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조개바당길(2025.1.1. 수)
성산포로 가는 길, 길게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
섭지코지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냅다 뛰기 시작, 해는 이미 떠올랐지만
짙게 깔린 먹구름에 갇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숨죽이고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성산일출봉 주변으로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특별한 시작
드디어 구름 속에 갇혀있던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힘찬 기운을 가득 안은 빛의 울림
푸른 뱀 해의 빛, 바다 위로 붉은 해가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새해 소망을 담아본다.
가슴 벅찬 황홀한 해돋이, 만질 수도 닿을 수도 없어 더욱 빛난다.
찬란한 성산일출, 영주의 새 희망을 노래하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취소된 제32회 성산일출축제 포스터)
항공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제주 여행의 1번지
제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빼어난 해안 절경과 더불어 관광지로 더 유명한 성산일출봉
멋진 풍경과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나를 비춰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하늘은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지만 바다색은 여전히 아름답다.
성산읍 조개바당길은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걷는 원점회귀길로
제주올레 1코스 끝 부분과 2코스 시작 부분이 적당히 스며들고
그리움의 바다 성산포와 햇빛 비치는 오조리 마을의 아기자기함이 녹아 있는
제주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길로
총 거리 약 8km로 꼬닥꼬닥 걷다 보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열린문화쉼터를 시작으로 식산봉~둑방길~광치기해변~4·3 희생자 추모공원~
수마포구~성산일출봉~이생진 시비거리~성산항~열린문화쉼터
로 돌아오는 길이다.
오조리는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마을을 지키던 조방장은 군사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오름을 군량미가 산처럼 쌓인 듯이 꾸몄는데 이후로 이 오름을 '식산봉'이라고 부른다.
(제주올레 2코스 안내글)
나를 비추는 마을 '오조리'
동쪽에 떠오르는 제주의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마을로
식산봉 황근자생지와 상록활엽수림이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내수면은 철새도래지로 지정되어 철새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화산, 바다와 사람을 만나 해양문화를 품은 오조리는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제주올레 2코스, 성산읍 조개바당길,
일출과 월출을 함께 품은 오조만 쌍월동산 등
걷다 보면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마을이다.
오조리 포구에 있는 작은 돌집은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서도우 작업실 촬영 장소로
주인공 김하늘과 이상윤이
두 번째 사춘기를 겪으면서 위안을 주는 애틋한 눈빛이 떠오른다.
또 하나는...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용필이와 삼달이가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촬영 장소이다.
제주에서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성산지역은
철새들의 겨울나기에 알맞은 곳으로 매년 수백에서 수천 개체가 찾아드는데
종류도 많고 희귀 철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둑방길에서 바라본 바다 위의 궁전 '성산'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엽서 속 그림이 되어준다.
둑방길을 빠져나오니 성산일출봉과 돌담을 배경으로
유채가 노랗게 피기 시작하여 겨울이 가기 전에 벌써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조선 말기에 보를 쌓아 만든 논은 늪지대로 변했고,
새마을사업으로 조성한 8만 평에 달하는 양어장 역시 거의 버려진 상태지만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제주올레 2코스 안내글)
제주 조랑말을 표현한 제주올레 상징 간세는
'게으름뱅이'란 뜻의 제주어로
간세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안내글 설명이다.
자연환경의 보물이면서 탄성을 자아내는 곳
제주올레 1코스의 끝이자 2코스가 시작되는 '광치기 해변'
제주어로 빌레(너럭바위)가 넓다는 뜻으로
썰물 때면 드넓은 평야와 같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그 모습이 광야와 같다고 하여 '광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검고 흰모래가 섞여 있어 바닷물결에 따라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광치기 해변은 '관치기 해변'으로도 불리는데
성산리 남쪽 300m 지점 바닷가(성산읍 고성리 247번지)로
예전에 고기잡이배가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들은 이곳에 와서 기다렸다고 한다.
골이 파인 독특한 모양의 바위 사이로 밀물 때 시체가 물결에 밀려와 걸리면,
물이 빠지면서 드러났고 수습된 시신은 주민들이 관을 짜서
묻어줬던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전해진다.
광치기 해변을 지나 수마포 해안으로 가는 길
제주의 아픔이었던 4·3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표석이 있다.
무고한 양민 400여 명이 무참히 살해되었던 터진목 4·3 유적지이다.
터진목은 4·3 사건 당시 성산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밀물 때 잠겼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톱이 있었던 자리로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터지곤 했던 길목이라 해서
'터진 길목', '터진목'이란 이름이 붙었다.
광치기해변의 눈물
4·3 희생자 214명의 이름이 새겨진 '해원의 문'
수마포 해안은 태평양 전쟁 시
미군과 연합군에게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 자살특공대 부대의 동굴진지 18개가 위치한 곳으로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제주도민들보다는 다른 지방 주민들,
특히 전남의 광산 노동자를 동원하여 구축한 곳이다.
이 시설물에는 일(一) 자형 동굴진지 15곳과
벙커형 동굴진지 2곳, 왕(王) 자형 동굴진지 1곳이 있다.
일자형 동굴진지는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하여 만든 특공 병기를 보관하던 곳이다.
특공 기지는 서우봉, 수월봉, 송악산, 삼매봉, 일출봉 5곳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오정개 해안
다양한 돌 형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정개는 성산리 중심지에서 정오 방향에 있는 개(포구)라는 데서,
또는 가마우지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동물 골격 화석이 산출된 곳이기도 하다.
단성 화산으로부터 용암이 유출되면서
당시 이곳에 살고 있던 새와 사슴을 품어버렸던 것이 화석이 된 것이라고 한다.
새벽을 여는 아름다움이 뭉쳐있는 '소섬'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길
우도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성산항을 지나니 성산갑문이 내게로 왔다.
걷는 내내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산일출봉'
첫 햇빛 닿는 일출과 월출을 함께 품은 오조리 '쌍월동산'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푸른 물결 위에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광치기해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성산이 보이는 곳은 포토 존이 되어 준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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