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물이 있는 '원물오름'(2016.9.30.금)
원물오름은 안덕면 동광리
표고 458.5m, 비고 98m로 말굽형(서쪽)을 하고 있는
동서로 길게 야트막한 오름이다.
조선시대에 동광리 입구에
원(院 : 출장하는 관원들을 위해 두었던 국영의 숙식시설)이
있었음에 연유해 이 곳의 샘물을 '원물'이라 했고
원물오름(院水岳)의 명칭은 남녘 기슭에 있는 샘에 연유한다.
대정원님이 제주목을 다녀오다 오름 입구에 있는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고 해서 원물,
원나라가 목장을 설치하여 그 물을 이용하였다고 하여
원수(元水)라고도 전해진다.
평화로 동광검문소를 지나 충혼묘지를 이정표로 삼으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아직은 붉은 기운의 억새가 농로따라 길게 이어지고
가을비에 빗물이 고여 질퍽하지만 나름 가을을 부르는 기분좋은 날씨다.
동광검문소 북쪽 1km 지점에서 출발한다.
[바늘엉겅퀴]
[말똥버섯]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적한 오름의 주인은 말들일까?
등성이마다 자기들의 영역을 표시한 말똥 흔적을 남겼다.
밑거름삼아 말똥 위로 올라오는 말똥버섯의 묘한 탄생은 또한 이 오름의 매력이다.
말 가족들의 나들이를 방해한 듯 경계하는 모습에 내가 놀라 주춤한다.
[오이풀]
삼나무와 소나무, 자연림이 자라고 있지만
오름 대부분은 초지로 덮혀 있고 남북의 두 봉우리 사이의 풀밭은 정겹게 느껴진다.
오름 들머리부터 가을을 부르는 들꽃들의 축제가 시작되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거친 제주바람이 복병으로 숨어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를 중얼거리며 가을을 부르는 들꽃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바람코지라 바람이 머무는 까닭일까?
키 작은 들꽃들의 움직임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가을비에 만신창이가 된 야고의 처참한 모습이 이내 안스럽다.
[야고]
[만수국아재비]
[딱지꽃]
[노랑개자리]
[금불초]
[고마리]
[며느리밑씻개]
[나비나물]
[벌등골나물]
[선이질풀]
[층층이꽃]
[층층잔대]
[왜승마]
자그마한 언덕, 부드러운 곡선은 정상까지 이어지고
서쪽으로 말굽형의 펑퍼짐한 굼부리를 형성한 모습이 보인다.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인 모습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크게 심호흡을 해보고 뺨에 닿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푸른 초원 위에 주저앉아 마음은 이미 산방산으로 뜀박질한다.
[안덕충혼묘지 주차장 쪽으로 '원물'이 보인다.]
며칠 가을비가 내려 흐린 날씨지만
사방으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뚜렷하기만 하다.
산방산 너머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는 마라도와 가파도의 아련함
북쪽으로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은
사이좋은 삼형제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오고
감낭오름이 동북쪽 기슭자락으로 이어져 있어 두 오름이 길게 가로누운 형체를 하고 있다.
예전에 제주로 가려면 모두 이 산간지대로 다녔는데
동광 육거리는 교통의 요지로 제주, 한림, 대정, 서귀포 방면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이다.
동광검문소를 중심으로 사통팔달(四通八達)의 모습이 확인된다.
[산불감시초소]
[ 고고리암?]
남서쪽 봉우리 부근에 큰 바위를 '고고리암'이라 부른다.
모양새가 고고리(꼭지의 고어)와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아리오름 뒤로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오름능선이 펼치는 파노라마는 감동을 준다.
오름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성이마다 들꽃세상이 펼쳐진다.
산박하가 만들어내는 작은 돌정원~
마음 한구석에는 내 정원으로 만들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긴다.
야트막한 야산처럼 보이는 오름이지만
별천지가 여기인듯 정상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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