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1편)
겨울을 지나 언 땅을 뚫고 일찍 봄을 맞는 작은 들꽃부터
겨울이 오기 전에 수분을 마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생명의 꽃들은
제주의 세찬 바람과 뜨거운 태양,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바닷길을 시작으로 올레길, 곶자왈, 오름, 계곡, 한라산 둘레길과 정상까지
수없이 걷고, 오르고 내리기를 하는 동안
발아래 작은 꽃들의 속삭임은 늘 감동을 준다.
봄꽃의 향연, 여름꽃의 향기, 가을꽃의 동화, 겨울꽃의 여행
사계절 들꽃세상을 계절별로 담아본다.
빗장이 활짝 열린 봄
나무 잎새는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새 생명은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봄을 부르는 생명의 속삭임,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까지도 흔들린다.
앙상한 나무 아래 거대한 굼부리 바닥은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마법 같은 풍경을 그려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황금물결 꽃길을 걷게 한다.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그 자체가 숨 쉬는 축복의 땅 '지상 낙원'이다.
봄기운으로 넘쳐나는 거대한 굼부리
바람도 멈춘 자연을 머금은 봄꽃들의 화려한 축제가 열렸다.
언 땅을 뚫고 노란 얼굴을 내밀었던 '세복수초'는 무성하게 자라고,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던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은 봄바람 타고 일찍 떠나버렸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발톱'
보송보송 솜털을 달고 기지개 켜는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작지만 품위 있는 모습이 별을 닮은 노란 별 '중의무릇'
고양이 눈을 닮은 '산괭이눈'
앙증맞은 이름도 별난 골짜기의 황금 '흰털괭이눈'
습기가 있는 그늘에서 잘 자라는 '벌깨냉이'
종달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현호색'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고,
이른 봄을 알렸던 원형 굼부리는 야생화 꽃밭을 꿈꾼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야만이 볼 수 있는 들꽃들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며 수수하지만 고운 자태는 걸음을 멈추게 하고
들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늘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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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2편)가 이어집니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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