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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조릿대에 점령당한 '노로오름'

by 고니62 2016. 7. 24.

조릿대에 점령당한 '노로오름'(2016.7.22.금)


노로오름은 애월읍 유수암리

해발1.000m 고지에 위치한 높이 1,070m의 펑퍼짐한 오름이다.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이어져 큰노로오름, 족은노로오름이라 불리고,

한자로는 그 뜻을 따서 獐岳(장악),

또는 음을 따서 老路岳(노로악)이라고 표기한다.

예전에 오름 일대에 노로, 노리(노루의 제주어)가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리메오름을 찾아

'함박재농장' 표지판 따라 임도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곳에 노로오름의 들머리가 보인다.

하지만 두갈래 길에서 방향을 잘못 들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숲길이 주는 푸르름과 하늘을 찌르는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이어져 잠시 쉬어간다.






노루오름(노로오름)의 들머리부터

초록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허리까리 자란 연초록의 조릿대가 길게 이어진다.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인 오늘 바깥온도는 30도를 넘나들지만

숲 속은 작은바람에도 습도가 있어 조금은 끈적거린다.

해를 가려주는 녹음이 짙어가는 숲은 여름향기로 상큼한 아침을 열어준다.






노로오름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완만한 숲길로 이어져 걷기에는 편하지만 길을 덮을 정도로 많이 자린 조릿대에 가려

돌과 나무뿌리는 간혹 발에 걸려 주위가 필요하다.


조릿대의 무성함에 빈틈을 찾아보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들꽃들의 작은 움직임은 찾을 수 없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반가운지 같은 빛깔 돌 위에는 긴 친구가 일광욕을 즐기고

기억했던 바위 위에는 지장보살 '풀솜대'가 열매를 맺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자리를 지켜준 풀솜대의 우아한 모습은 작은 기쁨을 준다.



[풀솜대]


[개족도리풀]


[개감수]


[뱀톱]


[뱀버섯]


[연지버섯]



[덩굴곽향]



[큰노로오름 분화구]


 큰노로오름은 낙엽활엽수림과 삼나무 인공조림지, 화구습지로

정상부와 습지를 제외하면 오름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졌다.

굼부리에 호장근과 길게 자란 풀이 접근을 어럽게 한다.


큰노로오름은 1개의 원형 분화구와 5개의 원추형 화구,

족은노로오름은 1개의 분화구와 1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루어진

각각 독립된 복합형 화산체다.



[백작약]


정상까지 밋밋한 조릿대의 행렬은 길게 이어진다.

5월 백작약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한참을 쉬었던 자리엔 백작약 흔적이 남아있고

간간이 들려오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 작은바람은 여름향기를 날려주고

숲 속의 땀은 숨을 고르게 하지만 꿈을 꾸며 정상을 향한다.





[정상]


큰노로오름 정상에서는

남서쪽으로 드넓은 초록의 광야와 산방산을 중심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오름 능선의 아름다움에 숨이 멎은 듯 시선이 멈춰 선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한대오름'이라 알려주신다.


[삼형제오름]


[운무에 가린 한라산]


헐!!

어승생악~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제주의 속살은

아쉽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한라산의 웅장한 모습을 운무에 가려 볼 수 없는 아쉬움에

눈을 돌리는 순간 한여름에 하얀 눈이 내린 듯

정상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노로오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호장근]



[파란여로]



[산수국]


[윤노리나무]



[민박쥐나물]



노로오름(노루오름)은

작은 언덕의 낮은 세 봉우리가 딸려 있어 기복을 이루며 연결되고

 노로오름의 동사면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전사면은 자연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제주조릿대가 넓게 분포한다.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잠시 망설이지만 빠른 결정으로 원래 계획을 바꾸고

족은노로오름 분화구까지 보고 가는 걸로~



족은노로오름 분화구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돌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잠깐 들어갑니다~"


[족은노루오름 분화구]


물이 고여있을 상상을 했지만 분화구는 길게 자란 풀로 진입이 어렵다.









[연리지가 되어가는 '소나무와 서어나무']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숲 속은 신비의 세계를 열어준다.

오름 들머리에서 정상 부근까지 허리까지 자란 조릿대에 점령 당한 오름은

천의 얼굴로 자연의 걸작품들을 만들며 정글 깊숙한 곳에 와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노꼬메오름]


차창 밖으로 노루가 많이 살았다는 '노꼬메오름'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은 짙어가는 녹음으로 단장을 했다.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땀은 숨을 고르게 한다.

작게 흔들리는 바람은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조릿대와 화음을 넣으며

숲이 주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조릿대에 점령당한 노로오름은

한라산의 허리에 자리잡아 주변의 오름을 찾는 이들에게

한여름의 작은 기쁨을 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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