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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남생이못~

by 고니62 2014. 11. 2.

어린시절 뛰놀던 내 고향 가는길~ (2014.8.31.)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나선 진드르는

아직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길게 늘어선 수박이며 참외를 팔았던 평상들은 온데 간데 없어

흘린 땀을 닦아내며 부채질하던 정감어린 고향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여름 진풍경은 모두 숨어버렸다.

 

신촌은 제주시 경계 원당봉을 시작으로 동쪽 끝 조천과 경계에 있는

대섬(죽도)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종인천, 문서천인 소하천(건천)이 있긴 하지만 해안가에는

용천수가 풍부하여 아직까지도 마을 주민들이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다.

신촌 향사에서는 리사제(포제)와 풍어제(용신제)을 지내며

영등막에서 영등굿을 지내는데 농산물과 해산물의 풍작을 기원한다.

 

남생이못~닭머루~안개물~큰물~신촌초등학교~대섬을 둘러보며

어린시절 뛰놀던 추억을 되새기며 환한 미소를 지어본다.

어린시절엔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던 길이었는데

다 자란 지금은 왜 이렇게 작아 보이는지...

내 고향은 어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저를 따라와 보실래요~~

 

 

 

 

[남생이못]

 

[자연생태학습장]

 

여름이 지나감을 못내 아쉬워하는지 남생이못에는

수생식물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연못 가득 피어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마름] 


 

[수련] 


[애기부들] 

 

[송이고랭이]


[영등막]

 

신촌리에는 영등할망이 2월 8일(음력)부터 사흘정도 머무른다.

음력 2월 8일이 되면 3~4일 영등막에서

영등굿을 하여 농산물과 해산물의 풍작을 기원하는 곳이다.

어릴때는 무서워서인지 신성시해서인지 영등막 가까이 가지 않고 빙돌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닭머루 코지]

 

바위 한 부분이 뾰족하게 나와 있는 모습이 여직껏 '닭머루'라고 알고 있었는데~~

표지판에는 다르게 설명이 되어 있다.

어릴적 기억으로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추석날~

달밤이면 동네 친구들과 줄넘기와 강강수월래를 하며

 뛰놀았던 내가 살아 숨 쉬었던 곳이다.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정자와 산책로가 들어서고

올레길(18코스)이 생기면서 더 알려진 곳이 되었다.

바닷가에는 낚시하시는 분들과 수영을 즐기는 몇몇 분들이 있다.

 

[금강아지풀]


[순비기나무]

 

[마을 전경]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

 

'갯거시' 라 부르며 어린시절 멱을 감고 소라, 보말을 잡았던 곳이다.

유난히 물질을 잘하는 동네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원담]

 

여름날~

물이 들어올때 멜이 들어왔다가 물이 빠져나가 버리면 원담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수도 없이 많은 멜들이 파닥거리며 뛰논다.

새벽녁에 동네 어르신들이

"멜 들어왔져~"

외치시는 소리에 잠을 깬 기억이 있다.

 

[환해장성]

 

예전에 쌓아 두었던 정감가는 무너진 돌담은 그대로 있어 가슴이 떨린다.

 

 

내가 살던 집도 보인다.

 

[안개물]

 

안개물은 '여탕' 이다.

백중날~

물이 돌담 위로 가득 차면 속옷 하나 달랑 걸치고

물 속으로 '풍덩' 빠지며 헤엄치며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밀려든다.

제일 윗칸은 먹는물, 가운데 칸은 채소 씻는물,

마지막에는 빨래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마을 소개 표지판]

 

[신촌 향사]

 

[포구]

 

 

 

 

 

[큰물]

 

큰물은 '남탕' 이다.

바로 옆에는 여탕이 있긴 하지만 남탕이 워낙 커서

아직까지도 멱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용천수가 풍부한 큰물에선 입술을 '닥닥닥' 떨며 동네 개구쟁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알몸을 한 개구쟁이가 있다며 잠시 뒤에 들어오라 귀뜸해 준다.

내 앞에서 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려주며 다이빙을 하겠다고

뽐내는 모습이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손을 씻었더니 물도 엄청나게 차갑다.

 

 

 

 

 

[신촌초등학교]

 

내가 5학년 때까지 다니던 교정이다.

많이 변해있지만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인지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5학년 가을운동회때 '물건찾기'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달리며 주운 종이에는 '감' 이라 적혀 있었는데

'감'을 외치며 빈손으로 운동장 한바퀴를 두리번거리며 뛰었는데..

2등으로 거의 들어올 쯤 아빠가 냉큼 내 손에 감을 쥐어 주신다.

하마터면 울음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대섬]

 

대섬은 신촌과 조천을 경계하는 조그마한 섬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은 먹이가 풍부해서 철새들이 보금자리이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무말랭이를 말리는 모습 또한 진풍경을 연출한다.

 

초등학교 소풍 장소였던 곳이였는데

오늘 간 대섬은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안타까운 마음뿐~~

염생식물들이 잘 자랄수 있는 여건이 되어 늦둥이 순비기나무가 아직까지 꽃을 피우고 있었고,

익어가는 열매는 탐스러워 보인다.

순비기열매로 베개속을 만들어 베면 상큼한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차 한대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마한 길이 놓여져 있다.

 

 

멀리 초등학교 가을소풍 장소였던 '원당봉' 이 눈에 들어온다.

 

[수평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에는 어떤 꿈들을 간직한채 어디로 흘러갈까?

돌담이 정겨운 신촌 바닷가 모습이다.

 

[갯까치수영] 

 

뜨거운 여름날 돌틈 사이에 하얀색으로 활짝 피었던 갯까치수영은 빨갛게 익어가고,

바람부는대로 살랑거리는 갯강아지풀은 햇살 아래 더욱 눈부시다.

 

**추억을 더듬어보며 아름다운 내 어릴적 뛰놀던 고향을 모아 보았다.

 

 [닭머루]

 

 [어리연꽃]


[큰물]

 

물 깊이가 애들이 물 속에서 만세를 불러도 쑤우욱 내려간다.

다이빙하며 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백중 날에는 물이 더 높이 차 올라와 멱을 감았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팔월 마지막 날~

가을이 성큼 내려 앉았다.

한층 높아진 파란하늘이 여름을 얼른 보낼려는지 바삐 돌아 다닌다.

남생이못에는 고추잠자리가 여름이 지나감을 못내 아쉬워 물위를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바닷가에는 여름 들꽃들의 열매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개구장이들은 여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지 입술이 파래도록 물장구를 친다.

고향은 아무때나 늘 편안하게 다가온다.

하늘도 들판도 바닷가도 늘 그 자리에서 추억과 사랑을 듬뿍 안겨 준다.

한가위가 가까와서인지

배꼽친구 영희가 보고 싶다.

가까이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보기도 힘들다.

영희야~~

여름이 끝자락에 우리가 놀던 닭머루랑 남생이못, 큰물로 추억여행를 떠나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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