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로 가는 '하원수로길'(2025.11.28. 금)
굽이굽이 경사가 심한 길 따라가는 길
가을빛이 채 가시기 전 겨울빛으로 물들이는 한라산 상고대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 차를 세웠다.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탐방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영실(靈室)'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채우고 아침 고요 속,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탓에 시린 손은 호주머니 속에 깊이 박혀있다.


하원 수로길은 영실 주차장에서
영실 제1교를 지나 영실 등반로 방면으로 500m를 걸어가면
길 오른편에 들머리가 보이고 한라산 둘레길(동백길)로 이어진다.
자연림 속에 수로를 따라 걷는 하원 수로길은
편도 4.2km로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원 수로길은 한라산 중턱 숲이 가장 울창한 구간에
1950년대 후반 마을 주민들이 하원마을에
논농사용 물을 공급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저수지까지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진 수로이다.

한라산의 주변을 잇는 둘레길은 주변 도로들이 개설되기 전까지
한라산 등반코스로도 많이 이용되었던 길로 또 다른 길이 매력을 더해준다.
수로길에는 영실 존자암과 숯가마터, 수행굴,
무오항일항쟁 발상지 법정사, 화전마을 터전 등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이곳에는 조상들의 숨결과 힘든 시절 삶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있다.
수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비가 내리면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른다.
지금은 힐링과 숲의 탐방을 위해 복원하고 개방된 생태문화 탐방로이다.



인적 없는 고즈넉한 숲 속
제주조릿대와 연둣빛 이끼로 덮인 수로길
수로 양옆에는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야자매트를 깔아 놓았고,
수로를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걷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 초록초록이 건네주는 아침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수량이 풍부한 언물은
암석 깊숙한 쪽에서 솟아나는 물이 차가운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조릿대는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에만 생육하는 고유종으로
대부분 지역에 높은 빈도로 분포, 한라산 저지대에서 고지대까지 넓게 분포한다.

거리를 두고 돌 위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가을 달빛이 아름다운 계절~
뿜어내는 싱그런 초록에너지로 만들었던 숲터널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가을추억을 만들어준다.
계절마다 제각각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며진 수로길은
한라산 중턱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태양이 아침을 깨우는 시간
하늘을 고스란히 담은 투명한 바닥
아름다운 계곡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고인 물웅덩이에는 반쪽 하늘 풍경을 담아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몸과 마음을 토닥거리며 계곡 카페에서 잠시 쉬어간다.





깊은 숲 속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는 리듬을 타고
내려갈수록 초록잎으로 덮인 굴거리나무는 길을 멈추고 쉬어가게 한다.
주위를 살피며 수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수로의 내리막이다.


수로길 따라 무오법정사까지 가는 길
세 갈래(한라산둘레길: 동백길) 길에서 법정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계절마다 제각각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며진 수로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숲 속에는 연초록 이끼와 도토리, 요를 깔아놓은 듯 푹신한 낙엽
한라산 중턱의 매력과 멋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봄보다 더 화려했던 자연의 색은 만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