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산행 '새별오름~이달봉'(2016.9.16.금)
가을달빛이 아름다운 계절~
새별오름에서 한가위 달맞이를 기대했지만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보름달을 볼 수 없다는 일기예보에
야간산행으로 이름을 달리 불러본다.
다행히 주춤한 비소식에 새별오름으로 향한다.
서부지역의 오름 중에 새별오름은
풀밭이 가장 고우면서 부드러운 오름 능선으로
풀밭과 가을의 억새가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제대로운 오름의 멋을 보여준다.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새별오름은
들불축제로 잘 알려져 쉽게 접근이 가능해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
표고 519.3m로 형태는 복합형을 하고 있는 정상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저녁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혼자 서 있다'
는 뜻에서 새별오름, 한자로는 신성악(晨星岳)이라 하는데
오름의 모양새가 날씬한 새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조비악(鳥飛岳)' 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 가축 방목을 위해 병충해를 방제하고 해묵은 풀을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매년 불을 놓았던 것에 착안을 얻어
해마다 정월 보름을 기해 들불축제가 열리는 오름이다.
오름 능선마다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리며
가을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가 반갑게 맞아준다.
조금 가파른 능선도 있지만 등반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오름을 오르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정상]
한라산 방향으로 바리메와 노꼬메가 정겹게 마주하고 있고
바다 쪽으로는 비양도와 산방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바로 이웃한 이달봉과 이달촛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삼형제처럼 다정하게 보인다.
사방이 확 트인 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쉬어 간다.
이달봉과 이달촛대로 떨어지는 해넘이의 장관을 마음 속으로 상상하며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방향인 이달봉으로 향한다.
평화롭게 보이는 들판은
고려말 최영장군이 토벌군을 이끌고
한림읍 명월포로 상륙하여 새별오름에 진영을 구축하고
여몽군과 일대 치열한 격전을 치뤘던 역사의 현장이라고 한다.
[굼부리]
오름 등성이는 5개의 봉우리로 이어지고
서쪽 비탈은 넓게 휘돌아 벌어진 말굽형 화산구를 이루고 말굽형 굼부리는 넓지만 가파르다.
북쪽 비탈은 부드럽고 작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고
북사면 기슭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억새 아래는 종모양을 한 야고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꽃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고 가을꽃들에게 바턴을 살며시 넘겨줬다.
수크령, 짚신나물, 산박하, 당잔대, 큰도꼬마리가 오름을 뒤덮혀 버렸다.
굼부리는 얼굴을 간지럽히는 작은 바람이 불어올 뿐
찾는 오르미들도 보이지 않고 한적하다.
길동무랑 잠시 쉬어간다.
[수크령]
[짚신나물]
[개미탑]
[야고]
[무릇]
[익모초]
[벌등골나물]
[당잔대]
[나비나물]
[산박하]
[비수리]
[송장풀]
이달봉 들머리가 보인다.
이달봉에서 바라 본 굼부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새별오름의 전혀 다른 모습은 또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잠시 숨을 고르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쉬어갈 듯도 하지만 어둠 속에 풀숲을 헤쳐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달봉 정상에 눈도장을 찍고 새별오름으로 향한다.
여름동안 자란 무성한 풀은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살갗에 스치는 억새의 날카로움에 팔을 머리에 올리고 한줄로 걷는 모습이 이채롭다.
억새에 살짝 스쳐도 베이는 탓에 조심하는 뒷모습을 담으며 웃음이 나온다.
[해넘이 모습]
이달봉과 이달촛대 사이로 해넘이의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하늘에는
잔뜩 먹구름만 두리운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비양도가 선명하게 보이는 초저녁 아름다운 한 장면은 또 다른 기억으로
마음 속 붉은노을 장면을 상상할 뿐...
굼부리에서 오름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듯 억새 틈새로 난 작은 길이 고맙다.
정글탐험을 하듯 앞선 길라잡이가 어려움을 하소연하지만 고지가 바로 보인다.
점점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새별오릉은 샛별을 연상하는 오름이지만
깜깜한 밤하늘 아래 오름카페에서 가을동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얼굴에 닿는 작은 바람, 어둠이 주는 고요함에 마음은 잠시 설렌다.
능선따라 다시 정상으로 항햔다.
정상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태풍영향으로 달맞이는 포기하고 야간산행으로 이어졌지만
착한이의 눈으로 보면
저만치에 떠 있을 둥그런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평화로의 자동차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뺨에 닿는 빗방울이 심상치 않다.
달맞이는 다음해를 기약하며 손전등에 의지하며 정상을 내려간다.
온몸을 활활 태우며 한해를 열어주었던 새별오름
찾아오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하루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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