는 햇살이 반갑기만 하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라 나무 탁자와 의자를 마련해 준 친절한 길벗님
걷는 내내 묘한 느낌, 뭔가 지나간 듯 바닥이 제멋대로다.
파여있는 흙과 연둣빛 새순이 막 돋았지만 잘려나간 '박새'의 잎
오프로드 차량들이 지나간 길마다 파여있는 모습
방송으로 보았던 대형 바퀴를 단 사륜 오토바이들의 질주
흙길, 물웅덩이, 풀밭, 돌길 등 가리지 않고 다닌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듬어지지 않는 도로를 달린다는 뜻의 오프로드
자갈과 바위, 그리고 질퍽한 흙 등 자연 그대로의 길을 달린다.
새로운 도전도, 탐험도 좋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훼손하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한라산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전형적인 이등변 삼각형의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이웃한 경사가 낮은 다정다감한 족은 노꼬메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곳 역시 선명하게 드러난 사륜 오토바이 바퀴자국
빗장이 활짝 열린 봄
변덕스러운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봄을 부르는 생명의 속삭임,
나무 잎새는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는 상잣질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마법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이른 봄, 따스한 봄바람에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던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은
흔적만 남기고 봄바람 타고 떠나버렸지만
하얀 속살을 드러낸 '꿩의바람꽃'이 이어달리기를 한다.
작은 돌틈에 스며든 하얀 봄
진분홍 봄이 매력적인 '새끼노루귀'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는 가냘픈 꽃아기씨들은 세상 밖으로
정신없이 얼굴을 내민다.
진정한 숲이 그린 봄,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는
무성하게 자라 황금꽃길을 걷게 해 준다.
이맘때쯤이면 설레는 맘으로 찾게 되는 상잣질
오름과 숲, 그리고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
봄 아기씨들을 만나야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햇살이 머문 상잣질은 온전한 하루를 빌려준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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