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산 '고근산'(2015.12.11.금)
서귀포시 서호동에 위치한 고근산은
서귀포시 신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기생화산으로
표고 396.2m로 산정부에는 깊지 않은 원형분화구를 갖고 있는 오름입니다.
고근산(孤根山)은 주위에 산이 없이 외로운 산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호근리에 소속되어 있어 호근산으로도 불려지고 있습니다.
호근리는 서귀포 앞 바다에 있는 범섬(虎島)이 가까이 보이는 마을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플밭오름이었다고 하지만
오름 중턱에는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조림되어 있고
정상 부근에는 자연석과 산철쭉, 예덕나무, 사스레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너무 오랫만에 찾아 가는 고근산~
고근산로를 따라 700m를 더 진입하면 입구에 도착하지만
가는 길을 놓쳐버리고 다시 입구를 찾아 오르막을 한참 올랐습니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역시 따뜻한 남쪽이라 아직까지도 털머위가 노란얼굴로 반겨줍니다.
[단풍나무]
12월인데도 고근산 산책로에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환한 얼굴로 길을 안내해 줍니다.
갈색으로 바싹 말라 떨어진 상수리나무도 한 몫을 합니다.
바람언덕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지요~
구름이 걷힐 듯 하지만 눈덮힌 한라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네요.
학수암으로 불리는 '각시바위'가 보입니다.
고근산을 내려가면 탐스런 겨울딸기가 지천으로 널브러져 있을
각시바위를 오르리라 길동무들은 무언의 약속을 합니다.
[편백나무가 아름다운 길]
시원스레 조망되던 억새길을 지나니 아름다운 편백나무길이 나옵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나무가 주는 좋은 기운은
머리를 맑게 해주며 상쾌한 아침을 열어 줍니다.
정상가는 길에는 체력단련기구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오름 정상 부근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네요.
서귀포 주민들의 인기있는 산책코스이기도 한 고근산은
정상에서는 마라도에서 지귀도까지 제주 바다와
서귀포시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라산과 범섬 사이에 서귀포칠십리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굼부리]
오름의 굼부리에는 전설 속의 거신(巨神) 설문대 할망이 심심할 때면
한라산 정상부를 베개 삼고, 고근산 굼부리에는 궁둥이를 얹어
앞바다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서 물장구를 쳤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네요.
굼부리 안에는 내 키보다 훌쩍 자란 억새가 길을 안내합니다.
은빛물결로 출렁거렸던 굼부리의 모습은 빛바랜 모습으로 변해 버렸지만
가을의 굼부리를 찾았던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설레였을 얼굴들이 연상됩니다.
굼부리를 빠져나오니 계절을 잊은 바늘엉겅퀴가 홀로 피어 있네요.
봄과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화려한 꽃들은
탐스런 열매가 달려 겨울로 가는 길임을 알려 줍니다.
[바늘엉겅퀴]
[나비나물]
[사스레피나무]
[쥐똥나무]
[댕댕이덩굴]
[남오미자]
[노박덩굴]
[자금우]
[사위질빵]
고근산은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확 트여 있어
서귀포 칠십리 야경과 한라산의 정겨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립니다.
초록의 잎들은 가을을 지나면서 곱게 물든 단풍을 만들어주더니
땅바닥에는 비에 젖은 낙엽들이 푹신한 길을 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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