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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눈 내리는 '영아리'

by 고니62 2016. 1. 11.

눈 내리는 '영아리'(2016.1.8.금)

 

신령스럽다는 영아리는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표고 693m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용이 누운 형체인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와전되었다는 설과

신령스런 산으로 풀이하는 설 두가지가 있지만

후자에 비중을 두고 있네요.

신령스런 산이란 뜻의 영산(靈山)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한자로는 영아리악(靈阿利岳)이라 합니다.

 

 영아리를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 있습니다.

광평리를 지나 나인브리지골프장 가장자리 곁의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길,

핀크스골프장 곁의 마보기로 가는 길,

안덕면 위생매립장 곁의 어오름을 가로질러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마보기]

 

목장 입구를 지나 오름쪽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마보기 기슭에 이르는데 정상까지는 5분 정도 소요됩니다.

영아리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또는 남쪽에서 마파람이 불어 오는 곳이라 해서

'마보기'라 부릅니다.

 

표고 559.7m로 원추형 형태를 하고 있는데

북서쪽에 민틋한 두개의 봉우리가 동서로 나란히 마주하고 있고

두 봉우리 사이에는 남북으로 터진 굼부리가 있는 야트막한 오름입니다.

 

 

[마보기 정상]

 

정상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다정한 모습으로 서 있네요.

 

[영아리]

 

촐왓(목초지)에는 내 키보다 더 자란 빛바랜 억새가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큰 키로 길을 안내해 줍니다.

 

사거리가 선명한 촐왓(목초지)에는

영아리가 보이는 삼나무길을 따라 방향을 확인하고 가야

헤매지 않고 기슭에 이르게 됩니다.

 

 

 

 

삼나무길을 따라 기슭에 접어들 쯤에 눈발이 날리더니

 금새 하얗게 눈이 덮혀 운치있는 오솔길은 하얀겨울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줍니다.

얼굴을 세차게 때리던 겨울바람과 싸락눈은

삼나무 숲길로 접어들자 숲은 포근하게 감싸 줍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자꾸 나를 따라 다닙니다.

 

 

오름 기슭에 자리잡은 습지는 살얼음으로 덮혀 있고 

 돌 위로 쌓여가는 하얀눈은 운치있는 겨울을 허락한 선물인 듯

자꾸 가까이 다가서게 합니다.

 

 

 

 

하얀눈은 바위 위에도 앙상한 나무 위에도 푹신한 낙엽 위에도

사뿐히 내려앉아 온 몸으로 겨울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정글속에 있는 듯 자연림이 울창한 숲을 지나고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있는 틈을 지나 눈 덮힌 바위를 타고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 위태해 보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얼굴입니다.

 

 

남북으로 완만하게 누워 있는 영아리는

등성이로 이어지는 봉우리와 북사면은 가파른 편이지만

 울창하고 다양한 식생을 만들어 주었던 활엽수림대는 앙상한 모습으로 변해 있고

서쪽으로 향한 굼부리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빽빽이 조림되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맑은 날이면 서귀포 범섬, 바다를 낀 산방산과 오름 군락들을 조망할 수 있지만

흐린 날씨 탓에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상]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8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집니다.

영아리의 분신처럼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놓여져 있고

녹색의 광활한 광야는 영아리를 수호하는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영아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어오름, 서쪽으로 하늬보기, 남쪽으로 마보기, 북쪽으로 이돈이가

영아리오름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호하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신령스런 산 '영산(靈山)'이라 풀이하는가 봅니다.

 

한라산에 많은 눈이 내리는지 시야가 가려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부드러운 능선 한라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광야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네요.

한라산이 허락한 선물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다른 날 다시 오라고 여운을 남겨주는 듯 합니다.

 

 

봄날의 제비꽃

여름날의 자주꿩의다리

가을날의 한라꽃향유

거석 위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들꽃들은 모두 숨어 버리고

얼굴을 세차게 때려도 싸락눈이 반가운지 퇴색된 모습의 줄사철만이

동무가 되어 거석 위를 지켜주고 있네요.

 

 

 

정상에 위치한 높이 5m의 거석(巨石)과 쌍바위는

영아리의 버팀목이 되어 그 어떤 오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길동무는 쌍바위를 '병아리바위'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 줍니다.

그러고 보니 앙증맞은 병아리가 

한 마리는 하늘을, 한 마리는 땅을 쳐다보는 듯 합니다.

 

 

정상을 뒤로 하고 반영이 아름다운 습지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돌오름 너머로 한라산이 보일락말락...

구름이 걷힐 듯 하지만 오늘은 한라산의 모습은 포기하고

눈 내리는  영아리의 겨울을 온 몸으로 느끼며 위안을 가집니다.

 

 

꽁꽁 언 손을 녹여 줄 따뜻한 커피는 추운 날씨 탓에 금방 식어 버립니다.

바람을 의지하여 잠시 쉬었던 곳 아래에는

부드러운 잔디 위에 하얗게 눈 덮힌 나인브리지골프장이 보입니다.

 

 

 

 

 

'영아리' 반영이 습지에 비친 아름다움을 파노라마로 담았습니다.

눈내린 습지의 아름다운 반영은 영아리가 품고 있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물이 가까이 있고 산 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잇점에서

이 곳 '궤'에서는 제주의 어둡고 마음 아팠던 시절에 숨어서 지냈다고 하네요.

굴 속을 들어가 보았더니 20~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굴 밖으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사위질빵]

 

[노박덩굴]

 

[상산나무]

 

 

[마]

 

 [청미래덩굴]

 

[천남성]

 

[자금우]

 

 

 

골른오름(소병악)~여진머리(대병악)~믜오름

너머로 희미하게 산방산이 보입니다.

오름 능선은 뜻밖의 선물로 내려오는 내내 두근거리게 합니다.

 

 

저만치 있을 한라산의 부드러운 능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는 동안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대지와

영아리가 품은 반영이 아름다운 습지는

변함없이 영아리와 함께 하는 영아리의 품격입니다.

 

겨울로 가는 길에 하늘이 뿌려준 하얀눈은

모두에게 허락된 축복의 선물이 되어 영아리와 함께 보낸 멋진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