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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후박나무가 아름다운 '체오름'

by 고니62 2016. 4. 23.

후박나무가 아름다운 '체오름'(2016.4.22.금)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체오름은

말굽형 형태를 한 표고 382.2m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름의 모양새가 곡식 따위를 까부는데 이용되는 체('키'의 제주어)와

비슷하다고 하여 체오름이라 불린다.

또는 골체('삼태기'의 제주어)와 비슷하다 하여

 '골체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체악(體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오름으로 가는 길에는 고사리 꺽으러 온 차량으로 출렁인다.

비어있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바라보는 체오름의 모습은

여느 오름과 같은 밋밋하고 편안함을 주는 삼태기 모습이 연상된다.

덕천리와 송당리를 이어주는 도로에서 바라보는 체오름은

거대한 괴물이 입을 크게 벌려 금방이라도 삼켜버릴 듯 움츠려들게 하는 색다른 느낌으로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는 오름이다.


오르미들이 다닌 흔적이 없어 연초록의 풀 위를 걷는 푹신함은 기분좋은 아침을 열어준다.

굼부리의 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마음이 바빠진다.




오름 등성이를 따라 걷는 길에는 소나무꽃이 피어

소나무를 살짝 건드려도 꽃가루(송화가루)가 날리기 시작한다.


[소나무 '암꽃']


[소나무 '수꽃']


소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이다.

바늘 모양의 잎이 짧은 가지 위에 2개씩 달리는데 밑부분은 잎집에 싸여 있다가

이듬해 가을에 잎집과 함께 떨어진다.

4~5월에 피는 꽃은 암수한그루로

홍자색 암꽃은 새 가지의 끝에 달리고 황색의 수꽃이삭은 아래쪽에 붙는다.

노란 꽃가루에는 공기주머니가 있어 멀리까지 날아가 퍼진다.

이듬해 9월에 달걀꼴의 구과가 달리는데 이 열매를 솔방울 또는 송자(松子)라 한다.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영리함을 가진 식물이다.

풍매화인 소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피지만

자기끼리 수분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암꽃은 위, 수꽃은 아래에서 피도록 본능적으로 알고 있음이다.



[새우난초]


소나무 아래 송화가루를 뒤집어 쓴 채

활짝 핀 새우난초가 아침인사을 한다.


능선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연초록 잎 사이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햇살이 간지러운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지만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청미래덩굴]


[고추나무]


[멀꿀]


[으름]


[거친오름]

 

희뿌연 먼지로 시야가 가리지만 희미하게 한라산이 보인다.

연초록이 만들어주는 광활한 대평원 뒤로 높고 낮은 오름군락들이 만들어내는 파노라마는

잠시 넋나간 모습으로 자연의 위대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굼부리]

 

수직에 가까운 말굽형 굼부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른 나무로 가려지긴 했지만 굼부리의 명물인 후박나무 모습도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굼부리의 식생이 달라 보인다.

울창한 나무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가운데는 이제 막 연초록 풀로 채워간다.

굼부리 안의 색다른 모습에 마음이 급해진다.


바로 밑은 수직 절벽이라 자칫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로...

겨울 앙상했던 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어서

조심스럽게 굼부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을날~

하늘을 향해 활짝 피었던 산부추와 용담이 있던 자리에는

수수하고 앙증맞은 봄꽃들로 수를 놓았다.

가던 길 멈추고 여기서도 찰칵..

저기서도 찰칵...


광활한 태역밭에는 볕고사리들이 주먹보다는 보자기를 내어 놓고 눈길을 주지만

관심없이 지나가는 것이 서운했던지 주먹을 내놓고 기다려준다.

할 수 없이 허리를 굽히고 고사리를 꺽어볼까~


[큰점나도나물]


[나도물통이]


[꿩의밥]


[선개불알풀]


[구슬붕이]


[각시붓꽃]


[애기풀]


[옥녀꽃대]


[솜방망이]


[산괭이눈]



[둥글레]







[굼부리]


넓다란 초록정원이 보이는 카페

'후박나무 아래'

이제 막 돋아나는 연초록의 새순은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거대한 굼부리 안에 오래된 초록잎 후박나무 한 그루가 운치을 더해 준다.

다른 오름에서 볼 수 없는 체오름이 품고 있는 커다란 굼부리의 위엄이 돋보인다.

연초록 눈부심은 작은 행복을 느끼며 오랜시간 머물다 간다.



[국수나무 길~]


[쌍둥이 안돌과 밧돌의 정다운 모습]




봄의 굼부리 모습이 궁금해 찾아간 체오름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등성이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봄꽃들로 가득 채우며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굼부리 안의 후박나무와 들꽃세상이 들려주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