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은노꼬메 둘레길(2024.7.17. 수)
노꼬메오름이 위치한 애월읍 유수암리는
제주시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중산간마을로
유수암, 거문덕이, 개척단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러 개의 오름이 마을을 감싸 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광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애월읍은 중산간 마을(67개)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노꼬메오름은
족은노꼬메오름과 큰노꼬메오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찍이 '놉고메'로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노꼬메'라고 불린다.
오름에 사슴이 살았음에 연유하여 '녹고악(鹿古岳, 鹿高岳)',
사슴과 개의 형국에 비유하여 '녹구악(鹿狗岳)'이라고도 한다.
뾰족하게 도드라진 전형적인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이웃한 경사가 낮은 다정다감한 족은노꼬메는
정답게 마주 앉아 있어서 '형제오름'이라고도 부르고
멀리서 보면 오름 모양새나 형체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이 든다.
쏟아지는 장대비와 폭염, 그리고 열대야...
잠시 장맛비는 멈췄지만 이른 시간인데도 지칠 줄 모르는 찜통더위
활짝 열린 문을 들어서자 벌써 시원함이 느껴지고
철책 밖으로 얼굴을 내민 말 한 마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바람에 묻어오는 여름향기, 그리고 초록 짙은 숲길,
푸르름으로 가득한 숲 속의 상큼함에 잠시 걸음을 늦춰 본다.
애월읍 장전리에 위치한 제주의 목축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궷물오름'
산록도로에서 보면 나지막한 동산처럼 보이지만
전사면은 소나무가 자라고,
울창한 자연림이 있어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장전리 목축문화의 상징인 '궷물'과 '백중 제단']
궷물오름 입구를 지나면 동쪽 기슭에
'자그마한 암굴에서 쉼 없이 솟아나는 물'이라는 의미의 '궷물'이 있다.
제주방언인 궤(땅속으로 패인 바위굴)
1937년 일제강점기에 장전공동목장조합원들이
궷물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가두어 목축에 필요한 급수장을 조성하여
주로 암소의 급수장으로, 숫소의 급수장은 이곳에서 남서쪽 궷물오름 중턱에 위치한
속칭 절된 밭에 조성한 연못을 이용하였으며 그 동쪽에는
당시 사용했던 샘이 있다.
궷물오름을 중심으로 장전리 마을목장이 형성되어
근해까지도 우마를 방목하고 있다.
장밧이라 불리는 장전리는
제5소장의 중심지로 아직까지도 상잣성 원형이 일부 남아 있고,
목자들이 모여 살면서 목장을 일구었던 곳으로 목축문화를 품은 궷물오름과
궷물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아나 이 물을 이용하여
해마다 음력 7월 14일이 되면 백중제를 지내왔다.
궷물 바로 위로 오래된 소나무를 신목으로 영험스러운
백중제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산수국이 길게 이어지는 숲길~
장마의 시작인 6월 말부터 꽃을 피운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
하늘 높이 추켜올렸던 헛꽃은
이미 수분이 끝나 뒤집어져 부끄러운 듯 살포시 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쑥쑥 자라 쑥대낭(삼나무)'이 사열하듯 반긴다.
하늘을 가린 아름드리나무가 내뿜는 상쾌함과 푸르름으로 가득한
숲 속의 여유롭고 편안함에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의 끝...
숲 속은 무더위 대신 가득 채운 여름 향기와 산새의 노랫소리로 귀를 채우고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불어오는 바람이 씻겨주고
작은 들꽃들은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여야만이 눈 마주칠 수 있게 한다.
연초록 숲 터널을 지나면 또 어떤 풍광이 기다리고 있을까?
숲길을 빠져나오니 펼쳐지는 고사리밭
시간을 거꾸로 사는 듯 솜털 보송보송한 꼼짝꼼짝 고사리는
주먹을 내놓고 기다린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전형적인 이등변 삼각형 모습을 하고 있는
위엄 있게 우뚝 솟은 큰노꼬메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사리밭 갈림길에서
계곡, 조릿대 길과 편백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숲을 뒤로하고
관중서식지로 발길을 돌린다.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선 산림욕 숲길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곧음과 푸르름의 상징 '소나무' 아래에는
여름 들꽃과 일찍 얼굴을 내민 가을 들꽃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양치식물들이 자람 터가 되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났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우산을 편 듯 포자로 번식하는 '관중'
관중은 면마과의 숙근성 양치식물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나는 습기가 많고 토양이 기름진 곳에서 자란다.
줄기는 광택이 많이 나고 황갈색 혹은 흑갈색의 비늘과 같은 것이 있다.
수많은 둥근 포자낭군은 잎 아래쪽의 잎맥을 따라 붙어있고
포막이 포자낭군을 덮어 보호하고 있다.
가죽질의 잎은 밝은 초록색을 띠며 여러 번 갈라져 깃털처럼 난다.
뿌리를 포함한 전초는 약용으로 쓰인다.
숲 그늘을 따라 내려온 상잣질에는
멈춰진 초록의 시간,
오고생이 곱앙이신(고스란히 숨어있는) 푸른 초원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탁 트인 그림같이 펼쳐지는 풍광은
눈과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중산간 해발 150~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되는데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수암, 소길, 장전 공동목장이 속해있는 5소장은
말굽형 모양인 노꼬메오름 주변으로 상잣성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많이 무너져
오름~목장 탐방로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제주목장과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잣질을 조성하였다.
초록초록 녹색의 싱그러움,
장맛비에 짙어가는 여름향기, 귀를 열어주는 새들의 노랫소리,
숲이 주는 맑고 상쾌한 공기는 숲 속에 서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애월의 숲을 지배하는 '노꼬메'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등 이야기가 있는 여름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걸으며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고
힐링하기 좋은 초록빛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둘레길에서
마음에 위안을 얻은 듯 선물 같은 하루를 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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