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할머니 '가는잎할미꽃'
들꽃이야기40
◆ 미나리아재비과 / 여러해살이풀
◆ 학명 : Pulsatilla koreana
◆ 꽃말 : 슬픈추억
하우스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쳐다 보다가 내 눈에 딱 걸린 통꽃 모양의 진자주빛깔 아이~
무덤 한가운데 봄 햇살을 맞으며 반짝입니다.
내가 엎드려 이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동안
"뭐 햄시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못 들은척 이 아이와 눈 마주치며 웃고 노는 것이 신이 납니다.
올해 처음 만나는 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내 얼굴은 봄 햇살에 검게 그을리는 줄도 모른채 햇빛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이 아이는 작년에도 이 무덤가를 지키고 있었을 테지만 내가 미처 보질 못했었나 봅니다.
할미꽃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자라는데 양지 바른 산기슭이나 들판과 같은 건조하고 척박한 곳을 좋아합니다.
유독 무덤가에서 많이 보입니다.
이른 봄 다른 풀잎이 돋아나기 전에 잎은 뿌리에서 무더기로 나오고 깃털모양으로 깊이 갈라져 있습니다.
잎은 자루가 길고 5개의 소엽으로 전체에 긴 하얀털을 뒤집어 쓴채 흰빛으로 보이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입니다.
꽃봉오리를 싸는 작은 잎은 꽃대 윗부분에 달리고, 꽃은 4~5월 적자색으로 꽃대가 여러 개 나와 끝에 하나씩 달리는 갈래꽃이지만 통 모양의 종형입니다.
한쪽으로 구부러져 고개를 숙인 채 피어난 할미꽃은 꽃잎 안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 하얀털이 보이고, 많은 암술과 수술도 보입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흰털로 덮힌 달걀모양의 열매 암술 날개 씨가 하얗게 부풀어 마치 백발 노인이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모습에서 '할미꽃'이라 부르는데 다른 이름으로 '백두옹(白頭翁)'이라 하기도 합니다.
할미꽃 뿌리는 독성이 강해서 시골 농가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에 벌레 퇴치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진통, 소염, 지혈 등 약재로 쓰여집니다.
제주도에는 가는잎할미꽃이 자생합니다.
할미꽃에는 두 손녀와 할머니의 죽음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전해 오네요.
옛날 산골 마을에 나이 지긋한 할머니와 얼굴은 예쁘지만 마음씨가 고약한 큰 손녀와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씨 착한 작은 손녀가 살았답니다.
나이가 차서 큰 손녀는 이웃 마을 부잣집으로, 작은 손녀는 고개 너머 아주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작은 손녀는 할머니를 모시려고 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한 큰 손녀가 할 수 없이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보살피기로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대하는 것이 소홀해지고 굶주린 할머니는 고개 너머 작은 손녀를 찾아 갑니다.
산길도 험하고 찾아가는 길에 허기가 져 손녀가 살고 있는 고개마루에 쓰러지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작은 손녀는 할머니를 부둥켜 안고 통곡하며 시집의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는 슬퍼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피어났는데 할머니의 허리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작은 손녀는 이 때부터 할머니의 넋이 피운 꽃이라 믿어 '할미꽃'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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