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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봄꽃 마중하는 '민오름(오라)'

by 고니62 2016. 3. 4.

봄꽃 마중하는 '민오름(오라)'~(2016.3.4.금)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민오름은

높이 251.7m, 말굽형 굼부리 형태를 한 나지막한 오름이다.

나무가 없는 풀밭오름이라 하여 민오름(民岳, 戊岳)이라 불렀고,

옛날에는 오름이 민둥산이었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나무, 천선과나무, 예덕나무, 보리수나무, 밤나무 등과

조경용으로 심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민둥산이라는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다.


제주시 연동과 오라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고,

신제주 신시가지와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름 중턱과 정상에는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체육공원으로 손색이 없고

산림욕과 잘 정비된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별꽃]


일년만에 찾은 민오름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걷던 민오름은 어느 날 연북로가 생기면서 복잡하더니

지금은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중이라 조용하던 숲은

갑자기 시끌벅적합니다.


그래도 봄마중 나온 별꽃이 봄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은

작은 웃음을 선사합니다.




시내에 인접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민오름은

가끔 애완견과 같이 운동나오는 일이 종종 있어 지켜야 할 에티켓 세가지를 적어 놓았다.



[민오름 둘레 숲길]


약 40분~1시간이면 둘레 숲길을 걷고 다시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정상을 오르는 길은 여러 군데가 있어서 운동시간이 모자란 분들은

둘레 숲길을 걷고 오름 정상으로 오릅니다.



[체육시설]


오름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체육시설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둘레길을 돌아 나오는 길이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계단이 가파르다 보니 돌계단 숫자를 세며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랫만에 계단을 세면서 올라 볼까요~

1,2,3,4,5.......



계단을 세다 헉헉거리는 숨소리에 잠시 쉬어갑니다.

소나무로 빽빽하던 등성이는 재선충으로 잘려나가 드러난 바닥은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계단 숫자를 세다보니 정상이 보입니다.

마지막 계단의 수는 262...




[정상]


정상에서는 제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사라봉~별도봉~원당봉~서모오름까지 연이은 오름 능선은 정겹게 보입니다.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능선 윤곽만 보이지만

이웃해 있는 광이오름과 남조순오름은 형제처럼 다정해 보입니다.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재선충 피해로 잘려 나간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흉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기분은 착잡합니다.



잘려나간 재선충의 흔적 주위로 파룻파릇 쑥이 올라옵니다.

산책하러 나오신 분들이 쑥을 뜯었었는데

이 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따뜻한 봄날~

통나무 위에 누워 있으려니 파란 하늘 아래로 구름이 지나갑니다.

소나무 위에는 까치들이 반갑다고 노래를 부르고,

지나가던 바람도 잠시 쉬어 갑니다.




[산자고]


정상을 내려오는 산책로에는

'산자고'가 기지개를 펴며 인사를 합니다.

봉개 민오름에는 봄의 전령사(세복수초, 변산바람꽃, 새끼노루귀)가 봄소식을 전하더니

오라 민오름에는 산자고, 미나리아재비, 자주괴불주머니가 봄꽃 마중을 나왔네요.


[미나리아재비]


[자주괴불주머니]


[금창초]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에는

 재선충의 피해로 잘려나갈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오름 북동사면에도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잘려나가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신제주 지역에 민오름과 광이오름(한라수목원)이 있어서

시민들의 산책, 휴식공간과 체육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제주시내에는 저녁노을이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사봉낙조) 사라봉과

오름 전체를 시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산림욕코스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별도봉이 보입니다.


[한라도서관과 제주아트센타]


[굼부리]


화구는 정상인 서쪽 봉우리와 동쪽 봉우리 사이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지만

봉우리 정상 부분에는 원형 분화구의 흔적이 남아 있고, 이름 모를 묘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빈의자]


오르는 사람은 땅을 쳐다보며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내려가는 사람은 의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빠른 걸음으로 내려갑니다.




연북로가 생기기 전에는 민오름까지 가는 오솔길이 좋아서 운동삼아 올랐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싫어서 자연스레 마음에서 멀어졌다.

거의 1년만에 찾은 민오름은 너무 많이 변해 있어서

낯선 곳에 온 듯 공기가 차갑게 느껴집니다.



하루가 지나면 도로가 생겨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우리 제주는 공사중입니다.

사람들은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자연은 천천히 가라 합니다.

끝자락에 서 있던 겨울이 지나고 재선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오름은

봄꽃 마중으로 한창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