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례 2리 '학림천 트레일코스'(2025.7.30. 수)
한라산 남쪽의 첫 마을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 2리는
영천오름과 칡오름 사이 기슭을 흐르는 효돈천 상류 중산간마을로
학이 둘러싸인 마을이라 해서 '학림동'이라 불린다.
학림교를 지나는 천을 따라 원시적 수림과 계곡이 잘 발달되었다.
하례 2리는 감귤재배 적지이기도 하지만
자연환경과 생태가 잘 보전되어 지난 2013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추가 지정된 곳이다.

계곡에는 '고살리'라 부르는 샘이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생태 하천 옆을 지나는 2.1km의 고살리 탐방로(자연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5.16 도로 남서교(선덕사 맞은편, 입석동 버스정류소)에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숲의 가장자리에는 누리장나무가 활짝 피어 여름의 끝을 알리고
숲길 들머리에는 커다란 두 개의 돌이
대문인 양 활짝 문을 열어주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는 계곡의 숲도 예외는 아닌 듯
봄에 떨어진 퇴색된 갈색의 낙엽(상록수)은 푹신함보다는 바스락거리고
내음성이 강한 양치식물들은 바싹 말랐다.





제주숲의 주인공 아름드리 참나뭇과 나무들
돌밭에 힘겹게 뿌리를 내린 생명 강한 나무들은 더 힘차게 자란다.
걸음을 늦추고 나무 그늘 따라 걷다 보면 숲의 생태가 보인다.
나무도 개성이 있고, 나무마다 가족이 있다.

겨울이 되면 바닥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빨간 열매의 주인공들~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죽절초를 시작으로 초록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꽃과 열매,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돌틈 사이로, 나무에 뿌리를 내리며
계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감동을 주었던 숲 속 요정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냥 존재 자체가 고마운 무엽란은 흔적을 남겼다.













고살리 탐방로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볼거리가 많은 트레일코스로
표지판이 설치되어 학림천의 숨은 비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잣성은 조선 초기부터 한라산 중턱에 설치된 국영 목마장의
상하 경계에 쌓은 돌담을 말하는데, 목장을 구분하는 경계용으로 이용되었다.
하잣성, 중잣성, 상잣성으로 약 60km에 이른다고 한다.

내창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든 불규칙한 돌무더기로 계곡을 이룬다.
흙이 부족해 땅 속으로 뻗어나가야 할 나무뿌리가 지면 위로 드러나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바위를 부둥켜안은 모습의 '조록나무'
강인한 생명력은 신비스럽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학림천의 숨은 비경 '어웍도'는
하례리 서쪽 냇가 변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그 주위가 하례리 공동목장 구역이지만
옛날에 사람이 살던 곳으로 집터가 몇 군데 있다.
마을사람들이 삶과 연관되어 쇠달구지가 왕래하던 곳으로
쉼팡 겸 애환이 깊은 지역으로 전해 내려온다.
'억새풀이 무성하다'는 데서 지역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계곡 주변으로
스님이 삭발한 머리를 닮았다는 '중대가리나무'
(구슬을 닮은 꽃이 핀다는 '구슬꽃나무'로 이름을 바꿔 부른다.)
하늘의 신선이 먹는 과일 '천선과나무'
노란색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는 '고추나물'
그늘진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 '고란초'는
계곡의 뜨거운 여름을 즐긴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컴컴한 숲
크고 작은 용암 덩어리와 나무,
덩굴식물들이 뒤엉켜 숲을 이룬 인적이 드문 길에는
척박한 곳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뿌리가 판자 모양처럼
납작하게 땅 위로 돌출되어 생명의 끈질김을 일깨워주고,
저마다의 특색 있는 오래된 나무들은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느껴진다.




판근은 땅 위에 판 모양으로 노출된 나무뿌리이다.
습지에서 몸을 지탱하거나 습지가 아닌 곳에서 바람에 버티기 위해서 형성되는 뿌리로
수직으로 편평하게 발육하여 판 모양으로 지표에 노출된다.


두 번째 만나는 학림천의 숨은 비경 '속괴'
고살리에서 700m 지점, 장냉이도에서 300m 지점에 위치
건천이기는 하지만 사시사철 물이 고여 있는 곳이다.
이곳은 기가 센 곳이라 내림굿이나 산신제, 토속신앙이 빈번하게 행해지는 곳으로
우천 시에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폭포 위쪽으로 네모난 바위 옆에는 소나무(적송)가 온갖 풍파와 엄청난 냇물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우뚝 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고살리 샘에서 북쪽으로 700m 지점에 위치한 냇가 길로
영장을 넘긴 도라 하여 '장냉이도(장 넘긴도)'라 불린다.
울창한 수풀이 우거진 길 아래쪽에는 영주계곡폭포가 있어
우천 시에는 폭포수가 장관을 연출하는 또 하나의 학림천의 숨어있는 비경이다.
그 앞 낭떠러지 밑에는 큰물도가 있다.

영주계곡폭포는 항상 물이 고여있어
겨울철에는 원앙과 각종 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우천 시에는 목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고온다습한 숲과 계곡은 모기들의 천국이다.
잠시 숨을 멈춘 동안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달라붙던 모기는
'나도생강'의 백색의 꽃을 담고 나서야 실랑이도 끝이 난다.


고살리 탐방로 숲길을 빠져나오니
전봇대 사이로 부드러운 곡선의 한라산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학림동 마을의 상징인 이곳은
냇가 바위틈에서 샘(용천수)이 솟아 나와 마을 학림천을 타고 흐른다.
사시사철 물이 솟아 나와 약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바닥이 보이는 맑고 시원한 물은 여름철 피서객들로 붐비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례 2리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학림천은
아홉 군데에서 모아진 소하천들이 합류해서 영천오름 남쪽 기슭에서
산벌른 내인 돈내코 하천 줄기와 하나로 되어 바다로 흐른다.
건천이기는 하지만 늘 물이 고여 있어
많은 비가 내린 후에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는 장관을 이루고
구석구석 학림천의 숨겨진 비경은 트레일코스로 알려져 있다.


말고랑소는 마을 중간 동네 옆 냇가를 말하는데
1960년대 말까지 냇가 입구에는 말 방앗간 방아돌이 두 군데 있었다고 한다.
'말 방앗간이 있었다'라고 해서 말고래소(말고랑소)라 불려지고 있다.
냇가 소(沼)에는 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으며
이곳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새벽녘 고요한 적막을 깨고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는 여자의 슬픈 울음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올레가 아름다운 어케할망당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잣끝내'는
잣성이 끝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잣끝내'라 부른다.
시멘트 포장길을 만들어 과수원으로 드나들게 만들었다.

당올레가 아름다운 할망당 직사동네에 살기 시작하면서
점마소자리 장통이라는 곳 당산나무 아래 성황당을 모신 곳이다.
'어케'는 직사와 돈드르 사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절벽을 이르는 말이며
신명은 '어케할망'으로 홀로(여 1인) 좌정하고 있다.
자연석 제단에 돌집(궤)이 있는 모습이다.
제일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요즘에도 일부 마을사람들의 토속신앙인
어케할망당을 찾아 여러 가지 소원성취를 비는 곳이다.

여름의 끝에 찾았던 학림천 따라 걷는 숲길
여름향기 짙게 베인 초록빛 길 위에 쉼을 담으며 숲길 따라 마음도 같이 걸었다.
학림천 따라가는 길에는 크고 작은 폭포와 하천수,
수많은 비경을 품고 있는 학림천의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 있다.
대부분 건천이지만 많은 비가 내리면 넘치는 물로
계곡의 비경은 숨을 멎게 하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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