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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쫄븐갑마장길~따라비오름

by 고니62 2016. 10. 5.

쫄븐갑마장길~따라비오름(2016.10.4.화)


가을달빛이 아름다운 계절은

수확의 계절로 이어지고 붉은 기운의 억새는

어느새 은빛옷으로 갈아입고 작은 바람에도 출렁인다.


태풍영향으로 밤부터 내린다는 비소식에

번영로를 타는 동안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기세다.

하지만 도착한 따라비오름은

출렁이는 가을억새의 아름다움에 잠시 정신을 빼앗긴다.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은

말굽 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 우 2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폭발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내어

가을의 되면 억새와 더불어 제주 오름 368개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운다.

 

북쪽의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위치하고 있어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데서 유래하여

'땅하래비' 즉 지조악(地祖岳)이라 부른다.



갑마장길은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갑마장길은 약 20km로

가시리의 번널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을 연결하는 

광활한 초지대에 갑마장이 설치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하던 최고 등급의 말을 갑마(甲馬)라고 하는데

이런 갑마들을 모아 기르던 곳을 말한다.


쫄븐 갑마장길(10km)은

가시천~꽃머체~유채꽃프라자~큰사슴이오름~잣성~따라비오름 따라

10km(3~4시간)정도 이어지는 트레킹코스이다.




[가시천]


[쪽동백나무]


가시천따라 걷는 숲길은

대낮인데도 우거진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은 어둡고 움침한 느낌마저 든다.

숲속 푸르름은 조금씩 지쳐가고 일찍 말라버린 나뭇잎들을 떨구어냈다.

소복이 쌓인 낙엽위를 걷는 푹신함, 사각거리는 낙엽밟는 소리에

가을을 느끼며 길동무와 소곤거린다.


숲 아래 낙엽이 쌓인 부엽토 위로 빨간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양, 빨강, 노랑, 검정으로 칠을 한 버섯세상을 만났다.

이 아이들과 눈 마주치는 동안 길동무들은 한참을 앞서 간다.






[달걀버섯]



[흰가시광대버섯]


[접시껄껄이그물버섯]




얘~

넌 이름이 뭐니?



[메밀밭]


[꽃머체]


'끌머체'라 불리기도 하고,

머체 위의 나무에 꽃이 아름답게 핀다하여 '꽃머체'라고 한다.

 하천에 접해있어 침식작용에 의해 일부 훼손되어 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만 다를뿐 행기머체와 같은 크립토돔(Cryptodome)이다.

정상부에는 구실잣밤나무와 제주참꽃나무가 자라고 있고,

솟아오른 암반덩어리는 마치 거북등처럼 보인다.


크립토돔으로 제주탄생의 지질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역사의 표상이 되는 장소로 건너편 100m 떨어진 곳에 행기머체가 있다.


[부구리구제장]


이 곳은 부구리(진드기)를 제거하는 장소로

1980년대 초까지 이용되었고

제주도의 모든 마을 공동목장에서 부구리구제장은 필수적인 목축시설이었다.


[가시리풍력발전단지]



봄날~ 노란 유채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던 광장은

푸른초원으로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고

다목적광장 너머로 운무에 가린 큰사슴이오름은 올라오라고 유혹한다.




[잣성길]


간장(間墻)이라고 불리는 '잣성'은 

하천이 없는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국영목장인

10소장의 경계를 표시한 돌담이다.

잣성은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곳은 중잣성으로 제주의 목축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국영목장인 10소장의 경계선을 따라

약 6km정도의 제주도 최대 간장이 자리하고 있다.


[새끼오름]



왼쪽에는 편백나무, 오른쪽에는 삼나무가 사열하며 기다린다.

수직세상을 만들어가는 수직정원에서 잠깐이지만 숲이 주는 시원함과 상큼함은

이제 막 펼져질 따라비오름의 억새물결을 진정시켜주는 듯 하다.


오름능선에는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운무에 가려

작은 들꽃들은 부러질듯 가녀린 몸을 땅바닥에 숨겨 버렸다.

바람이 부는대로 움직임이 점점 커진다.


[쇠서나물]


[솔나물]


[참취]


[산박하]


[뚝갈]


[방울꽃]


[자주개황기]


[당잔대]


[야고]


[물봉선]


[벌등골나물]



[산비장이]







[정상]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따라비오름만이 갖고 있는 신비로움,  

가을의 은빛 억새는 누구에게나 찬사를 받고 있는 제주가 품은 오름이다.

3개의 원형 분화구와 여섯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따라비오름은

소원탑, 여러 기의 묘들이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끊어질 듯 능선은 봉우리로 이어지고

굼부리로 연이은 능선은 다시 우뚝 선 봉우리로 올라선다.

운무에 가려진 따라비오름의 능선과 굼부리는 환상의 그림을 그려낸다.



뿌연안개는 시야를 가리지만

운무에 보일듯 말듯 오름 능선과 굼부리는 숨바꼭질을 하고

넓게 펄쳐지는 광야는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이름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360여개가 넘는 오름 중에 억새의 능선이 아름다운 따라비는

누구에게나 가을여행의 주인공이 된다.

따라비오름의 배꼽친구 억새는

먼발치에서도 가슴 설레게 만드는 마법의 성으로 길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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