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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꼼짝꼼짝 고사리가 사는 '북오름'

by 고니62 2016. 5. 2.

꼼짝꼼짝 고사리가 사는 '북오름'(2016.5.1.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위치한 북오름은

송당~선흘간 도로(1136번)변에 동서방향으로 가로 누워있다.

북오름 맞은편에는 초록의 넓은 태역밭과 습지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을 맞는다.

4~5월 고사리철이 되면 제주 사람들은 고사리 복장으로 무장을 하고

새벽부터 고사리꺾기에 나선다.



오름을 오르기 전 맞은편 태역밭에는 꼼짝꼼짝 고사리가

숨바꼭질을 할까요?, 보물찾기를 할까요?

기다리고 있다.


들머리에는 고사리를 한짐 꺾고 딸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조촘 앉아 계신다.

"하영 꺾언마씸?"

"고사리 어신게, 이거밖에 못 꺾어서"

"아이고, 하영 꺾어신게 마씸~"

우리 일행도 전투태세를 갖추고 태역밭으로 고사리랑 숨바꼭질하러 들어간다.



망을 쳐놓은 태역밭은 주인이 있는 고사리밭이라는 경고가 보인다.

맞은편 철조망이 쳐진 돌담을 넘고 드넓은 태역밭으로 들어간다.



성질 급한 연녹색 고사리는

보자기를 내놓고 봄바람에 살랑살랑 봄나들이 나왔다.

그 사이로 솜털 보송보송한 고사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고사리를 꺾으려면 저절로 허리를 구부리고 절을 한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고사리가 내 손안에 들어온다.



고사리는

고사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양치식물로

땅속줄기를 벋으면서 잎이 나오는 심근성 식물이다.

흰 솜털과 같은 털로 덮혀 있는데 잎이 퍼지기 전 둥그렇게 말려있을 때 꺾는다.

양지와 그늘은 물론 평지에서 고산지대까지

군락을 만들며 자생하는 생활력이 아주 강한 식물이다.

양지보다 반음지에서 자란것이 키도 크고 통통하며 훨씬 부드럽다.

해를 등지고 보면 고사리가 잘 보인다고 한다.



[습지]


드넓은 태역밭에는 고사리를 꺾다 잠시 눈을 돌리면

봄 햇살에 싱그러운 모습을 한 보석들이 저마다의 고운 자태로 봐 달라고 떼쓴다.


[개찌버리사초]


[큰점나도나물]


[뽀리뱅이]


[미나리아재비]


[뱀딸기]


[등대풀]


[애기수영]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길이 훤히 드러나있다.

길 끝에 돌담이 보인다.



태역밭을 나와 정면으로 보이는 북오름으로 향한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위치한 북오름은

표고 304.6m,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한

15분 정도면 정상에 도달한다.

오름 모양이 북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고악(鼓岳)'이라고도 한다.

등성마루가 깊고 화구바닥은 꽤 넓은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다.



고사리를 꺾으며 힘이 바닥이다.

처음 오르는 오름이라 어느만큼 올라야 정상인지 몰라

오름 시작인데도 무척 가파르게 보인다.



등성이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조림되어 우거져 숲을 이룬다.

봄볕 더위에 숲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은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한다.

숲 속 나무 아래는

시원스레 날개를 펼치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이는 천남성이 무리지어 반긴다.


'천남성'은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습지에서 자란다.

5~7월 보라색, 녹색꽃이 피며 열매는 빨간색으로 옥수수처럼 달린다.

전초가 독을 가지고 있어 함부로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된다.

 

[점박이천남성]


[큰천남성]


[둥글레]


[쥐오줌풀]


[엉겅퀴]




[정상]


등성이 아래로 도로가 보이긴 하지만

정상에서는 사방이 막혀 조망이 어렵다.


오름 동쪽에 '북오름굴'이라는 천연동굴과

남쪽에 '거멀굴'이라는 천연동굴이 위치한다는 안내글이 있지만

찾을수가 없어 아쉽다.






등성이 따라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게 돌계단이 놓여져 있다.



출구 따라 내려오니 출발지점이 아닌 서쪽 방향 농로가 보인다.


제주의 사월과 오월은 고사리와 숨바꼭질을 한다.

무리하게 일행들과 떨어져 길을 잃지 않도록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자란듯 하지만 사고없이 고사리철이 지나가길 바란다.

잠자리에 들면 초록의 싱그런 태역밭에는 꼼짝꼼짝 고사리가

가시덤불 속에 숨어 주먹을 내놓고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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