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깃든 '명월리'(2024.11.27. 수)
눈과 비를 동반한 강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내려가고
어깨가 움츠려드는 많이 당황스러운 날씨
이왕 나선 걸음은 고생 반, 행복 반을 염두에 두고
명월진성을 시작으로 중산간마을 '명월리'를 걸어본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명월진성'
명월성은 명월리와 동명리에 걸쳐있는 석성으로
왜선이 비양도 주변에 자주 정박하여
민가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에는 목성을 쌓았다가
돌로 성을 쌓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였다.
명월진성은 옛 제주 방어사령부(현 해병대 9 여단)가
지난 1999년 명월진성 내에 역대 만호 112명의 이름을 새긴 기념을 세워
명월진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중산간 마을의 곳곳에 남겨진 역사를 걷다 보면
세월이 느껴지는 팽나무 가로수 길에서 명월리의 잔잔한 풍경과 마주한다.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제주의 마을
'명월리'는 제주시 서부지역의 중심지 중산간에 자리 잡은 마을로
상고에는 수류촌이라 했는데
오름과 숲으로 둘러싸인 산세가 수려하고 문인 학자가 많이 배출되어
청풍명월이란 말에서 '명월'이라 유래되었다.
명월리는 금악, 옹포, 상명, 동명까지를 포함한 큰 마을로
행정의 중심지, 교육문화의 본산, 군사의 중요한 요충지로 명월진성을 석성으로 개축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성내에는 수군만호(현 제주 방어사령관)가 주재했다.
광복 후 4·3의 피해지역으로 일부 부락은 폐허가 되었다.
마을의 동쪽, 갯거리오름이 위치해 있고
제주도 지정 기념물인 명월대, 팽나무 군락지, 명월성지가 있는 마을로
옛 북제주군 지정 문화마을 장수촌으로 지정되었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마을을 지켜주는 팽나무
마을 곳곳에서 오래된 팽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비 내려 운치 있는 길은 계곡과 어우러져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마을 중심을 흐르는 하천 양쪽에 수령 100년 이상을 자랑하는
팽나무와 푸조나무 등 노거수 100여 그루가 잘 보존되어 자라고 있다.
예전에는 옹포천을 따라 시냇물이 시원하게 흘러 유유자적 노닐었을 곳
지금의 옹포천은 하천 주변으로 축대를 쌓고 정비를 해서 옛 모습을 찾기가 어렵지만
명월대 주변으로 아름드리 팽나무들은 과거 옛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한림읍 명월리 중동 하천변에 위치한 명월대는
조선 말기 이 지방 유학자들과 시인들이 어울려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의 명월대는 1931년 명월 청년회가 정비사업을 추진하여
축대와 비를 건립해 놓은 것으로
축대는 명월대 남쪽의 돌로 쌓은 홍예교(명월교)와 함께
수준 높은 석공 예물이라 할 수 있다.
무지개(홍예) 모양의 다리인 '명월교'
수령이 수백 년 넘은 아름드리 팽나무가 즐비한 '옹포천'
선비들의 풍류를 즐기던 '명월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석교 아래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수십 그루의 아름드리 팽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운치 있는 곳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쉬어가던 아름다운 계곡이다.
배움의 옛터 폐교가 된 '명월 국민학교'
정문 벽면에 명월 국민학교라고 새겨진 문패가 그대로 남아있다.
국민가수 백난아 기념비
대표곡인 '찔레꽃',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금방이라도 흘러나올 듯하다.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카페 명월 국민학교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극 중 삼달리 갤러리와 용필과 상도가 만나던 놀이터이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밭을 개척한
제주 선인들의 억척스러움과 고단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밭담
구불구불 구멍 숭숭 밭담 사이로 보이는 월동채소
여름 내내 흘린 땀방울의 결실, 농부의 애쓴 모습이 보인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정자목으로 많이 심어져 있는 향토수종이다.
뿌리가 잘 발달된 팽나무는 강풍과 해풍에도 강하고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습한 곳에서도 잘 견디며 성장이 빠른 편이다.
꽃은 4~5월에 피고, 열매는 적갈색의 핵과로 10월에 익는다.
팽나무와 유사한 푸조나무는 열매의 색이 검은 자줏빛을 띤다.
마을 길을 걸으면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팽나무
명월 팽나무 군락은 수령이 100년에서 400년 되는 노거수가
중동마을을 흐르는 하천 양쪽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고
사이사이에 푸조나무, 산유자나무, 보리밥나무 등도 섞여 있어
언제 찾아도 아늑하고 안정감을 주는 마을 숲으로 오래된 역사가 느껴진다.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 안길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팽나무
조용하던 마을에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문밖으로 나오신 어르신
팽나무와 함께 산 세월이 느껴진다.
감나무가 예뻐서 사진을 담고 싶다고 여쭤보았더니
그러라고 선뜻 허락을 해주신다.
사람이 그리운 듯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계신다.
육지의 느티나무만큼이나 제주에서의 폭낭(팽나무)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 '정자목'으로 남아있다.
굵고 억센 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은 모습, 연륜이 묻어나는 명월의 팽나무는
노거수 집단으로 단순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쁜 기운을 막고, 여름철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상들의 만든 소중한 곳으로 웅장한 풍치를 자아낸다.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밭담
제주밭담은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고
농지의 경계표지 기능도 지니고 있다.
제주밭담은 농업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업유산이다.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농로 길~
밭담 안으로 눈에 들어오는 노랗게 익은 감귤은 침샘을 자극한다.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단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둥근잎유홍초'
무리 지어 자라는 움직이는 물체에 달라붙는 '흰도깨비바늘'
생태계 교란 위해식물 '왕도깨비가지'
추워지기를 기다린 듯 빨간 열매가 도두라진 '배풍등'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열리는 '개똥참외'
마을 인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계절을 잊은 들꽃마저도 정겹다.
비 내려 운치 있었던 명월리의 가을
계곡의 아름드리 팽나무는 점점 퇴색되어 가지만
인적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농로 길에는 겨울을 기다렸다는 듯이
구불구불 구멍 숭숭 밭담 안으로 보이는 초록의 월동채소들
비일까? 눈일까?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나를 비춰주는 햇살이 고맙고
함께 걷는 그 길에 정겨움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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